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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 Oct 26. 2020

4,270km 길이의 PCT 하이킹 나홀로 도전기

영화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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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는 한 여자의 하이킹 도전 실화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실제 회고록 <Wild: From Lost to Found on the Pacific Crest Trail>은 2012년에 출간되기도 하였으며,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리즈 위더스푼이 이 책을 보고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확신을 얻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셰릴 스트레이드'라는 인물이 혼자 PCT를 하이킹하며 겪었던 생각과 일들을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고 있으며, 왜 도전을 시작한 것인지, 도전하며 무엇을 얻었는지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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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짐을 지고 걷기 힘들어하던 '셰릴'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강인한 모습으로 성장해갑니다. 길을 잃었던 사람이 하이킹이라는 극단의 도전을 통해 성장해가고 변화해가는 모습이 세심하게 담겨 있어 회고록을 글로 접하지 않은 사람들도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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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인만큼 혼자 길을 걷는 여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공포감도 영화 속에 잘 담겨 있습니다. 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남자를 경계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 등 여자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생생하게 녹아있어요. 이러한 장면들이 가감 없이 담겨있기 때문에 '셰릴'의 PCT 도전기가 영화 속 안전한 공간 속에서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셰릴'의 PCT가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내면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 혹은 실화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와일드>는 반드시 봐야 할 영화이기도 합니다.




버려뒀던 인생을 되새김하며 걷는 길, P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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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은 인생이 최악으로 떨어졌을 때 문득 PCT에 관련한 책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PCT란 Pacific Crest Trail의 약자로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시작하여 캐나다 국경까지 걷는 트래킹 코스를 의미하며 총 4,270km입니다. '셰릴'은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PCT에 도전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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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 PCT의 시작에서 '셰릴'이 들고 있는 짐은 본인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를 가진 것으로 짐을 들고일어나기 위해서는 온몸에 힘을 실어 안간힘을 주고 일어나야 할 정도입니다. '셰릴'의 짐은 그가 PCT에 오기 전에 혼자 지고 걸어왔던 인생의 짐의 무게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는데요, PCT가 진행되면서 '셰릴'은 점점 짐을 줄여가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모두 의미 있고 필요할 것 같았던 짐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셰릴'이 자신이 지고 걸어야 하는 짐의 무게에 점점 익숙해지고 이를 잘 다루는 방법을 깨달아가면서 PCT에서의 여정은 점점 자아 찾기의 일환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셰릴 스트레이드', 인생에서 갈 길을 잃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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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은 이혼 후 자신의 성을 '스트레이드'로 스스로 정했습니다. '스트레이드'는 길을 잃었다는 의미로, 엄마가 떠난 뒤 마음을 좀처럼 다잡지 못하는 '셰릴'에게 '스트레이드'는 딱 맞는 이름이기도 해요. 스스로 본인의 상태를 잘 알고 성을 정했다는 점에서 마음이 짠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이킹을 시작하면서 '셰릴'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처럼 결코 길을 잃지 않는데요, 인생의 긴 방황을 끝내고 가야 할 길을 정한 후 걷기 시작했다는 것으로도 앞으로의 '셰릴'이 새롭게 태어나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로 되돌아갈 것임을 알 수 있는 지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고난이 끝나갈 무렵 '셰릴'의 독백 중 "슬픔의 황야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후에야 숲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찾았다"는 말은 확실히 마음에 와닿게 됩니다.




결국 인생이란 혼자 걷는 하이킹과 비슷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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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인생의 전부였던 '셰릴'은 허무하게 엄마를 잃은 후로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길 잃은 사람처럼 방황합니다. 스스로도 자신이 왜 이렇게 망가진 것인지 의아해하면서도 다시 용기를 내어 걸을 힘이 없어요. 그는 남편이 있음에도 마약과 남자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고 이혼 후에도 이러한 행동은 변하지 않습니다.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생각한 PCT에서는 너무나 많은 과거의 실수와 추억, 생각이 계속해서 교차하며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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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혼자 걷고 짐을 지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셰릴'의 표정은 점점 단단해져갑니다. 하이킹 중간중간 만나는 사람들에게 겁을 먹고 피하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를 얻기도 하며 조금씩 홀로 서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와일드>는 '셰릴'의 인생의 중심에 서 있던 엄마를 조금씩 떠나보내며 자신의 인생의 주체성을 찾고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내기 때문에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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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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