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성경] 90화, 세 인물의 세 가지 색깔의 자범죄 해결법
"왜 나는 회개해도 또 죄를 짓는가?"
신앙의 여정을 걷다 보면 이런 질문과 마주할 때가 있다. 말씀도 듣고, 예배도 드리고, 어떤 날은 눈물 범벅이 되어 기도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또 같은 죄 앞에 무릎 꿇은 나를 발견한다. 그러고 나면 속에서 이런 의심이 고개를 든다.
"정말 나는 구원받은 자녀가 맞을까?"
죄라는 놈은 마치 끈질긴 스토커 같다. 뒤쫓아오고 삶의 어느 골목을 돌아서도 다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불청객을 떨어뜨릴 방법은 무엇일까?
성경은 죄를 하나로 묶지 않는다. 죄에겐 두 개의 무게중심이 있다. 첫째는 원죄(Original Sin)다. 아담의 대표성으로 인해 내게 '전가'된 죄다.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부모에게 물려받은 빚 같은 것. 인간의 근원에 새겨진 죄다. 둘째는 자범죄(Personal Sin)다. 살아가며 실제로 짓는 죄, 내 입과 손과 머릿속에서 자꾸만 튀어나오는 죄다. 우리는 흔히 두 죄를 구분하지 않은 채, 자범죄만 해결하려 하다가 원죄라는 뿌리를 방치한다. 문제는 여기서 꼬인다.
성경은 원죄를 세 단어로 정리한다. 간과하셨고(롬 3:25), 기억하지 않으시고(히 10:17), 도말하셨다(사 44:22). 이 세 단어를 합치면 하나의 선언이 된다. "이미 지워진 죄를 믿고 받아들이라. 그리고 돌아오라." '돌아오라'는 하나님의 초대는 회개를 강요하는 호통이 아니다. 복음을 받아들이라는 은혜의 손짓이다.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원죄는 단번에 해결된다. 문제는 죄가 아니라, 그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는 우리 기억력이다.
그럼 매일 손발 저미게 짓는 자범죄는?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요일 1:9) 구원받은 신자라도 여전히 죄를 지을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사도 요한은 죄의 문제를 해결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진리를 말한다.
핵심은 자백(confess)이다. 그러나 이 자백은 구원을 되찾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죄로 흐려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행위이다. 즉, 벌벌 떠는 죄인의 무릎 꿇기가 아니라 자녀가 아버지 앞에서 "제가 또 이랬어요" 하고 마음을 여는 것이다. 그 자리에 오면, 신실하신 아버지는 그 마음을 보시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죄를 사하시고 깨끗하게 하신다.
시편 77편에서 다윗(아삽)은 내면의 혼란을 포장하지 않는다. "제 영혼이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로 치면 "저 멘탈 나갔어요"라는 고백이다. 놀랍게도 하나님은 이 솔직한 고백을 책망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그 고백이 하나님 앞으로 돌아오는 길이 되었다. 죄는 숨기면 문제가 되지만, 드러내는 순간 예배가 된다. 다윗은 자신의 연약해진 마음을 하나님께 내어놓았고, 그 자리에서 강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만났다.
로마서 7장에서 바울은 속사람은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나, 겉사람은 죄 앞에 자꾸 무너지는 자신을 보며 탄식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그런데 그가 거기서 멈췄다면? 평생 죄책감의 신학자에 머무르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장, 풍향이 완전히 바뀐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롬 8:1)
탄식이 끝날 때 비로소 복음이 들린다. 인간이 '끝'이라고 생각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시작'을 여신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롬 8:2)
성경의 예배는 복음의 피로 씻김 받는 시간이다. 죄책감은 우리를 끌어내리지만, 죄의 고백은 우리를 하나님 앞으로 이끌어준다. 원죄는 복음으로 단번에 씻기고, 자범죄는 회개로 날마다 씻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도 복음 앞에 서야 한다. 예배는 복음 앞에 서는 용기다.
허두영 작가
현) 인천성산교회 안수집사, 청년부 교사
현) 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 요즘것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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