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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Jul 19. 2023

브런치를 왜 시작했는가?

흘러가는 대로 산 23세의 이야기

 2019년이었다. 제법 추운 겨울날 한 학교로부터 추가합격을 통보받고 기쁨에 날뛰었더랬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었고, 나는 수많은 자유를 꿈꿨다. 처음 시작하는 기숙사 생활,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 그 안에서 생기는 새로운 인연들까지 이제까지는 꿈 자체로 존재했던 것들을 실현할 수 있다는 설렘에 빠졌다.


 그러나 세상은 비정했다. 2020년에 처음으로 코로나-19가 발생했고, 졸업식도 마스크를 끼고 하더니 입학식은 완전히 취소되어 버렸다. 학교에서는 개강을 1-2주씩 미루고, 개강지연에 대한 양해문을 학과차원에서 발송하는 등 수많은 조치가 이루어졌다. 당연한 순서로 기숙사도 운영되지 않았고, 나는 결국 고등학교와 대학교 그 언저리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래도 시험은 대면으로 보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1학기 말 즈음에 처음으로 기숙사와 학교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때 동기 몇 명을 보고, 선배들을 만나고, 학과 교수님과 같이 식사를 하며 내 꿈의 첫 발자국을 내디뎠다. 기숙사는 자유로웠고, 술자리는 재밌었다.(새로운 인연은 생기지 않았지만)


 대면과 비대면이 반반 섞인, 사실상 9:1 정도의 비율인데, 1년을 보내고 이제 코로나-19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학교에서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개강을 진행했고 동아리 활동 같은 것들은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때 나도 동아리와 비슷한 봉사단체에 가입했고, 아는 선배의 소개로 근로학생까지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단체와 근로학생은 재밌었다. 대학에 와서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만나는 것 또한 처음이었고 '일'을 해서 장학금을 받고, 돈을 번다는 것은 재밌었다. 진정으로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그 재미에 빠져서 2년 동안 두 곳에 몸담았고 그 후에 퇴사했다.


 학교 공부는 재미가 있다가 확 없어졌다. 1학년 때야 대부분이 글을 쓰고, 생각을 전개시키는 개론 수업이니까 큰 부담도 없고 재미있었다. 학년이 올라가고 취업을 고려해 고른 복수전공(경영학)을 같이 공부하다 보니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대학생인데 왜 계속 이렇게 외우고 해야 하지? 고등학생이랑 다른 게 없는데?"라는 생각이 매번 들었다. 그러면서 흥미를 잃고 일탈에 재미를 들였던 것 같다.


 일탈이라고 해도 과한 것은 아니다. 그냥 자다가 수업을 안 가보거나 학기 중에 여행을 떠난다거나 하는 정도였다. 겨우 그 정도가 무슨 일탈이냐고 반응할 수도 있지만 이제까지 수업이나 강의를 한 번도 째지 않은, 속히 말하면 모범생이었던, 나에게는 굉장히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일탈도 처음이 무섭지, 하다 보니 익숙해지게 되었다. 공부는 재미가 없고, 강의를 안 가니 시간은 제법 남고, 중간중간에 근로와 다른 일을 해도 시간이 제법 여유로웠다. 이 여유로운 시간에 무엇을 할까 하다 보니 책을 읽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전공 공부는 아니지만 교양의 축적이고 언젠가는 다 쓰일 곳이 있을 지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읽은 책이 <1Q84>였다.


 소설을 읽고, 에세이를 읽고, 여행기를 읽었다. 하루 일과를 다 하고 씻은 후 기숙사 침대에서 읽는 책은 그만한 힐링이 없었다. 하루를 여유롭게 마무리하는 게 가능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고 뭔가 드는 생각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과거에 있던 일들, 좋아하는 책들, 최근에 하는 생각들까지 수많은 주제였다. 거기에 더해 여행기도 한번쯤 작성해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사진으로 남기는 기록들을 나는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여행기, 간간히 든 생각들 까지. 글을 혼자서 쓰고 읽는 것은 재미있지만 타인에게 잘 읽힐지 궁금하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여행기를 보여주자니 아직은 부끄러움이 강해 익명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싶어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간간히 드는 생각들, 여행지에 대한 기록들, 좋아하는 음식들. 이 모든 것들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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