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 되기는 어려워
엄마의 미역국은 늘 소고기 미역국이었다. 홍합도, 다진 마늘도 들어가는 법이 없었다.
흐르는 물에 살짝 헹궈낸 소고기를 참기름에 달달 볶다 불려놓은 미역을 넣고 함께 볶는다. 미역국이 아니라 미역찜이 아니냐고, 미역이 왜 이렇게 많냐고 투정 부렸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엄마표 미역국의 비결은 물만큼이나 많은 미역이라는 걸 결혼 후 깨달았다.
어느 정도 볶다가 물을 붓고 멸치액젓 한 숟갈, 국간장 한 숟갈을 넣는다. 전자레인지에 둘째 이유식을 데울 때 덮었던 종지를 잊지 않고 가져와 국물 간을 보며 살림의 여왕이 된듯한 뿌듯함을 느끼지만, 싱거운 미역국 간에 이내 겸손한 자세로 굵은소금을 1작은술 추가한다.
투명한 올리브빛 기름을 품은 국물이 바글바글 예쁘게도 끓는다. 남들 넣는 미역 양의 서너 배는 넣었으니 맛이 없기도 어렵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듯한 맛에 멸치액젓 한 숟갈 추가. 짜다. 잠깐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가장 낮은 불로 줄이고, 5초 만에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찾아낸다. 냉장고 속 멸치육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미역찜, 아니 미역국 완성. 최애 국이 미역국이지만 미역은 먹지 않는 유은이의 밥을 푸며 그래도 미역을 몇 가닥 넣어주는 게 좋을까, 깔끔하게 빼주는 게 좋을까 잠깐 고민한다. 좋은 엄마가 되기란 정말 어렵다.
깨끗이 씻어 말려놓은 국그릇에 행여나 먼지 앉았을까 싶어 수돗물로 한 번, 정수기 물로 한 번 헹군다. 이 정도면 좋은 엄마지 뭐. 식판의 빈칸 메우기를 완성한 뒤, 뜨거운 국에 혀라도 델까 미니 선풍기와 함께 상을 차려 낸다.
동생 이유식 먹이는 동안 선풍기 전원 한 번 꺼주지 못해 어느새 미역 냉국을 먹고 있는 유은이를 보며 또 한 번 생각한다. '좋은 엄마 되기 겁나 어렵구나.'
오늘 점심 유은이는 미역 냉국에 밥을 만 채 따뜻한 국물을 두 번이나 리필해 먹었다. 몸속에 들어간 염분만큼이나 진한 사랑을 먹고 마신다. 나의 점심 메뉴는 미역 비빔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