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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보니, 불안과 죄책감을 함께 낳았어요

죄책감 육아에서 벗어나 완주하는 법 - 쑥쑥찰칵 (1)

by 미미


"7세 고시"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뽀로로'를 '뽀요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은 'ㄹ' 발음을 어려워하죠? ) 일곱 살 아이들이 한 줄로 앉아, 서울대생 언니 오빠들도 어려워했다는 문제들을 풀고 있는 모습을 다큐를 통해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아니.. 17살이 아니라 7살이요.. 충격이었어요. (그 나이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대단한거 아닌가요?)


그리고 시험이 끝난 후 아이가 "엄마, 몇 점 맞을 것 같아. 뭐가 어려워서 그냥 찍었어"라고 말하고, 그걸 들은 엄마가 "엄마가 찍지 말랬잖아. 모르면 그냥 풀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답하는 대화를 들으며 2차 충격..


아직 'ㄹ' 발음도 서툰 일곱 살 아이들이, 자신의 성적을 예상하고 엄마에게 점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라니요. 경쟁을 하다 하다 이제 고작 일곱 살 아이들까지 고시 아닌 고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경쟁은 어디까지 빨라질까요? 이 끝없는 경쟁의 승자는 대체 누가 될까요? 그리고 대체 왜 이런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계속 반복되는 걸까요?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모든 현상의 시작점이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순수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특히 '부모' 역할은 이번 생이 처음이잖아요. 처음인데 잘 모르겠고 막막한데, 주변에서는 제가 하는 모든 선택이 우리 아이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아이의 삶을 잿빛으로도 무지개빛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는 그랬어요 ㅠ) 어쩌면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느꼈던 부분들(아닌 분들도 많다는 것을 물론 압니다. 하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때문에, 저는 저 스스로가 많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우리 아이만은 '나보다 더 인정받고, 더 멋지게, 돈도 더 많이 벌고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부모님은 못 해주셨더라도 나는 꼭 그렇게 해주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죠.


바로 이 지점에서 엄청난 압박이 생깁니다. 저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선택이 최고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습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면 그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여서 아이를 키우면서 챙겨야 할 것들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수유텀, 모유수유, 완벽한 집안일, 자기 관리, 일, 이맘때 꼭 가야 할 여행, 꼭 입혀야 할 옷, 꼭 먹여야 할 음식 리스트까지... 챙겨야 할 것들은 줄어들지 않고 자꾸만 늘어났습니다.




죄책감. 죄책감. 죄책감.

이 모든 '해야 할 일'들의 무게는 결국 '죄책감'으로 돌아왔습니다. 죄책감, 죄책감, 죄책감... 육아는 어쩌면 죄책감과의 싸움인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몸무게와 키로 등수가 매겨지고, 아이가 작아도 커도 엄마는 본인 탓을 합니다. (호르몬 탓도 있을 거예요! � 물론 아닌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ㅠ) 제 아이는 41주 차에 나왔고, 늦게 나온 것도 저의 운동 부족 때문은 아닌가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낳는 중에도 난산이어서 결국 긴급 제왕 절개를 했을 때, 20시간 진통 끝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에도 '자연분만이 좋다던데, 면역력 샤워한다던데...' 하며 죄책감에 빠져 논문까지 뒤져보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이제 '모유수유'라는 미션이 주어집니다. 애 낳고 바로 모유가 콸콸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은 충격이었죠. 모유수유 역시 엄청난 노력과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모유량이 적은 편이었고, 아이는 항상 모유를 먹고도 배가 고파서 울었습니다. 30분씩 양쪽을 물리고 분유를 먹이면 1시간 30분이 흐르고, 1시간 뒤에 다시 모유를 먹여야 하는 생활을 한 달 넘게 반복했습니다. 모유가 아이에게 좋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어떤 책에는 '엄마가 술 담배를 해도 모유가 분유보다 낫다'고까지 쓰여 있더군요. (ㅠㅠㅠ 아니 이렇게까지...ㅠㅠㅠ) 결국 저는 6개월 혹은 1년간 모유만 먹이는 '완모'를 하지 못했고, 또다시 죄책감에 사로잡혔습니다. '모유를 안 먹었는데 똑똑할 수 있을까? 건강할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지만, 그때는 그 죄책감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아이를 낳고, 모유를 주는 과정에서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 저는 '아니야,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앞으로라도 진짜 엄청 잘 키워야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아무도 제가 못 키웠다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수유텀'과 '통잠' 교육에 돌입했습니다. '이것만큼은 꼭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저녁 7시 30분부터 아이에게 초점을 맞춘 수면 루틴을 철저히 지켰죠. '내가 좋은 모유를 못 줬으니 최대한 좋은 분유를 줘야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최고로 해줘야지.' '최고, 최고...' 그때부터 꿀팁, 국민템, 체크리스트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크린샷 2025-05-19 오후 3.16.04.png 첫째 낳고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육아 시장은 어떻게 불안을 상품화했나

