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엄마가 된 후 "내 삶"을 잃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내가 원하는 삶만이 "내 삶"이라고 말하는 세상의 목소리에 속지 마세요.

by 새벽

많은 엄마들과의 대화 가운데, 아이를 낳고 "내 삶"을 잃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아마 여기서의 "내 삶"이란, "나 답다고 생각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세상이 주는 특정한 거짓말에 속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중 커다란 개념으로 "삶"이란 주제가 있는데, 마치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는 것이 "내 삶"이고,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그것은 "내 삶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럴 때 어서 빨리 알아차려야 할 것은, 내가 아이를 낳고 기르기로 한 이 선택이 얼마나 자의적이었든 간에, 내게 주어진 삶이고 그저 내게 주어진 모든 삶의 영역이 "내 삶"이라는 인정입니다.


그리고 그 현재를 누군가가 알아주건 못 알아주건 상관없이, 먼저 나 자신이 "모든 내 삶에 책임을 다하고 있는 사람"으로 알아차려 주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엄마의 자리, 아내의 자리가 그 어떤 자리보다 귀한 자리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력서에 적을 것 한 줄 없는 하루하루지만 아이는 내 품에서 사랑을 먹고 자라나며 세상을 향해 뜀박질할 준비를 해나갑니다.


너무도 나로만 채워져 있던 내 삶이, 남편과 아들, 뱃속의 새 생명, 그리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나라는 색깔이 옅어집니다. 맞춰야 하고 의논해야 하며, 희생해야 하고 포기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뭐 어떻습니까? 그저 어디에도 물들 수 있는 옅은 색감의 사람으로 변해가는 이 삶도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인정해 주는 <내 삶>이라는 개념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히려 그 개념이 잘 짜인 거짓말임을 분별해 내는 멋진 당신이 되길 바랍니다.


그저 어떤 삶의 모양도 주어진 모양의 틀에 내가 잘 맞추어갈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 되기를, "이런 모습의 너는 상상하지도 못했어"라는 주변의 말에 평온히 웃으며 "그렇지? 이런 게 삶인가 봐"라고 대답할 수 있는 당신의 영혼이 진정 평안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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