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면서 할지, 그만두고 할지 그것이 문제로다
몇 달째 같은 고민이 반복해서 들고 있다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흔히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은 아주 강력한 동기가 있지 않는 한, 수개월에서 수년간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럴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 본인의 재정상태다. 통장에 여유자금도 없이 그만두면 결국 다시 돈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더라도 내가 이 직장에서 더 이상 커리어를 쌓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 나가야 한다. 만일 사업을 준비하거나 다른 업종으로의 이직이라면 기반을 어느 정도 닦아놓고 확실한 길이 보일 때 현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다. 준비는 해도 해도 늘 예상치 못한 경우들이 생기므로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미생의 유명한 대사다. 실제 사업하는 경우나 새로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경우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는 자칫하다가는 정말 지옥이 될 수 있다. 가장 권장하는 것은 다니면서 무언가 병행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주말이 있고, 눈치 덜 보고 퇴근하면 저녁시간을 활용하여 못 할 것이 없다.
월요일에 올린 나의 글 #4.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조회수가 하루만에 12,000을 넘어 놀랐다. 그만큼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고 있고 현재의 삶에 크게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했다.
월요일이 괴롭다는 건
미생으로서 인생을 온전히 즐겁게 살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랬다고 밥벌이를 포기하면서 인생이 즐거울 방법은 없다. 내가 20대 프리랜서 시절을 지나며 절실히 느낀 것이 맹자의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다'이다. 그래서 택한 것이 늦은 나이의 대기업 입사였다.
프리랜서의 삶은 한 번에 비교적 많은 수입이 들어오기는 하나, 매일 일하는 것이 아닌 이상 돈이 꾸준히 모이지 않는다. 그래서 비정기 적금을 들어 수 년간 학비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일정 수입이 없다 보니 정신적으로 늘 불안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정작 일정한 수입이 없자 마음이 조급해져 그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지금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자기 길을 가는 예술인들도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 기본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곧 마음의 여유를 뜻한다. 여유 속에서 즐거움도 나온다.
그렇지만 나의 현실은 직장인이다. 삭막하다면 삭막할 수 있는 공간에서 늘 업무라는 전투를 하는 직장인으로서, 이 피폐한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은 꿈을 대체 어떻게 꺼내어 이루어 나갈 것인가가 문제다.
만일 지금 직장이 앞으로의 뜻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나 일말의 비전도 없다면 당장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갈 것이다. 그러나 주변을 보니 퇴직에도 타이밍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 기업의 경우 상장을 하여 임직원들에게 자사 주식을 나눠줬는데, 그 기업에 경력직으로 들어가 만 1년을 다닌 A는 1억원 어치의 주식을 받고 또 다른 이직을 했다. 반면 퇴사의 의지를 일찍 품었던 B는 상장 직전에 퇴사를 하여 주식조차 받지 못하고 현재 재취업을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그 둘 다 최근 구조조정을 하며 희망 퇴직자에게 주는 1억원 가까운 금액은 받지 못하였다. 만일 B가 2년만 더 다녔더라면 매달 월급을 모으는 것 외에도 2억원이라는 기반금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인생의 파도에 순항이 아닌 대항을 하게 되어 박살이 나기도 한다. 그럴 때일수록 본인이 가진 무기, 즉 경쟁력을 가다듬어 나를 세상에 파는 영업을 하여야 한다.
타고난 금수저가 아닌 이상, 온실 속 화초처럼 누가 밥을 떠먹여 주지 않는다. 우린 그 파도 속을 험난하지만 아름답게 헤쳐나갈 의무가 있다. 현재 스스로 가진 것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세상에 나를 어필하고 살아갈 것인지 연구하고 시간을 들여 연마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주저 말고 날개를 펴고 벼랑 끝에서 뛰어내릴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진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