맘카페, 지식인, 주변 이야기, 논문 정보, 유튜브, 블로그... 엄청나게 많은 정보 속에서 우리 아이에게 최고로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 헤맸습니다. 물론 그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못한 것들이 쌓이면 또다시 미안해지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내가 모유를 못 줘서 그런가 봐' 싶어 비싼 비타민과 유산균을 찾았습니다. 이맘때 먹어야 한다는 배도라지, 작두콩차... 저는 아무거나 먹으면서도 아이에게는 무항생제 한우를 사주려고 했습니다. (비싸서 자주 좌절했지만요.)


힘들어서 SNS를 보면 더 좌절했습니다. 아이 데리고 여행도 잘 다니고, 비싼 유모차에 카시트... '안전에 돈 쓰는 건 당연한 거지' 하면서도 계속 우리 아이와 우리 집을 비교하게 됩니다. SNS에 꿀팁 게시글을 저장해두고, 국민템을 체크해서 꼭 삽니다. 해내야 할 일들이 계속 늘어나는데, 저는 왜 이렇게 지쳐있을까요?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살이 쪘지?' 자책하며 해야 할 일 리스트에 '다이어트'까지 추가됩니다. 와... 저 이거 쓰면서 그때 동굴 속에 파고들었던 제 모습이 떠올라 PTSD가 올 뻔했어요. �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많은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으면서 저는 중요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너무 슬프게도, 우리 부모들이 "나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 바로 그 불안을 자극하며 이 거대한 육아 시장과 교육 시장이 성장해왔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부모의 불안을 자극해 소비로 연결시키는 메커니즘을 형성했습니다. "국민템", "꿀팁", "필수 코스" 같은 키워드는 '모든 아이가 같은 것을 해야 한다'는 동질성을 강요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고, 우리의 경제 수준이나 가치관,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삶의 모습 또한 모두 다른데 말이죠. 다른 아이들이 다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뒤처질 거라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그냥 여기서 시키는 것만 다 사고 다 해내면 난 왠지 잘하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을 심어줍니다. "나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은 "이 정도는 해야 평균 이상의 부모야!"라는 공식을 만들어 냅니다.




"평균 이상의 부모"가 "평균 이상의 아이"를 바랄 때

"나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라는 좋은 의도는 육아 시장을 만나 "이 정도는 해야 평균의 부모가 된다"라는 공식을 만들어내고, 이는 불필요한 소비와 경쟁을 조장하며 육아 시장을 더더욱 키웁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라는 평균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그리고 그 수준을 맞추기 위해 내 스스로를 얼마나 희생해야 하는지를요.


그렇게 스스로를 갈아 넣어 '평균 이상의 부모'가 되려 노력해온 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우리 아이도 당연히 평균 이상의 아이여야 하지 않을까?' 이제 시장의 모습이 육아 시장에서 유아 교육 시장으로 옮겨가며 경쟁은 더 치열해집니다.


초등학교 1학년 시험이 폐지되면서 오히려 7세 고시 같은 사교육 기관 시험이 생겨난 것은 참 아이러니입니다. 공교육 안에서 경쟁을 없애려 해도, '우리 아이가 지금 어느 정도인지' 불안한 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에서라도 아이를 평가받고 싶어 하고, 평균 이상인지 이하인지 가려내려 합니다.


물론 모든 부모가, 모든 아이가 이런 경쟁에 내몰리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육아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조차 '요즘 애 키우려면 엄청 힘들다더라, 경쟁 심하다더라'라고 인식할 만큼, 경쟁 구도에서 아이를 힘들게 키운다는 이미지가 언론과 SNS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아이를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장벽으로 다가옵니다. 아이들은 학교 안팎에서 끊임없이 경쟁을 경험하며 자라고, 부모 또한 그 경쟁에 함께 내몰립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에서 시작된 마음은 '나는 좋은 부모일까?' 하는 불안을 거쳐, '이 정도면 좋은 부모지!'라는 안도를 얻기 위해 경쟁에 참여하고, 결국 '우리 아이도 평균 이상일 거야'라는 기대로 이어지는 인식의 흐름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경쟁의 결과: 높은 성취도, 낮은 행복지수

이러한 경쟁 교육의 결과는 어떠할까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청소년 학업 성취도는 최상위권이지만, 일주일 학습 시간은 49.4시간으로 가장 깁니다. 핀란드 학생보다 20시간, 일본 학생보다 17시간 더 공부하고 있죠.


