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년이라는 긴 터널을 통과할 너에게
어릴 때는 오빠랑 같이 있으면
“어머, 오빠는 엄청 이쁘게 생겼는데……, 동생은 너무 귀엽다!”라는 말을 들어서 내심 걱정했어. 사람들이 무심결에 내뱉는 말을 들으며 마음에 상처가 쌓이는 것은 아닐까. 악의없이 내뱉는 말들이 가시가 되어 박힐 수도 있다는 것을 너희들을 키우면서 배우게 되었어. 우리가 건네는 말의 자장은 매우 깊고 넓게 퍼진다는 것을, 사람마다 그 파동을 받아들이는 예민한 촉수가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지.
다섯 살 어린이집 선생님은 너에게 말이 없고 속을 알 수 없다고 말했어. 그 또래 아이들처럼 조잘조잘 대지 않았고 가만히 알아주기를 바라는 아이. 바로 두 살 터울의 동생이 생겨서 그랬던 걸까? 막내는 너와 반대로 조잘조잘 참새 열 마리쯤 곁에 두고 있는 느낌이잖아. 말이 없어서 돌아보는 횟수가 너무 적었던 건 아닌지. 혹은 엄마가 오빠랑 너무 열정적으로 싸우느라 너에게 디딤돌이 되기보다는 위로받기를 원했는지도 몰라. 여린 너를 더 많이 안아주지 못한 것 같아서 돌아보는 길마다 후회가 조금씩 남아.
네가 사춘기의 강을 가만히 노 저어 오는 동안 오빠랑 너무 많이 싸우는 나에게 질겁했는지도 모르지. 너는 오빠가 역병처럼 앓은 중2병도 티 내지 않고 지나간 것 같아. 훗날 더 큰 폭풍으로 몰아치는 것은 아니겠지? 오빠랑 싸우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머리를 쥐어뜯을 때마다 말없이 어깨에 손을 올려줘서 고마워.
중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고등학교라는 컴컴한 동굴 앞에 선 너에게, 말을 아끼고, 잔소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속으로 다짐하면서도 그게 참 쉽지가 않네. 말로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네가 공부는 잘하기를 바라는 나의 이중적인 마음. 버리고 비우기 위해 마음속은 지금 들끓는 전쟁 중이야.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변화하기에 나의 날은 너무도 무뎌졌어. 변화의 바람앞에 장님인 내가 너의 길잡이가 되겠다고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 너도 두려울거야. 조용하고 고요한 작은 학교에서 낯설고 큰 바다로 나서는 너의 배는 흔들리고 뒤집어질 위험에 처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어이 끝은 있는 항해니까. 나는 조용히 정한수를 떠 놓고 너를 기다릴 거야. 나의 기도가 너에게 닿기를, 때때로 닻이 휠만큼 바람이 불지라도 잊지 마. 만선이 아니어도 괜찮아. 험한 바다를 건너오느라 애썼을 너의 손을 잡을 수 있기를 가만히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