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정작 나는 그리 많이 변하지도 않았는데
내 주위는 원래 이다지도 다채로운 색을 가지고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변했습니다.
행복한 한 해를 보냈느냐 물으시면
저는 행복과 불행의 갯수를 세고 또 세다
영원토록 답을 할 수 없겠지요.
수없이 많은 행복과
수없이 많은 불행이
있었느냐 물으시면 고개를 저을 것이고요.
사실 1년을 더듬어보자면 흑백으로만 따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명확한 것은 그보다 더 값진 깨달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고,
내가 기다릴 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더 많은 것을 알았을 지도 모릅니다.
진창에서 기어나와 상처입은 짐승처럼
쇳소리를 내며 동굴 안으로 숨어들은 이전보다는 지금이 더 낫겠지요.
정이라는 파도가 밀려오길 기다리며 말라가는 불가사리처럼
목말라하던 이전보다는 지금이 더 나을 것이고요.
23년에는 깨달음이 있었으니 24년에는 행복이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의 작은 행복을 종이에 꾹꾹 눌러쓰고 큰 병에 담았어요.
내년 1월 1일에는 이 병이 가득 차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