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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간 요즘 것들의 발칙한 뇌구조 훔쳐보기

[요즘것들 013] 요즘 것들의 뇌구조

by 허두영

기성세대와 인터뷰를 하거나 편한 자리에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인 요즘 것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때가 있다. 요즘 것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눈에 거슬리는 일이 한둘이 아니라고 하소연한다. 예컨대 시키는 대로 하면 될 일을 일일이 따져 묻고, 업무 속도가 빠르다 싶으면 업무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미팅이나 워크숍 중엔 자꾸 휴대폰을 보고, 점심 식사를 굳이 혼자 하겠다거나 등등. 적잖은 선배 직원들이 후배 직원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푸념한다.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직원을 대할 때일수록 더 그렇다고 한다. 얘기를 가정으로 옮겨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최소한의 대화만 하는 그야말로 '조용한 가족'이 의외로 많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적잖은 선배 직원들이
후배 직원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푸념한다.


가장 큰 이유는 기성세대들의 요즘 것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요즘 것들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젊은 직원들보다도 신조어는 물론 최신 트렌드를 더 잘 아는 베이비붐 세대 지인 한 분이 있다. 그는 일상 속에서 요즘 것들과 소통을 너무 잘한다. 후배에게 반말하지 않고 존칭을 사용한다.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보다 말도 안되는 후배 직원의 의견도 끝까지 듣는다. 함께 일하는 후배들이 그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평상시 독서, 유튜브 등을 통해 젊은 직원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한다. 멋진 분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은 기성세대가 훨씬 많다. 그들은 요즘 것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심지어 요즘 것들에 대해 잘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화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성세대들이 요즘 것들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요즘 것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 없이는 그들과의 소통이 개선될 수 없다. 요즘 것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력한 딱 그만큼 소통이 개선되는 것이다. 관계는 상호적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요즘 것들을 대하는 사람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희대의 호색한 카사노바는 마음에 드는 상대가 생기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걸었다고 한다. 그에게 배울 점이 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면 온전한 소통은 힘들다. 요즘 것들과 더 멋진 소통을 원한다면 요즘 것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카사노바의 근성과 인내가 필요하다. 모든 인간의 소통이 그렇다.

카사노바 *출처: https://www.thefamouspeople.com/profiles/giacomo-casanova-4283.php


"내가 남들과 다른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하여 내 전부를 걸었다는 점이다" -카사노바(1725~1798)-



요즘 것들과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요즘 것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필자가 만난 상당수 요즘 것들은 그들 스스로도 자신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얼핏 보면 요즘 것들은 발칙하다. 왜 그럴까? 요즘 것들 스스로도 잘 모르는 요즘 것들의 뇌구조를 몰래 엿볼 수 있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대표적인 키워드로 요즘 것들의 뇌구조를 슬쩍 엿보도록 하자.


직장에 간 요즘 것들의 뇌구조



첫째 키워드는

‘자유’이다.


요즘 것들은 자유를 갈망한다. 그들은 우리에 갇힌 새와 같았다. 헬리콥터 맘으로 불리는 엄마의 과도한 교육열과 사교육의 영향이 컸다. 요즘 것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둥지 안에서 갑자기 내쫓기듯 사회로 내몰렸다. 미처 나는 법을 배우지 않은체로 말이다. 그래서 스스로 날개짓을 하며 비행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은 그렇게 느지막이 얻은 자유를 폭식한다. 또 자아의 정체성, 진로 등을 놓고 고민하며 뒤늦은 사춘기를 겪는다.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에는 학창 시절 엄마와 선생님처럼 의사결정을 돕는 협력자가 없다. 학창시절처럼 직장에서도 그들을 도울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런 요즘 것들에게 엄마와 같이 마음을 다독이는 감성 리더십은 매우 효과적이다. 자유로운 영혼인 요즘 것들은 직장이라는 구속적인 환경이 낯설다. 적응해내기 쉽지 않다. 그들이 맘껏 새로운 도전과 실수을 할 수 있도록 엄마 같은 선배 직원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요즘 것들이 새로운 도전과
실수를 맘껏 할 수 있도록
엄마 같은 선배 직원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둘째 키워드는

‘성취와 경쟁’이다.


