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은 왜 안돼?
나이를 먹을 수록 해야 할 일은 많아지고 그 일에 대한 책임이 붙는다.
일도, 책임도 나이만큼 훌쩍 커버려서일까. 오로지 '나이'라는 단어에만 초점을 맞추고 살았던 나는 이런 현실이 받아들이는 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한국인이라면 '노력', '성실', '근면' 이 세 단어는 커가면서 입이 닳도록 들어왔을 거다.
'열심히 살아야 해.' '포기를 한다는 건 실패하는 거야.'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야지.'
나도 그런 세상의 풍토와 낙인 속에서 살아왔다. 나이와 함께 많은 책임이 따르는 각박한 세상. 힘들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를 하면 패배자나 실패하는 인생이라 손가락질을 받으며. 그래서 더더욱 나는 내가 조금 불편해도, 내가 조금 힘들어도 참는 게 익숙했다. 마음을 쉽게 내버려 두지 못하고 억눌린 마음을 자꾸만 괴롭혔다. 남들만큼 성장하지 못할수록, 뒤처질수록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런 생각들은 하면 할수록 꽁무니를 좇아 결국 절망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이만큼 이뤄둔 걸 보지 않고 저만큼 이뤄야 하는 것만 보게 된다는 거다.
최근에는 '어떻게든 될 거야.'라는 말을 종종 쓴다. 일이 안 풀릴 때나 자신이 없을 때. 더 이상 열심히 살 수 없을 만큼 삶에 지쳤을 때. 다만 한 가지 지켜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성공하길 기대한다거나 노력하려는 마음 자체도 갖지 않고 '될 대로 되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무료하고 무력한 대답일 뿐이다. 그저 게으름과 귀찮음에 정당화한 답을 찾기 위해 하는 변명이니 말이다. 두 번째는, 내 상황이 아니면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상대가 걱정이 있거나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든 될 거야'라는 말은 상대로 하여금 서운함을 느끼게 만들기 십상이다.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나 내 상황이 아닐 때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에 걸맞는 위로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숱한 고민과 대화 끝에 "그래도, 너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마음을 비우고 흘러가는 대로 맡겨보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든 될 거야. 그리고 나는 그게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 믿어."
나의 최선을 다했고 더 이상 해낼 게 없을 때, 혹은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는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럴 땐 외치는 거다. '어떻게든 되겠지.' 말을 내뱉는다. 그러면 따라붙는 주변의 편견들.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 주변의 편견들까지도 받아먹는 방법을 깨닫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비워진다. 내 관점에서는 이 생각이 마음을 비우고 움켜쥐고 있었던 수많은 고민과 걱정을 내려놓게 만든다. 또 몰랐던 정답을 그 순간에 찾게 될지도 모른다.
어차피 힘겹게 살아가는 세상,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은 생각만으로도 왜 이렇게 어려울까.
'어떻게든 되겠지.'
이 말은 포기가 아니라, 또 한 번 나아가고 싶어서 내 마음에게 건네는 단 한 편의 위로.
너는 참 잘 살고 있다고 지친 너에게 건네는 내 진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