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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원사계 Jan 09. 2024

투명이력서를 쓰는 여자

그게 아니고서야 연락이 이렇게 오지 않을 리가 없다.

작년 말부터 취업 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어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있다 보니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수도 없이 지원을 해도 연락 오는 곳은 운이 좋아야 한 두 군데 정도. 이쯤 되니 내 이력서가 투명으로 지원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연락이 없을 리가 없다. 답답한 마음에 사주를 봐본다. 올해는 일복이 있고 어쩌고.. 일복이 정말 있는 게 맞기는 해요? 나 지금 죽기 직전인데? 마음을 곱게 쓰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취업 준비생과 일에 쩌든 직장인 두 사람이 있다. 둘 중 누가 더 고단할까? 똥 싸러 들어가는 마음과 나오는 마음이 다르듯 직장인은 취준생일 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취준생은 직장인이 되면 똑같이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을 너무 옥죄어온다.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쉬어도 쉬는 기분이 들지를 않는다. 숨 쉬고 있는 모든 순간이 죄인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아니 멀쩡한 직장에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밥 벌어먹고사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 일 이냐고요. 나 하나 먹여 살리는 것조차 너무나도 버거운 세상이다.


근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나 말고는 다들 너무 잘먹고 잘사는 것 같다. 월 1000만원, 경제적 자유, 연봉 1억 달성 등등 달콤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나는 왜? 인생, 쓰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이 길고 긴 터널에서 언젠가는 꽃 한 송이를 보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후의 삶에서는 지금의 삶을 완전히 까먹겠지?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기 위해 오늘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눈물은 안 나지만 눈물겨운 오늘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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