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는 여전히 물에 잠겨있을까?
지난 주, 베네치아 홍수의 위력은 해외토픽으로 언급될 만큼 막강했다. 그리고 이틀에 한번씩 연이어 2차례 더 홍수가 밀려왔다. 베네치아가 일주일 내내 홍수에 시달리다보니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베네치아를 검색하면 홍수가 연관검색어로 검색 될 정도다.
더불어, 베네치아에 살고 있으면서 가이드 활동을 하고 있는 나에게 베네치아 여행과 관련된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베네치아가 여전히 물에 잠겨있는 건지, 장화는 필요한지, 투어는 진행 가능한지, 날씨는 어떤지, 물 높이는 어떤지, 현재는 어떤 상황인지. 기타 등등등. 최근 며칠사이에 정말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다.
오늘은 때 마침 쉬는 날이기도 했고, 일기예보를 보니 날씨도 좋고 물 높이도 적당해서 오전만이라도 베네치아 본섬을 아내와 함께 한번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며칠간 보행자의 편의를 돕던 임시다리는 물이 빠지고 나니 오히려 통행에 방해가 되는 듯하여 하나둘 접고 있었고, 3번의 홍수로 인해 물질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은 상인 분들이 아침 일찍부터 피해복구에 주력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못쓰게 된 물건과 청소를 하며 나오는 쓰레기까지 추가되어청소부분들이 평소보다 2배는 더 많이 활동하는 것 처럼 보였다. (정말 많은 분들이 수레를 끌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부지런히 다니시면서 한가득 채워오는 모습을 끊임없이 볼 수 있었다.) 5일 전에 130~150cm의 밀물시간 때, 장화를 신고 걸었던 길들을 다시 찾아가 보니 언제 물에 잠겼냐는 듯이 말끔하게 물이 빠져나간 후였다.
08시-09시는 관광객보단 현지주민, 학생, 출근하는 사람들로 베네치아 본섬이 분주한 시간 때이다. 비록 피해는 많이 발생했지만 도시의 활력만큼은 홍수 이전이나 이후나 큰 차이는 없었다. 여러가지 물건을 실은 배들도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일찍 상점을 오픈한 가게들은 창문 청소부터 시작해서 날씨 좋을 때 대 청소를 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11월은 유독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이다. 이탈리아 전역이 홍수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시기에 찾아온 오늘과 같은 햇빛은 정말 반가웠다. 거리에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지난 일주일 내내 비와 아쿠아알타(홍수)로 인해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 지냈을 모습이 상상이 되어 조금은 안쓰러웠다.
여행업계에서 11월의 이탈리아는 비수기로 이야기 되곤 한다. 썸머타임 해제 이후 급격히 짧아진 해 시간과 예측이 어려운 날씨, 그리고 이따금씩 몰아치는 추위에 대비하는 옷차림까지,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처럼 가을 햇살 비추는 날이 온다면 여행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야외든 실내든 어디에서나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짧게는 한달, 길게는 1년전부터 여행을 준비하곤 한다. 특히나 유럽은 거리가 워낙 멀다보니 다시는 못 올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갖고 보다 철저히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 며칠동안 이탈리아 전역에 쏟아지고 있는 폭우와 베네치아에서 발생했던 아쿠아알타 등의 뉴스를 접하다보면 누구나 11월의 여행계획(또는 이후의 여행계획)이 제대로 진행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 많은 문의가 들어 오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네치아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아쿠아알타 현상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현재상황을 뭐라 설명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물 높이가 160cm 면 사람 키만큼 잠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은 물 높이-섬 높이(대부분이 80cm 이상) 해야 실제 물에 잠기는 높이라는 점은 누가 설명 해 주기 전에는 모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궁금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사실, 베네치아의 아쿠아알타(홍수) 현상은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다만 이러한 현상을 방어하기 위해 준비 중인 모세 프로젝트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 기후 변화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홍수 발생 시 물 높이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고 있고 횟수 또한 늘어가고 있는게 문제다. 상인들은 가게안으로 들어오는 물을 막아보려 상가 입구에 물 막이도 설치하고 가장 아래 진열대의 물품을 위로 올려보기도 하지만 그 것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의 현실적인 대응방안은 딱히 없다. 그저 모세 프로젝트가 하루 빨리 성공하길 바라는 수 밖에..
오늘 베네치아 본섬을 한바퀴 둘러보면서 현장 소식을 전해줄 사진과 영상을 간단히 담아봤다. 오랜만에 만난 햇살이 반가울 법도 한데 내일 예보된 폭우와 언제 다시금 발생할지 모르는 홍수의 불안함 속에서 오늘도 부지런히 청소하고 피해복구에 힘쓰던 사람들을 떠올려보니 마음이 무거운 하루였다. 하루 빨리 모세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아쿠아알타의 위험 속에서 벗어난 베네치아를 만나고 싶다.
- 글/사진 : 유로자전거나라 이상호 가이드 (유튜브 : 이태리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