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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원사계 Jan 10. 2024

어쩌다 바르셀로나,

이때 써먹으려고 만들어둔 추억

근래에 마음이 포도청인지라 청포도같이 상큼한 글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나도 상큼 발랄한 글을 쓰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고요. 환경이 나를 슬프게 한다 할지라도 우울하고 싶지 않다.  계속 우울하게 있으면 지는 거다. 본래의 얼마 없는 밝음을 쥐어짜서라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어떻게 해서든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럴 때 아주 특효약이 있다. 평화롭던 그 시절 다녀온 여행으로 추억팔이하기! 이럴 때 쓰려고 큰돈 써가면서 내 안에 여행이라는 보물을 저장해 둔 거지!! 서유리 씨의 의견에 적극 또 적극 동의하는 바입니다. 캐캐묵은 사진들을 돌아보며 평화롭던 시절을 상기해 본다.

남들 다 가는 보케리아 시장. 일부러 관광지에서 가까운 숙소를 잡았는데 매일 아침 보케리아 시장에서 과일주스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저렴하다고 해서 굳이 굳이 안에 들어가서 사 먹었던 기억. 관광객이 절반이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무조건 가야 하는 곳!

수제맥주집인 모리츠 맥주. 왼쪽은 묵직하고 깊은 풍미가 났고 오른쪽은 라이트 한 맥주였다. 한인민박 주인 언니가 데려가줬던 곳인데 수제맥주라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여기 비어캔치킨이라고 치킨 가운데에 캔맥주를 끼워주는 메뉴가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이미 품절 상태라 맛보지 못해서 너무 아쉬움.. 먹는 게 남는 건데 좀 덜 남기고 온 순간이었다.

까사 밀라와 까사 바뜨요인데 어느 게 밀라인지 어느 게 바뜨요인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모든 건물들이 저렇게 뼈다귀 모양으로 되어있는 게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새삼 나 정말 사진 못 찍는구나.

일정이 길었던 만큼 한식이 너무 당길 것 같아서 한식으로 조식제공이 되는 한인민박에 자리를 잡았었다. 매일 아침 찌개에 밥을 고봉으로 떠주시던 주인 언니 생각이 난다. 지금은 운영을 안 하시는지 예약을 받던 카페가 조용하다. 잘 지내시나 몰라. 음식솜씨가 되게 좋으셨는데.

어디 전망대 같은 곳에 가서 찍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를 않는다. 괜찮아.. 그래도 저때는 행복했잖아..ㅎ

이건 구엘공원에서 찍은 사진이다. (더럽게 못 찍었다) 해가 질 무렵에 가서 역광이 심하다. 구엘공원의 3분의 1은 한국인 관광객이었다. 한국인이 정말 사랑하는 도시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처음 봤을 때 느낀 장엄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단체 투어에서 사람들과 함께 봤다. 가이드가 앞사람 어깨 잡고 눈감게 한 뒤 기차놀이처럼 성당까지 데려간다. 성당 앞에 쭉 세워놓고 여러분 눈 뜨세요~ 하면 눈앞에 성당이 딱 있는 건데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퍼포먼스이다. 완공되면 꼭 다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이제 내후년이면 완공이다. 이게 이렇게 완공이 되는구나.

바르셀로네타 해변 잔디밭에 누워서 찍은 사진이다. 평화롭고 여유 넘치는 한 때였다. 아아, 그리워라. 한 가지 비밀을 말하자면 저 잔디밭에 누워있는데 눈이 너무 부셔서 죽는 줄 알았다. 여유도 좋은데 눈뽕이 너무 심했음.

무슨 바게트 샌드위치에 버섯 구이를 올려먹는 메뉴였던 것 같은데 여기는 진짜 로컬맛집이었다. 민박집 언니가 자기가 자주 가는 곳이라고 데려가줬는데 관광객이 얼마 없어서 너무 좋았던 기억.

빵 위에 순대를 올려준 메뉴이다. 저 맛은 정확하게 생각난다. 밥알이 들어있는 순대라고 생각하면 될 듯. 바르셀로나 한복판에서 고향의 맛을 발견한 날이었다. 놀랍게도 나는 여행을 혀로 기억한다. 사진을 보니 장소들은 생각이 나다 말다 하는데 음식 사진을 보면 기억이 거의 정확하게 난다 ㅎ..


그래도 이렇게 그 당시 만들어둔 추억을 하나씩 열어보면서 나를 달래주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또 이렇게 여행 가는 순간도 오겠지. 인생 뭐 있나!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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