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나
여름이 오면 무기력증이 고질병처럼 따라온다.
열대야가 계속되면 잠도 설치고 겨우 잠들어도 더워서 땀범벅이 된채로 악몽을 꾸고 깨기 일수다.
그나마 요즘은 알바하는 빵집에 가서 에어컨을 쐬는 것이 삶의 낙이다.
이러다 발화하겠다 싶을때 쯤 도착해서 에어컨 앞에 등땀을 말리고 서있으면 정말 문명의 발전은 대단한 것이라고 감탄하게 된다.
그런데 왜 나는 발전된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가?
사실 우리집 거실 구석탱이엔 너무 가만히 서있기만해서 벽인 줄 알았던 에어컨이 하나 있다. 4년 내내 작동하는 꼴을 못보았기 때문에 에어컨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대체 왜 틀지 않냐고 묻지도 않았다. 딱 봐도 고장난 것 같은데 누구 한 명 나서서 버리기 눈치싸움 중인 듯 하다. 입을 열었다간 나한테 청소해서 버리라고 할 것 같아 가마니하는 중임.
우리 집은 한여름에도 많이 덥지 않아서 선풍기만 있어도 죽지는 않는다.
다만 문 닫고 컴퓨터를 켜는순간 찜질방이 되서 몇시간 방송을 하다보면 개처럼 헐떡대고 있는 내자신을 발견..
쿨매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만이 날 이승에 붙잡아 주고 있는 잇템들!
쿨매트는 세 장이나 있기 때문에 뜨거워질때까지 등딱지에 대고 있다가 갈아껴면 아주 좋다.
무기력증이 와서 게임 하기도 귀찮아졌다. 세상에 게임도 못할 날씨가 오다니. 곧 우리나라 망고 키워서 먹을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