새해가 된 지 몇 주가 지났는데도 메모를 하다 보면 2021년을 썼다가 지우고 2022년으로 고쳐 쓰곤 한다. 이렇게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 그도 그럴 게 습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어떤 행동이 습관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66일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일컬으며, 행동의 44%를 차지한다. 루틴은 습관과 좀 다르다. 루틴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루틴이란 내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해 매일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의도된 행동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부정적인 결과를 염두에 둔 징크스나 부정적인 습관인 버릇과도 다른 개념이다.
최근 인기 TV 프로그램 중에는 <나 혼자 산다>, <나는 자연인이다> 등 시시콜콜한 개인의 일상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다. 왜 루틴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 것일까? 구글 트렌드를 검색해보면 ‘루틴’이라는 단어의 검색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건, 2020년 초를 기준으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바이러스 팬데믹 발생 시점과 일치한다. 바이러스로 사회에 큰 변화가 일면서 개인의 삶도 변화를 강요받기 시작했다. 나를 지키는 루틴이 필요해진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설문에 따르면, 실천 중인 루틴 분야는 운동이나 모닝 루틴보다 생활 습관 루틴이 가장 많았다. 생활 속 루틴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루틴은 흔한 용어는 아니었다. 주로 운동 경기에서 가장 활용 빈도가 높았다. 예컨대 일본의 야구 영웅 스즈키 이치로, 메이저리거 노마 가르시아파라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삼성의 박한이, 롯데의 박정태 등이 독특한 타격 루틴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야구선수 이승엽은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양말을 신거나 글로브를 낄 때 왼쪽부터 먼저 하는 루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운동선수들이 루틴을 실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우리가 일상에서 루틴을 실천하면 무엇이 좋을까? 첫째, 불필요한 의사결정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인간은 하루에도 7만 가지 일을 생각한다고 한다. “아침에 무엇을 먹을까?”부터 “밤에 몇 시에 잘까?”까지 하루는 선택의 연속이다. 루틴이 있으면 불필요한 의사결정 시간을 줄여 시간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중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 체계화된 루틴이 있으면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셋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따져보면 모든 질병은 생활 속 크고 작은 루틴과 관련이 깊다. 퇴근 후 냉장고 문부터 열거나 비스킷을 먹는 작은 행동이 과체중의 원인이 된다. 넷째, 평범한 두뇌로도 성공할 수 있다. 2014년 청색 LED(발광 다이오드)의 실용화에 성공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라는 사람이 있다. 지방대를 나와 중소기업에 다니던 그는 꾸준한 일상의 루틴을 성공 요인으로 고백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힘들이지 않고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고, 자유와 성취를 얻을 수 있고, 이른 시일 안에 몰입할 수도 있다. 루틴은 성공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실천하고 체험하는 일종의 ‘성공 DNA’ 같은 것이다.
한 설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하루 평균 1.6개의 루틴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루틴이 성공한 사람의 전유물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도 일상에서 얼마든지 자신만의 루틴을 실천한다. 그렇다면 내게 맞는 최적화된 루틴을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만의 멋진 루틴을 만들고 싶다면 다음의 3가지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첫째, 나 자신부터 잘 파악한다. 성공적으로 루틴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을 잘 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야행성인 사람이 새벽 4시 기상 루틴을 실천하겠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작심삼일에 그칠 확률이 높다. 혼자 하는 운동이 좋은 사람이 매일 아침 조깅 루틴을 한다면 아무래도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핵심은 내 기호, 성향, 나아가 비전까지 자신을 잘 파악하는 것이다. 예컨대 미래 커리어를 담보해 줄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새벽 기상 루틴을 실천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둘째, 중요한 루틴부터 늘려간다. 일본 ‘유도의 신’으로 불렸던 미후네 규조라는 유도 선수가 있었다. 유튜브에 그의 이름을 입력해보면, 그가 70이 넘는 나이에도 젊은 유도 선수들을 줄줄이 한판으로 이기는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유도 비결은 한 마디로 중심축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루틴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실천해야 할 루틴을 무리하게 계획하는 것보다 욕심내지 않고 운동, 기상 등 인생의 중심축이 되는 중요한 루틴부터 하나씩 실천할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좋은 루틴을 하나씩 늘려가면 된다.