요즘 것들은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로 학창 시절을 볼모 잡혔다. 학교는 각종 상으로 그들을 동기 부여했다. 오죽하면 13등상도 있다고 하지 않은가. 개근상, 우등상 정도가 전부였던 기성세대와 비교된다. 또 부모의 자녀에 대한 기대와 사랑 덕분에 기성세대에 비해 자존감도 높고 성취욕이 강한 편이다. 요즘 것들은 직장에서도 성취감을 맛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한편으론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금세 피곤하고 지칠 수 있다. 선배 직원은 이를 알아차리고 잘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리더십교육기관인 CCL의 조사에 따르면 54%의 밀레니얼 세대 젊은 직원들이 매달 내지는 더 자주(주 1회 또는 매일) 정기적인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한다.

이런 요즘 것들을 위해서 조직은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일하는 이유와 끝 그림을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함께 일하는 선배 입장에서는 성가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인내심과 열정을 가지고 요즘 것을 대해야 한다. 또한 조직은 '공정한 성과평가'에 각별히 더 신경 써야 한다. 요즘 것들은 이전 세대보다 성과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납득이 되도록 업적이나 성과평가의 지표를 합리적이고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셋째 키워드는

‘재미와 의미’이다.


요즘 것들의 눈에 비친 사회는 생존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다. 그들의 아버지는 정글에서 그야말로 ‘성실’의 아이콘처럼 일했다. 가족을 위해 당신의 좋은 시절을 회사에 기꺼이 희생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요즘 것들은 기성세대처럼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며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의미 있게 인생을 즐기며 살기 원한다. 그들이 바로 욜로(YOLO)열풍의 진원지다. 요즘 것들은 회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멋진 주말 내지는 여행을 위해 주중 업무에 열정을 쏟을 뿐이다. 회사에서 주말에 실시하는 워크숍이나 등산 등은 요즘 것들에게 삶에 대한 심각한 폭력과도 같다. 선배 직원은 일과 후에는 요즘 것들에게 전화나 문자도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 차라리 일과 중에 열심히 일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요즘 것들은
기성세대처럼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며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의미 있게 인생을 즐기며 살기를 원한다.
요즘 것들은 회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요즘 것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까라면 까!”라는 식의 일방적 지시보다는 “뭐가 더 궁금해?”라는 식의 명확한 논리와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질문 리더십이 효과적이다. 만약 회의를 한다면 회의의 목적, 시간계획, 산출물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요즘 것들은 실속없이 공전하는 회의를 딱 질색한다. 의미 있는 회의 진행을 위해서 회의를 주관한 선배 직원은 요즘 것들이 자신의 의견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회의문화를 보면 리더와 조직의 수준을 알 수 있다. 혹시 요즘 것들이 회의 때 딴짓을 한다면 명분과 목적이 명확하지 않거나 선배 직원이 발언을 독점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전적으로 그 책임은 회의를 주관한 선배 직원의 몫이다.


요즘 것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까라면 까라는 식의 일방적 지시보다는
명확한 논리와 근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키워드는

‘개인주의’다.


