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하고 스직하라
사람은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심지어 이름까지 바뀔 수 있다.
신입은 어떤 팀장을 만났는가에 따라 퇴근시간이 변할 수 있다.
그것은 업무를 넘어선 초자연적인(?) 사건이다. 모두가 편한 업무라고 했던 팀이라도 파트장의 성향에 따라 뒤집어 질 수 있다.
1.신의영역 퇴근시간?
완벽하다 할 만큼 자유로웠던 필자의 외국계 기업 근무시절에도 ‘퇴근’은 늘 쉽지 않은 영역이었다.
“그럼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한번 외치고 일어나 사무실 문까지 걸어가는 그 길은, 우주를 향해 떠나는 여정 만큼이나 멀게만 느껴진다.
‘선배와의 대화’시간에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퇴근은 언제하나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퇴근은 우리의 영역 밖의 이야기이다.
단, 남의 손에 넘겨 두었을 때 말이다.
모든 신입사원들의 공통 화두이자, 직장인들의 관심사가 퇴근시간인데, 아무도 속시원이 말하는 사람은 없다.
2. 퇴근을 막는 요소들을 파악하라.
매트릭스 2편에서 네오와 일행들은 매트릭스의 제작자이자 모든 물음의 답을 얻고자 키메이커를 찾아나선다. 그의 손에 들린 열쇠를 특정한 문에 돌리면 바로 절대자인 '그'를 만날 수 있는 짧은 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상황이든 업무를 승인하는 키맨이 있다. 오늘의 퇴근은 해당 키맨들을 찾아 미션을 클리어하는데 달려있다.
예를 들어보자.
신규 거래선 판촉 가능 아이템 선정과 당사의 관련매출자료가 오늘까지 제출되어야 한다. 어안이 벙벙한 자료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해당 거래선 담당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 출장보고서를 뒤져보고 모든 인맥과 정보망을 가동해 담당자를 찾는다,
거래선 정보를 얻었다면 아이템별 매출 자료가 필요하다. 매출을 담당하는 관리파트를 수소문한다. 당사 분기별 매출을 집계하는담당자를 찾는다.
접근가능한 수준에서 자료를 받아 정리한다. 이제 정리하는 요령은 Tool(PPT,Excel등)을 다루는 능력에 달려있다.
개발파트는 다를까
오늘까지 개발과제 중 수행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아직 주니어인 당신은 정확히 알기 어렵다. 분명 전체 프로세스를 관장하는 PL(프로젝트 리더)이 있기 마련.
질문은 모든 문제의 근원이듯, 맞선배를 통해 묻더라도 오늘 필요한 업무사항을 미리 숙지한다.
고객 승인자료와 시료 샘플 3대를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라는 미션이 있음을 알아냈다.
승인자료는 주요 협력업체들을 통해 수집 해야한다. 컨텍포인트가 되는 담당자들이 있다. 빨리 퇴근하고 싶다면 빨리 전화를 해야 한다. 동시에 샘플시료는 제작에 들어간다. 이번 샘플에 꼭 적용 되어야 하는 사항이 있는지 선배들에게 반복 확인한다. 개발에서 많은 시간은 잘못 만들어진 샘플을 수정하고 재제작하는데 소요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시에서 볼 수 있듯, 키맨들은 ‘정보’를 가지고있다.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재가공하는 시간이 퇴근시간을 결정짓는다.
업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정보를 재가공하는 Tool이 무엇인가도 중요하다. 많은 사무직은 Excel이나 PPT일 것이다. 현장직이나 기술개발직은 공구나 납땜과 같은 물리적인 시간을 요하는 작업들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가' 이다.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숙달정도, 소요시간 등을 예상할 수 있다.
즉, 퇴근시간의 KEY는 일찍 퇴근하는가, 늦게 퇴근하는가 보다, '내 예상시간에 퇴근할 수 있는가' 이다.
3. 열정도 계산하라
요즘 열정페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힘든 취업상황에 젊은이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노동력만 제공하는 상황에 자주 빗대어 쓰이는 표현이다.
과연 직장에서의 야근, 주말출근이 열정페이 일까
그것은 ‘계산’ 되어 져야 한다.
주간 근무시간을 냉정히 계산해 보자. 아침 9시 출근하여 퇴근 10시라고 가정하면 13시간을 일하였다. 토요일까지 6일, 주당78시간을 일했다. 한달이면 312시간이다. 자, 여기에 최저임금을 곱한다. (16년 지정 최저임금 6,030원)
약 188만원이다. 만약 이 금액보다 못한 돈을 받으며 위에 시간만큼 일한다면 열정페이 이고, 부당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보다는 더 받으니 괜찮은 것인가.
그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나의 학력과 교육수준, 근무 환경 등을 고려하였을 때,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급여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 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냉정하게 자신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늦은 퇴근과 회식, 과도한 업무. 직장생활을 대변하는 상용구가 되었다.
이런 생활이 2,3년 이어지면 자괴감까지 드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필자도 그러했다.
그럴 때 일수록 ‘계산’ 해야 한다.
퇴근시간이 늦어지는 문제를 회사의 불만과 조직에 대한 불신,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로 단순 연결 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계산은 냉정함을 요한다. 출장지에서 해외여행의 낭만을 찾아선 안된다. 사내연애에 대부분의 시간을 뺏으면서 업무평가가 낮다고 투덜되선 안된다. 가슴에 손을 얻고 돌아보면 알 수 있다. 남들 앞에선 회사와 부서장을 욕하는게 당연 하다지만, 스스로 판단할때는 냉정히 계산해보라는 뜻이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 부서이동과 이직은 결국 반복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퇴근시간도, 업무시간도 ‘계산’되야 한다.
4. 영원한 것은 없다.
공정기술은 제조라인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팀이다. 주간,야간 2교대로 이뤄졌던 현대자동차 제조라인을 주간근무자뿐인 공정기술팀으로 전부 대응한다. 야간조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야근은 필수라는 것.
이 팀에서 예상가능한 퇴근시간은 항상 자정 즈음에 있었다. 이런 특수한 상황을 놓고 퇴근시간이 이르다, 늦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이 팀의 상황은 이른 퇴근이 불가능하단걸 이해할 수 있다.
대신, 다양한 생산 라인의 이해, 불특정한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 자동차제조 공정의 시시콜콜한 노하우들을 익히는데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또한 영원하진 않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근무시절 기숙사에서 주중을 보냈다. 자정이 다되어 숙소로 돌아오면, 맥주 한잔 하고 돌아가는 동기들과 마주 치곤 했다. 같은 날 입사했지만 상대적으로 늦은 퇴근에 회의감에 젖기도 했었다.
회사는 바뀌었고, 옮긴 회사에선 팀도 수차례 바뀌었다.
그때마다 퇴근시간도 조금씩, 아니 크게 바뀌곤 하였다.
지금 나의 퇴근시간이 영원하지 않다. 그것만은 약속할 수 있다. 그 이유가 이직이나 퇴사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외부적이든 내부적이든 변화가 오기 마련이다.
생각보다 회사 생활중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것이 야근이든 편한업무든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