셋째, 루틴을 지속 보완한다. 루틴은 한 번 만들면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다. 루틴을 실천하면서 꾸준히 개선해가야 한다. 즉 루틴을 창조적으로 발전 시켜 가야 한다. 저항 없이 기계적으로 실천하는 습관의 단계가 될 때까지는 루틴을 최적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루틴을 잘 실천해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는 루틴을 실천하면서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음악의 신동’으로 불리는 모차르트를 예로 들어보자. 모차르트 하면 천재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만든 건 정성스러운 하루 루틴이 쌓인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는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음악 과외, 콘서트 등을 해야만 했다. 그는 아침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늘 바쁜 일상이었고,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작곡해야 했다. 펜을 쥐고 작곡하느라 손이 기형이 될 정도였다.
또 영국의 시인이자 청교도 사상가인 존 밀턴은 43세에 과로로 실명이 된 후 매일 조수를 통해 책을 읽고 쓰는 하루 루틴을 실천한 끝에 59세에 불후의 명작인 대서사시 《실낙원》을 출간할 수 있었다. 일본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남다른 루틴도 유명하다. 그는 예외 없이 매일 새벽 4시부터 12시까지 글을 쓰고, 12시부터 2시까지는 달리기나 수영을 즐긴다. 2시부터 9시까지 독서와 음악 감상을 하고, 9시부터 4시까지 잠을 잔다. 어떤가? 위대한 사람들을 만든 건 어떤 대단한 재능보다는 일상에서 평범한 루틴을 꾸준히 실천한 사람일 뿐이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그럴듯한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가? 지금 그 계획들을 순조롭게 잘 실천해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만약 작심삼일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계획을 이루게 하는 자동화된 시스템, 즉 루틴이 없기 때문이다. 루틴의 어원은 ‘깨부수다(to break)’이다. 그렇다. 루틴은 기존에 갖고 있던 관성을 깨고 삶에 새길을 내는 것이다. 거창하게 미래를 계획하기보다 우선 오늘만 최선을 다해보자. 그런 오늘이 쌓여 한 달, 일 년, 10년, 일생이 된다. 당신만의‘데일리 루틴’이 있는가? 내 안에 있는 성공 DNA를 깨우는 것은 좋은 루틴이다.
허두영 컨설턴트(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e-mail: davidstoneh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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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두영(작가, 강연자, 컨설턴트, 컬럼니스트)
(주)엑스퍼트컨설팅, (주)IGM세계경영연구원 등 인재개발(HRD) 전문 컨설팅 기관에서 컨설턴트와 교수로 일하면서 1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 공로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 독립해서 (주)지스퀘어스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지금은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요즘것들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글 쓰고 강의하며 컨설팅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세대소통 컨설턴트이자 저자로서 [KBS 스페셜]의 ‘어른들은 모르는 Z세대의 삶’, 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 KCTV 제주방송 [JDC 글로벌 아카데미], 경인방송 [사람과 책], 아리랑TV [아리랑 프라임], 채널A뉴스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요즘 것들』(2018), 『첫 출근하는 딸에게』(2019), 『세대 공존의 기술』(2019), 『나는 오늘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데일리 루틴』(2021), 이 있다.
이메일: davidstoneheo@gmail.com
홈페이지: https://www.davidstoneconsulting.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davidstoneheo
브런치: http://brunch.co.kr/@davidstoneheo
이 글은 제가 2022년 1월 현대건설 사보신문 신년특집에 '오늘을 괜찮은 하루로 조각하는 법, 데일리 루틴'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기사를 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
☞기사원문을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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