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잘하는 방법

될때까지...

by 데이빛

영어교육과 더불어, 모든 부모의 고민은 언제나 수학이다.

오늘도 한 학생이 새로운 수학 학원을 등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지금은 국제학교에서 일하는 나로서는 한국의 수학교육 열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한다. 국제학교의 수학 진도가 한국보다 다소 느리다고들 하지만, ‘선행’을 제외하면 교과 과정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의 선행은 대개 킬러 문항을 풀어 변별력을 기르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한국 입시의 구조 안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가야만 킬러 문항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처럼, 어떤 선행도 기초 개념을 정확히 익히고, 다양한 문제를 반복하며 스스로 시도하는 과정을 이길 수는 없다.


최근에는 정승제 생선님*같은 분들이 수학을 잘하기 위한 기본 원리를 자주 이야기한다.


1. 개념의 철저한 이해

2.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 확보

3. 기본부터 반복 학습

4. 원리 중심 사고

5. 과정 중심의 실전 응용

6. 긍정적 마인드셋

같은 것들이다.


오늘은 그중 두 번째,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 확보하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의 경쟁 구조와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사실 이 두 번째 원칙이 가장 어렵다. 모두가 그 중요성을 알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내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으로, 흔히 말하는 이과형 아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혔지만, 이야기책보다는 과학이나 백과사전류의 책을 좋아한다. 창작이나 글쓰기는 유난히 힘들어하지만, 정답이 있는 수학 문제는 즐겁게 푼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수학을 잘한다기보다 ‘관심이 많다’는 표현이 더 맞다. 숫자에 친숙한 것이다.


추상적인 글쓰기보다 답이 명확한 문제를 선호한다.


아래는 아들이 지난 저녁 풀고 있던 문제다.

cats.jpg

항상 마지막에 Challenge 문제가 나오는데 어느 수학 문제지마다 있는 심화 문제이다.


문제를 보면 알겠지만 연립 방정식이다.


마름모를 x, 로 육각형을 y 로 바꾸면, 아래와 같이 된다.


x+x+y = 940

x+y=510


연립방정식은 중학교 2학년때 나오는 개념이다.


초2에게, 중2 문제라니!


당연히 문제를 보자 끙끙댔다. 나름 뭔가를 푸는 가 싶었지만, 진전이 없다.


나는 가장 기초적인 trial and error, 시도와 오류, 쉽게말해 해보고 틀리고 반복하는 방법을 팁으로 줬다.

수학의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접근이다.


"아무 숫자나 한번 넣어봐. 100을 먼저 넣어보고, 다음에 200을 넣어봐"


시도는 해보는데 여전히 끙끙댄다. 계산 자체가 복잡한 것이다.


옆에서 아내가 설명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게 이거니까 이렇게 생각해봐'

그 순간 아내를 말렸다.

물론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조그마한 팁을 알려주려고 한것 같지만, 아직 더 스스로 탐색할 시간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준것도 '팁' 같은 것이지만,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는 팁을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 보길 원했던 것이다.


내가 준 팁을 사용을 안한다. 대신 뭔가를 계속 빼보고, 더하고 계산을 하고 있다.


뭔가 되겠지 하고 지켜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940에서 510을 빼려고 한다.


내가 물었다.


"여기서 갑자기 왜 두 숫자를 빼?"

"어, 940 에서 510을 빼면, 위에 있는 마름모랑 육각형이랑 아래있는 마름모와 육각형을 뺴면 마름모 하나만 남잖아. 그러면 그 숫자가 마름모니까." (아들은 실제 도형이름을 쓰지는 않았고, 이거랑 이거 라고 손을 짚어 표현했다)


"오!"


나는 크게 박수를 쳤다.


이 식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고 풀어나간 것이다.


아들은 약간은 어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옆으로 돌아서더니, 자신도 뭔가 놀라운 표정을 짓는 것이다. 묘한 표정이었다. 환희의 표정보다는 조금 더 어떨떨해 놀라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눈빛에서는 나도 할 수 있어 라는 자신감을 볼 수 있었다.



