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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한시 Jul 06. 2021

남들의 실패담은 달콤하다

노오력만 강조하는 사회에서.

성공담을 찾아보기는 쉽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의 경험담을 자랑하고 싶어하거나, 혹은 나누어싶어한다. 성공담을 쫒는 사람들은 많으므로, 성공한 이야기, 잘 사는 이야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실패담은 찾기 힘들다. 실패한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잘 하려하지 않는다. 물론 본인이 아닌, 주위 사람에 의해 실패담이 퍼지기도 하지만, 결말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어 과정이나 노력에 대해서는 간과되기 쉽다.  

노력하면 된다고 배웠다. 노력하면 성공하리라고 배웠다. 물론 노력하면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은 맞다.  모든 성공담에는 노력이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노력한다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면 본인의 탓으로만 귀결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이다. 

주위 사람은 물론 당사자조차 실패에 대해 너그러워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래서 적어본다. 나의 실패담. 지금도 진행되는 나의 실패. 

실패한 사람들끼리 자기합리화하자는 게 아니다.  이 괴로움을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길, 그리고 노력해도 때로 잘 안 되는 게 인생이니 스스로를 너무 책망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 그냥 그것이다. 



지금 직장에서 일한 지 10년. 사실 처음에는 여기서 일하는 게 너무 즐거웠다. 배울 것도 많았고 사람들도 좋았고, 무엇보다 즐거웠다. 여기서 평생 일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여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3년 전이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을 했다. 그리고 합격을 했다. 심사위원회의 결정을 받았으니 합격을 했으나, 사장이 승인해주지 않았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였다. 사실 교육프로그램 시작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터라, 시기에 맞춰 모든 업무 및 인계 등을 끝내 놓은 상태였다. 부장에게 이런 전후 사정을 모두 설명하였으나, 돌아이 사장과 과잉충성 부장은 내 항변을 무시했고, 그렇게 나는 주저앉았다. 


사실 지금 직장은 근무여건이 좋은 편이다. 안정적인 고용에 칼퇴근이 가능하다. 연봉이 높지는 않으나 낮은 편도 아니다. 때려치우고 다른 회사로 옮기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불안정적이거나, 업무량이 많은 곳으로 이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려니 돈도 필요하고, 칼퇴근이 필수여야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골라내다 보니 이직할만한 곳이 없었다. 


몇몇 군데를 지원했으나 실패했다. 서류에서 탈락하기도 하고, 면접 이후 불합격 소식을 듣기도 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는데... 노력이 부족했나? 너무 안일하고 게으르게 살아왔나? 난 정말 부지런히 산다고 살았는데, 어쩌면 그렇지 않았던 건가? 자꾸 자괴감이 들고 힘들었다.  '당장 먹고살 직장이 있으니 덜 간절한 걸까?' 라며 자책도 했다. 


절대적인 노력치라는 것은 없으니, 상대적으로 내 노력이 적었을 수도 있다. 출근해서 퇴근까지는 딴짓 거의 안 하고 업무에 열중하는 편이고, 퇴근 이후 집안일과 아이 돌보고 남는 시간은 주로 책을 보거나 영어 및 업무관련 공부도 했다. 그럼에도 부족했을 수 있으나,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입장에서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 

한 편으로는 지나고 보니 '공부할 게 아니라, 인맥을 쌓는 게 필요했어'라는 생각도 든다. 인맥이 중요한데, 회사 안에서 죽어라 일만 했으니 방향이 잘못 되었네..라며 이생각, 저생각 내가 뭘 잘못했는지 자꾸만 곱씹고되고 자책과 후회로 이어진다.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자기 합리화도 하게 된다. 회사 사람들을 보며 '그래, 저런 사람들도 여기서 잘만 사는데... 이 정도면 좋은 곳이야'라고 위안을 하기도 하고,  어려운 취업시장을 보며 '직장이 있는 걸 감사히 여겨야지'라는 생각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은퇴할 생각을 하면 숨이 막힌다. 예전에 즐거웠던 출근길이 더 이상 그렇지 않다. 편안한 침대가 늪이 되어가는데 발을 뺄 용기를 내지 못해 갇힌 느낌.  내가 꿈꾸는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볼 때면 정말 부럽고, 어찌해야 하나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다.

출근해서 일을 하다 보면 잊어버리고 주어진 업무를 하다가, 인터넷에서 본 글 하나에 마음이 무거워져 다시 취업사이트를 들여다본다. 3년째 실패 중이고, 어쩌면 결국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든다.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노력해서 결국에는 목표한 바를 이뤄내는 것. 우리가 배워왔고 지향하는 성공스토리이다. 그런데,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목표를 이뤄내는 것은 때때로, 혹은 많은 경우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다. 노력해서 훌륭한 스펙을 갖추는 건 가능하지만, 결국 취업여부를 결정하는 건 내가 아니고, 때로 판데믹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 때문에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한다. 


최근 몇 년동안 주식, 부동산 등으로 부를 거머쥔 사람이 많아졌다. 얻은 사람이 있으면 잃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 이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 역시 실패감을 느끼고 있다. 실패의 시간이 길어지면 포기하고 싶어 진다. 노력도, 시도도, 어떨 땐 삶도... "이번 생은 망했어"라며 말이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말자. 두드리지 않으면 내가 문 밖에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를 테니. 다만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적어도 나는 스스로에게 비난하지 말고, 나라도 나의 노력을 알아주고 인정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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