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식사 시간, 전쟁이 아닌 접촉이 되어야 한다

게슈탈트 이론과 함께 보는 밥태기 극복 이야기

by 새벽

우리 아기는 원래 밥을 잘 먹는 아기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밥을 뱉고, 던지고, 장난만 치기 시작했다. 배고프다고 소리를 지르다가도, 막상 밥을 차려주면 한 입 먹고 뱉고, 숟가락을 휙 던지고는 소리를 지르는 등… 이상 현상(?)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그렇다. 우리 슈퍼베이비에게도 밥태기라는 것이 온 것이다.


이 현상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게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밥을 차리면서도 긴장하고, 아이가 안 먹으면 무기력해지면서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야!!" 하고 소리를 지른 적도 있고, 그래서 아이를 울리기도 했다.



어느 순간 밥 먹는 시간이 전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밥을 차려놓고 아이 얼굴을 바라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어...? 나 지금 화낼 준비를 하고 있잖아?'


순간 흠칫 놀랐다. 그저 애지중지 사랑으로 바라보던 아기였는데... 지금은 내 뜻대로 아이가 먹지 않을 때 "야!"라고 소리칠 타이밍을 재고,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다는 게.


지금-여기(Here and Now)에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것. 게슈탈트에서는 이 순간을 ‘알아차림(awareness)’이라고 한다.

Perls, Hefferline, Goodman (1951) "Gestalt Therapy"


그 순간, 나는 기지를 발휘하여 식사 시간의 목적부터 다시 정했다.

"식사 시간은 전쟁이 아닌, 접촉이 되어야 한다"라고


처음엔 ‘잘 먹이기’가 목적이었던 식사 시간이 밥태기가 오면서 어느새 ‘어떻게든 먹이기’로 바뀌었고, 그게 안 되면 짜증을 내고, 이게 결국 아이와 나의 전쟁으로 바뀌는 양상을 목표를 재설정하여 뒤틀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내가 어느 순간 '화낼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후 즉각적으로 나온 해결책이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알아차림이 모든 변화의 첫 번째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세워야 할 세부 목표 역시 세웠다.

밥을 든든하게 먹으리란 기대부터 내려놓기

잘 먹든 말든, 식사 시간 자체를 긍정적인 경험으로 쌓이게 하기 (제일 중요!)


게슈탈트 이론에서 ‘접촉’은 굉장히 중요한 개념인데, 나와 환경(혹은 타인)이 만나는 경계에서의 경험(=접촉)이 성장을 일으킨다고 본다.

그런데 나와 아기의 경계에서 식사 시간이라는 접촉이 자꾸 힘겨루기와 통제의 장으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접촉의 방식 자체를 바꾸기로 했다.

Yontef, G. (1993). "Awareness, Dialogue and Process"


그래서 나는 아기가 밥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먹길 거부해도 같이 웃고 장난처럼 반응해 주기 시작했다. 아기의 눈을 바라보며 이마를 콩 부딪쳐주고 웃어주면서 아이가 난장판을 만드는 동안 지켜봐 주었고, 그러다 한 번 입에 음식이 들어가면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쳐주었다.


며칠을 반복하니 식탁에 앉는 아이의 눈빛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전엔 식탁에 앉기만 하면 “엄마랑 한번 싸워볼까?” 하는 눈빛으로 '내가 먹나 봐라!'하는 기싸움을 걸어왔는데, 이제는 “어? 여기 앉았는데 엄마가 나랑 놀아주네?”라는 눈빛으로 식탁에 앉기를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흘 가량 지나고 나니 아기는 다시 밥을 잘 먹기 시작했다. 물론! 원래 잘 먹는 아이였으니까 돌아온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시간을 통해 내가 아이를 대하는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아이와의 식사 시간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 경험이 되었다는 것이다.


혹시 지금 아이가 밥태기를 겪는 중이라면, 아이를 바꾸기보다 ‘식사 시간에 내가 어떤 마음으로 앉아 있는지’ 한 번 살펴봤으면 좋겠다(알아차림). 언제나 가장 쉬운 것은, 타인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을 바꾸는 것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그것만으로도 아기와 나 사이의 에너지가 생각보다 많이 바뀔 수 있고, 건강한 에너지의 흐름은 결국 아이와 나의 좋은 관계에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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