한번은 우리 학교에 수학 일타 강사분께서 학부모님으로 계셔서 대화를 나눈적이 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수학적 능력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수능 수학을 대비할 수 있는 로드맵도 설명해 주셨다.


그 분 말씀은, 개념은 압축해서 가르칠 수 있다 하셨다. 조금 늦게 시작하더라도, 자심의 로드맵으로 아이들에정해진 시간내에 개념 공부를 시킬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아이가, 엉덩이 힘, 즉 앉아서 끝까지 풀어낼 수 있는 힘이 있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그 분의 자녀 A를 내가 가르쳤는데, 선행을 전혀 시키지 않았다. 충분히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도 속도 자체가 빠르지가 않았다.


A가 중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조금 어려운 문제를 내 적이 있다. 퍼즐같은 문제였는데, 당시 그 반에는 꽤나 똑똑한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 한명이 5분 정도 후 답을 찾아냈다. 이 친구는 내가 가르친 학생들 중에서도 거의 1-2위 할 정도로 명석한 친구였는데, 속으로 역시나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한 두명 찾았다라는 외침이 들렸다.


A는 조용히 저 구석에서 이리 저리 문제를 풀고 있었다.


수업시간이 마쳤고,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되어 여기 저기로 흩어졌다. 그런데 A 는 계속 그 문제를 풀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있길래 나는 한번 천천히 더 해 보라고 이야기 해줬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궁금해서 A 에게 물어봤다.


"그 문제 풀어봤어?"


"집에서 더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풀려지네요."


숙제도 아니였는데, 계속 풀어보려고 집에서도 시도 해봤다는 것에 살짝 놀랐다. 보통때는 숙제도 잘 까먹는 친구였다.


사실 아빠가 워낙 유명한 수학 강사이기에, 본인이 수학을 더 못한다는 부분에 괜히 자존심이 상하거나 오히려 자신이 못하는 것을 감추려고 더 노력을 안할 것 같았지만, 그 친구는 수학을 푸는데 있어서는 굉장히 여유로웠다.


이친구의 수학 성적은 평범했다. 그리고 중2때 전학을 갔는데, 그때까지도 큰 변화는 못 느꼈다. 다만, 수학 문제를 풀때는 그 어떤 과목을 할때보다 훨씬 끈기있게 풀려는 모습을 보였다.


A는 지금 대학생 나이이다. 현재는 그 소식을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이 친구가 수학을 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분명 어떤 문제를 대하는 태도, 자기가 바로 풀지 못하는 그 문제도 끈질기게 파보고 풀려고 노력하는 그 태도는 계속해서 견지하고 있을것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어렸을때의 경험이 우리 안에 축적 되기 때문이다.


분명 수학을 잘 하는 다양한 접근법과 전략이 있을 수 있다.

위에 말한 6가지 중 3가지정도만 한다면 누구나 충분히 수학 상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우린 이러한 노력으 가능하게 하는 생각하는 시간과 여유를 아이들에게 주고 있을까?


수학을 잘 하는 방법은, 이러한 시간을 좀 더 확보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유레카의 순간을 깨닫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수학을 잘 하는 방법은, 조금 무식하게 들릴수 있겠지만 될때까지 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는, 그 과정을 겪고 스스로 꺠닫도록 옆에서 기다려 주고 적절하게 도와줄때, 아이들은 진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그저 수학만을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삶의 그 어떤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는 마스터키와 같은 역량이다.






*실제 유클리는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다'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기하학을 더 쉽게 배울 방법을 묻는 왕에게 한 답이였다. 지식이나 학문에는 특별한 지름길이나 쉬운 방법이 없으며, 꾸준한 노력과 과정을 통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을 진정한 '선생님'이 아닌 지식을 전달하는 '강사'로 규정하고, '선생'의 '선'과 '생'을 바꿔 '생선'으로 부르며 겸손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러한 호칭을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그림만 훑는 우리 아들,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