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행

페르세폴리스 리뷰

by 최기현
출처 : 교보문고
늘 품위를 잃지 말고, 네 스스로에게 정직하도록 해라

만화 <페르세폴리스>는 이란의 어린 소녀 마르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작가가 경험한 현실을 재현하여 독자 앞에 내놓은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7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유명한데, 마르잔 사트라피가 그린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1979년 이란의 팔레비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은 이슬람 공화국은 마르지가 10살이 되던 1980년, 모든 여성에게 머리카락과 귀, 목을 가리는 스카프 ‘히잡’을 강제로 착용시켰다.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혁명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슬람 공화국은 이슬람 교리를 통치 이념으로 삼아 국민의 자유를 속박한다. 정치 이념, 종교 등의 이유로 많은 사람이 잡혀가는 서슬 퍼런 시대였다. 그 나이 또래 친구들과 같이 마르지는 자유를 갈망하지만 이란 사회는 답답하기만 하다. 이후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가서 자유로운 분위기는 느끼지만 오히려 여기서는 이란과 이란인에 관한 편협한 시각에 맞서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유학을 마친 후 오스트리아에서 이란으로 돌아와서도 강압적인 사회 분위기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출처 : 교보문고

<페르세폴리스>는 요즘 웹툰과 다른 블랙 앤 화이트 형식의 그래픽 노블이다. 이 작품이 지닌 형식적인 특징을 인지하고 읽는다면 만화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다. 일반적인 만화가 외부에서 비추는 빛을 감안하여 명암을 표현한데 비해서 이 만화의 대부분 컷 장면은 외부의 광원을 철저하게 생략했기 때문에 컷에 명암이나 그림자를 넣지 않고 간결하게 표현했다. 이런 연출로 인해 작화가 자칫 투박해 보일 수도 있지만, 텍스트가 많기 때문에 명암이 생략된 간결한 작화와 비교적 균형을 이룬다.


컷에 담긴 배경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선별하여 작가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 배경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어떤 장면은 배경이 검은색으로 가득 차 있고 다음 장면은 흰색 배경으로 가득 차 있다. 같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검은색 바탕이 계속되지 않고 의도적으로 흰색 바탕을 배치한 것은 시간의 변화나 앵글의 변화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연출의 단조로움을 피하는 의도로 읽힌다. 바탕의 색깔은 의도적으로 작가가 의도하는 분위기를 재현하기도 하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의 오스트리아 생활을 그린 <페르세폴리스> 2권에 흰색 바탕이 비교적 많은데 비해 억눌린 이란의 사회 분위기를 담은 <페르세폴리스>1권에는 검은색 바탕 컷이 많다. 그림의 형식은 작품 전체에 걸쳐 코드화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출처 : 교보문고

작가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각 장의 컷 숫자로도 표현하면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페이지 당 6컷(2×3)에서 9컷(3×3)을 배치했는데, 페이지 당 9컷으로 구성된 경우, 내레이션 또는 2인 내외의 대화를 텍스트와 함께 미디엄 쇼트(인물의 상반신만 연출) 또는 풀쇼트(인물의 전신을 연출)로 표현했다. 페이지 당 7컷이나 8컷이 등장하는 경우 2컷이나 3컷을 1컷으로 통합하였고 미디엄 쇼트나 풀쇼트에서 관찰 시점을 뒤로 이동하여 대체로 익스트림 롱쇼트(아주 먼 거리에서 관찰하여 인물보다는 공간이나 배경에 집중하여 사건이 진행되는 장소의 넓음을 연출)나 롱쇼트(익스트림 롱쇼츠보다는 가까운 시점)로 그려 좀 더 많은 사람의 대화를 담거나 전체적인 분위기, 배경을 표현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 페이지에 1컷 또는 2~3컷만 담은 그림이다. 대체로 위에서 언급한 검은색 바탕과 곡선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는 페르세폴리스의 배경이 되는 이슬람의 신비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큰 사건, 자신이 속한 사회구조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강조해서 독자에게 던질 때 사용하여 <페르세폴리스>의 매력을 더했다.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는 1969년 이란의 라쉬트에서 태어나 테헤란에서 자랐다. 14살에 이란을 떠나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났다가 이란으로 돌아와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고 이후 프랑스로 옮겨 파리에 살면서 이 작품을 그렸다. 이주의 여정은 그녀가 무슬림 여성으로서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페르세폴리스>는 여성의 성장 서사를 통해 이란의 이슬람 혁명, 사회의 어두운 분위기, 혼란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개인의 삶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무기력한 슬럼프에 빠졌거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인 사람에게 <페르세폴리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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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최주현 옮김 / 휴머니스, 2019


**덧붙임 _ <페르세폴리스>는 기존에 새만화책 출판사에서 출간했다가 절판되고 2019년 휴머니스트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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