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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지향자 Luk Feb 05. 2022

내가 사복의 제복화를 하지 않는 이유

미니멀리스트는 옷을 통일한다던데

사복의 제복화

 미니멀리스트들과 많은 연관성을 갖는 용어이다. 보통 평소 입고 다니는 옷을  가지 스타일로 제한하여 스타일링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대표적으로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가 꼽힌다. 개인적으로 스티브 잡스의 경우는 제복화  스타일이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저커버그의 경우는 조금아무튼 사복의 제복화는 ‘불필요한 의사 결정을 최소화한다 것이 가장  이유이다.



  역시 한때  사복의 제복화를 고민해본 적이있다. 사실 생활을 단순화시키고 싶다는 이유보다는 호기심이  컸다. 과연 옷을 하나로 통일하면  좋은 점이 많을까?라는 생각에 관련 실험을 진행한 유튜버들의 영상도 여러  찾아보고는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시도해본 적은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같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애초에 옷이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아침에 무엇을 입고 나가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옷이 많지 않다. 셔츠를 입을지, 스웻셔츠를 입을지 정도는 고민할 수 있겠으나 이마저도 10초 이상 걸리지 않는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복장이 자유롭다. 출근할 때도 일하기 편한 차림을 우선으로 하다보면, 거의 입고 가는 옷들이 고정된다. 이 정도면 그냥 계절에 따라서 뭘 입을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적당히 꺼내 입을 수 있게 된다. 튀는 색의 옷도 거의 없어서 상/하의의 색 조합을 고려해 매칭 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의사 결정에 드는 수고를 줄인다’는 장점 자체가, 다양한 종류의 옷이 너무 많아 어떻게 맞춰 입고 나갈지 고민인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수준의 미니멀리스트들에게는 애초에 딱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2. 제복으로 삼을 옷을 정하는 것도 일이다.

 한가지 옷만 입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대체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일단 한번 정하면 매일 입어야 하는 옷이고, 세탁 문제를 생각하면 한벌이 아닌 여러 벌을 구매해 옷장에 두어야 한다. 저커버그처럼 후줄근한 회색 티셔츠를 입자니 그 사람은 억만장자라 그렇게 입고 다녀도 사람들이 다 우러러보지만, 내가 그랬다가는 그냥 좀 불쌍한 친구 취급받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딱 봐도 고급 의류로 고르면 스스로도 조금 더 만족스럽겠으나, 입다가 얼마 되지 않아 질리거나 자신의 생활방식과 맞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그것대로 문제다. 디자인, 원단, 두께 등등 수많은 옷의 형태에서 어느 한 가지를 정하고 이것을 옷장에 통일해서 두는 행위 자체가 아침에 몇 분간 입을 옷을 고민하는 것보다 더 큰 에너지를 소모하게 될 수도 있다(미니멀유목민 박 작가님도 이러한 이유로 제복화를 하지 않는다고 블로그에서 본 적 있다).


3.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방식이다.

 한국에서 일년 내내 반팔티만 입을 수는 없다. 내가 사계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데, 우리나라에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차림이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미니멀리스트들이 겨울에도 바람막이 정도만 걸쳐서 통일성을 유지하긴 하는데 애초에 같은 동아시아여도 서울과 도쿄의 추위는 현저하게 다르다(2월 5일 오늘 서울의 날씨는 최고 -2도 최저 -9도, 도쿄는 최고 8도 최저 0도). 물론 계절별 아이템 각각을 제복화하면 되긴 하겠으나, 그렇다면 2번에서 이야기한 어떤 옷을 제복으로 삼을 건지에 대한 고민이 몇 배로 늘어난다.


4.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옷입는 즐거움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나는 좋게 말해줘도 패션피플은 절대 못된다. 그러나 옷을 고를 때 디자인이 나와 어울리는지, 충분히 견고한지, 소재는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품질이 담보된다면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보기도 한다. 가진 옷이 많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적지 않다. 아니 가진 옷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입는 내내 옷의 소중함을 느끼곤 한다. 여행을 좋아하고 가벼운 아이템을 좋아하기 때문에 새로운 소재의 옷이 출시되면 눈여겨본다. 또 언제 입어도 과하지 않고 편안함을 주는 캐주얼 브랜드들도 좋아한다. 소위 ‘옷질’을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옷을 찾고 이를 즐겨 입는 행위에서 오는 만족감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즐거움을 포기하면서까지 제복화에 집착하는 것은 자칫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미니멀리즘에 구속되고 있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정리하자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 중인 사람은 입고 다니는 옷도 이미 상당히 단순화 되어있기 때문에, 굳이 추가적인 에너지를 들여 제복화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옷이 너무 많다면 그 아까운 옷들을 한 번에 버리고 새 제복으로 옷장을 채우기보단, 자기가 가장 자주 입는 옷 몇 벌을 남기고 서서히 정리해보는 것이 어떨까. 신기하게도 남아있는 옷들을 보면 유사한 점들이 있을 것이다. 보통은 그것이 자신의 취향이다. 옷을 새로 구매할 때도 그 취향을 바탕으로 좋은 옷을 구매하고 오래된 옷들을 다시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옷장은 자신의 미니멀리즘을 가장 잘 담아낸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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