요즘 것들은 기성세대에 비하면 어려서부터 글로벌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1994년 인터넷의 도입은 특히 그들의 생애주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밀레니얼 세대 중 특히 90년대에 태어난 연령대의 경우 글로벌 소양이 높고 이전 세대보다 서구적이다. 위계적이며, 집단적인 유교 문화에 익숙한 선배들과 많이 다르다. 같은 밀레니얼 세대인데도 80, 90년대 간에도 세대차를 느낀다. 요즘 것들은 역사상 가장 개인적이며, 수평적이며, 합리적이며, 똑똑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것들은 형제가 한 명 있거나 외동인 경우가 많다. 90년대생은 더 그렇다. 요즘 것들은 혼자가 편하다. 굳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이런 그들에게 꼰대 비위 맞추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신경쓰면서 밥을 먹느니 차라리 혼밥이 더 편할 수 있다. 요즘 주위를 보면 직장에서 점심 도시락을 싸오거나 혼자 식사하는 것응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요즘 것들의 영향이 크다.


요즘 것들은 역사상
가장 개인적이며, 수평적이며,
합리적이며, 똑똑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키워드는

‘일과 삶의 통합’이다.


Work Life Choice, 기성세대는 일과 삶 중에서 일을 선택하며 살았다. Work Life Integration, 요즘 것들은 일상과 업무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어 있다. 기성세대가 퇴근 후 일상으로 복귀하는데 반해, 요즘 것들은 회사나 집에서 계속 온라인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 직원은 일과 후에는 되도록 카톡 습격, 불필요한 야근과 회식을 줄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일과 삶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을 벗을 필요가 있다. 애초 일과 삶은 균형을 이루기는 힘들다. 일과 삶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개인의 가치판단의 문제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일과 삶은 조화를 이루고 통합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요즘 것들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Work Life Integration,
요즘 것들은 일상과 업무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어 있다.


요즘 것들의 뇌 구조는 기성세대와는 분명 뭔가 다르다. 그들을 잘 알아야 제대로 이끌 수 있고 온전한 소통이 가능하다. 21세기 최신 기술과 문화를 누린 자유로운 영혼인 요즘 것들이 적응하기에 지금의 일터 환경은 아직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요즘 것들이 맘껏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터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가정과 조직, 국가의 미래는 요즘 것들이 살기 좋고 일하기 좋은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데 달려 있다.


21세기 글로벌 최신 문화를 누린
자유로운 영혼들이 적응하기에
일터 환경은 아직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그들이 맘껏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꿔야 한다.


<요즘것들>(2018년 2월 출간) 저자 허두영(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e-mail: davidstoneheo@gmail.com




요즘 것들에 대한 다양하고 의미있는 내용을 저의 책 <요즘 것들>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 요즘 것들을 이해 못하고 힘들게 하는 꼰대상사 책상에 몰래 올려놓으면 좋을 책!

☞ 요즘 것들과 함께 일하거나 소통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면 누구나 읽어볼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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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두영(작가, 강연자, 컨설턴트, 컬럼니스트)


(주)엑스퍼트컨설팅, (주)IGM세계경영연구원 등 인재개발(HRD) 전문 컨설팅 기관에서 컨설턴트와 교수로 일하면서 1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 공로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 독립해서 (주)지스퀘어스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지금은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요즘것들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글 쓰고 강의하며 컨설팅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세대소통 컨설턴트이자 저자로서 [KBS 스페셜]의 ‘어른들은 모르는 Z세대의 삶’, 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 KCTV 제주방송 [JDC 글로벌 아카데미], 경인방송 [사람과 책], 아리랑TV [아리랑 프라임], 채널A뉴스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요즘 것들』(2018), 『첫 출근하는 딸에게』(2019), 『세대 공존의 기술』(2019), 『나는 오늘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데일리 루틴』(2021), 이 있다.

이메일: davidstoneheo@gmail.com

홈페이지: https://www.davidstoneconsulting.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davidstoneheo

브런치: http://brunch.co.kr/@davidstoneheo



이 글은 2018년 1월 전기신문 '금요아침' 요즘 것들의 뇌구조 엿보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기사를 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

기사원문을 보시려면: http://www.electimes.com/article.php?aid=1516666079152628050


#요즘것들 #뇌구조 #자유 #성취와경쟁 #재미와의미 #개인주의 #일과삶의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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