그런데도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OECD 37개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입니다. 높은 성취도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낮은 행복지수. 이상하지 않나요?


최근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가 20년간 하락하고 있다는 결과는 더 충격적입니다. 특히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공교육, 사교육 모두에서 소외되며 상위권과 하위권 격차만 심화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OECD 국가에서 사교육이 뒤처진 학생들을 위한 '치료 전략'으로 쓰이지만, 한국에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더 잘하기 위한 강화 전략'으로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경쟁이 필연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선택하고 만들어낸 구조적인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중세 서양에서 경쟁이 '악'으로 여겨져 죄악으로 규정된 역사적 사실이나, 독일 교육의 아버지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경쟁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교육에 반하는 원리"라고 단언한 것은, 경쟁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가치임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끝없는 경쟁의 굴레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경쟁 대신 '성장' 그 자체를 응원할 때

저는 이 끝없는 경쟁과 불안 속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그리고 제가 요즘 취미로 하고 있는 마라톤과 이 스타트업 사업의 여정을 겪으면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성장은 '누가 더 빨리 가나' 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지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끝까지 나아가는' 긴 여정, 즉 마라톤과 같다는 것을요.

성장의 본질은 남보다 앞서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지는 것입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통해 배우고,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다시 일어설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힘은 비교와 압박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지지와 격려에서 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성장은 완주'라는 저의 믿음이 담아 만든
서비스가 바로 쑥쑥찰칵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쑥쑥찰칵 안에 아이의 성장을 숫자로 평가하거나 남과 비교하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제했습니다. 아이의 성장 과정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이야기인데, 여기에 표준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저희는 '기록'과 '연결'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했습니다. 부모님이 불안의 시선 대신 사랑의 시선으로 아이의 순간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통해 아이의 성장을 천천히 되짚어보며 '우리 아이, 정말 잘 자라고 있구나' 하고 스스로 확인하며 안심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가장 든든한 응원군인 가족들이 함께 아이의 여정을 응원하고, 부모님이 '혼자가 아니다'는 힘을 얻도록 연결했습니다. 가족들의 따뜻한 '좋아요'와 댓글 하나하나가 아이에게는 세상 가장 큰 응원이 되고, 부모에게는 불안을 이기는 단단한 힘이 될 것입니다.


쑥쑥찰칵은 아이의 성장을 경쟁이 아닌 축복으로 여기고, 불안 대신 행복을 선택하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이 소중한 육아 여정을 안전하게
'완주'하려는 당신의 마음을 응원합니다.


이제 불안과 비교는 잠시 내려두고, 아이와 함께, 가족과 함께, 그리고 쑥쑥찰칵과 함께 당신의 속도로 행복하게 완주하세요. 꼭 쑥쑥찰칵이 아니어도 됩니다. 어느 수단을 통해서라도 우리 아이와 내 속도를 기록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육아 여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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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쑥쑥찰칵을 만드는 제제미미 대표 미미입니다.

앞으로 글을 통해 제가 왜 쑥쑥찰칵을 만들고 있고 어떤 문제를 해결 하려고 하는지. 제가 추구하는 비교 없는 행복 육아와 삶의 완주라는 가치를 어떻게 제 일상속에서 실현하고 있는지 나누려고 합니다.


6년차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CEO로서,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는 워킹맘으로서, 그리고 명상하며 꾸준히 달리는 한 명의 러너로서... 이 외에 다양한 역할과 경험을 통해 제가 배우고 고민하는 지점들이, 아마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님들, 혹은 자신의 삶과 일을 사랑하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여러분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꾸준히 제가 발행하는 이야기들이 서로에게 용기와 지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바로 다음 글에서는 오늘 나눈 이야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끝없는 경쟁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육아 기준'을 세우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꿀팁 없는 육아가 정말 가능할지, 그리고 부모 자신의 직관을 믿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볼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지금까지 미미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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