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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맹희 May 19. 2019

5월 제주여행 첫날

비수기에 가는 여행이 얼마나 꿀잼이게요

우리 가족은 여행을 사랑한다. 

 어렸을 땐 가족들끼리 해외 여행을 자주 다녔었는데 안타깝게도 자아 형성 전이라 기억이 잘 안나고 크고 나선 자동차타고 국내 이곳저곳을 거의 주말마다 다녔다. 대학 졸업 즈음 해서부터는 국내 여행도 전혀 못가게 되었는데 아마 친구들이랑 다니는 여행에 맛들려서 그런 것 같다. 

그러다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엄마와 나의 자본으로 근 15년 만에 비행기타고 가족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너무 무서운 제주에어

출발 2주전 급하게 항공권을 찾았는데 다행히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 

가족 여행의 최대 장점은 바로 차가 있다는 것 ^_^   한동안 뚜벅이 여행에 너무 익숙해져 짐은 최대한 가볍게! 숙소는 무조건 교통의 요지에! 어딜 가도 대중 교통 시간을 채크해야했다.

하지만 이 여행은 새벽 6시 비행기를 예약해도 공항과는 먼 곳에 숙소를 잡아도 짐을 한다발 꾸려가도 자동차와 아빠와 엄마만 계시다면 무섭지 않다구!


제주도행이라 그런지 저가 항공 중에서도 제주에어가 가장 저렴했던 것 같다. 

삿포로 갔을 때 제주에어 타고 너무 흔들리고 무서워서 다시는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또다시 저렴한 가격에 굴복하고 말았다. 


13일(월) 일정


제주공항-렌트카-용두암-(아침)해장국-함덕해변-만장굴-비자숲길-성산일출봉 스벅-호텔-(저녁)해산물-호텔



아침 7시 제주도 도착! 

약간 흐렸지만 서울에선 보기 힘든 높은 하늘과 야자수가 어우러져 굉장히 생소했다. 

제주도에 야자수가 자라는 줄 몰랐다. 그리고 용두암 앞에서 처음 만난 돌하르방. 


이제보니 왼쪽 위 하늘에 날아가는 비행기가 찍혔다.


용 머리 모양의 바위라고 해서 용두암인데 정말 귀여웠다. 

사진으로 다시보니 약간 생쥐모양 같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약간 진짜 용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빠는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왔던 이야기를 하셨다.

 난 어제 먹은 점심도 가물가물해서 사진을 뒤져봐야 아는데 도대체 아빠는 고등학교 시절을 어떻게 아직도 기억하는지 참 신기하다.



배가 고파서 아침 식사를 하러 간 곳. 엄마가 선지해장국은 싫다고 해서 맑은 해장국집을 찾아왔더니 맑은 해장국도 안먹는다고했다. ^^ 맑은 해장국은 처음 먹어봤는데 숙주가 잔뜩 들어가있어서 국물이 시원했다. 매콤하지 않았으면 살짝 심심할 뻔 했는데 청양고추를 같이 주셔서 다행이었다.

판두부는 서비스로 주셨는데 두부가 쫄깃하고 야채 간장양념도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너무 맑고 예쁜 해변! 그리고 누군가 진행한 무민 처형식..


잠시 들른 해변. 첫 날엔 날씨가 좀 흐려서 바닷바람이 굉장히 선선했다. 모래사장을 지나서 바위 끝자락에 올라서니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댔는데 머리가 떡질 정도였다. 그리고 누군가 기다란 막대기에 무민 인형을 꽂아놓았는데 바람에 색이 바랜건지 눈동자가 흰색이어서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신기하고 추웠던 만장굴


처음가본 동굴. 밑으로 내려가니까 되게 춥고 생각보다 더 어두웠다. 바닥을 잘 보고다녀야지 넘어지기 딱 좋은 돌바닥이었음. 엄마는 굴 속이 무서웠는지 중간에 자꾸 나가자고했지만 우리 가족에게 후퇴란 없다. 한번 들어왔으니 끝까지 보고 나가자며 한참을 걸어서 들어갔다. 관광객들 대부분이 중간에 포기하고 나가서 끝쪽은 한산했다. 되돌아 나오는 우리한테 길이 대체 언제 끝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ㅎㅎ



코스를 돌고 나오니 입구에 고양이 한마리가 자고 있었다. 애기 하나가 만지고 사진찍고 난리를 쳐도 죽은 듯이 자길래 설마 진짜 죽은건 아니겠지 하고 유심히 봤는데 다행히 그냥 자는 거였다. 경계심 없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데도 숙면하는걸 보니 돌봐주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비자림 쥬라기공원에 온줄 알았다.

만장굴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비자림 산책로. 나무들이 굉장히 커서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울창한 숲길이다. 이렇게 크고 많은 나무들이 모여있으니 꼭 쥬라기 공원에 온 것 같았다. 피톤치드를 흡입하면서 1시간쯤 걸었는데 너무 졸려서 중간부터 자면서 걷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진짜 졸고 일어났는데 10미터쯤 이동해있었다.


비자림 산책 후에는 잠시 성산일출봉 근처 스벅에 들렀다. 원래는 성산일출봉을 올라가려고 했는데 빡빡한 행군으로 모두들 지쳐있었기 때문.. 너무 졸려서 커피가 땡기기도 했다.

녹차 티라미수와 데니쉬


제주도에서만 파는 녹차 티라미수가 있어서 먹어봤는데 많이 안달고 맛있었다. 이날 말차라떼를 먹어봤어야 했는데 까먹고 커피 마셔버림!! 그리고 호텔가는 길에 화장실에 가고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주유소에 들러야 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서귀포에 위치했고 트리바고에서 저렴하게 예약했는데 진짜 무지 엄청 심하게 실망스러웠다. 사진으로 볼땐 넓고 깨끗해보였는데 구석구석 너무 더럽고 (심지어 샤워실 수채도 막혀있었음) 쇼파는 다 헤져서 구멍뚫려있고 온수는 20분~30분 쓰면 다시 데워야된다고 그 이상 쓰지 말랜다. 수건도 두장뿐이라서 갖다달라고 전화를 5번하는데 받지도 않고.. 아침엔 주방 직원들끼리 쌍욕을 하고 소리지르고 싸우는데 이게 뭔가 싶었음ㅋ 프론트 직원은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안하고 딴청피우고 하여튼간 엉망이었다.


짐을 내려놓고 발닦고 잠시 쉬었는데 아빠 친구의 친구분이 애월에서 음식점을 하신다고 연락이 왔다. 싱싱한 해산물 먹을 생각에 신나게 출발했다.


전복이랑 소라회가 이렇게 맛있는거였다니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한 머구리집이었는데 핵꿀맛ㄷㄷ 모듬 해산물 메뉴랑 해물짬뽕을 시켰는데 해산물 안좋아하는 엄마랑 나도 호로록 완전 맛있게 흡입했다. 전복회랑 소라회를 처음 먹어봤는데 하나도 비리지 않고 고소하고 꼬들꼬들한게 너무너무 맛졌다. 해물짬뽕은 안에 면은 없고 해산물과 야채 찌개처럼 나왔는데 웬만큼 떠먹고 라면사리를 추가하면 주방에서 면을 따로 꼬들하게 끓여서 갖다주신다. 그걸 시원한 해산물 짬뽕국물에 담궜다가 먹으니까 천국맛이었음. 배고파서 호닥닥 흡입했다. 제주도에서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었다.ㅠㅠ



가게 앞에서 만난 고냥이들. 사람이 지나가건 말건 누워서 멀뚱멀뚱 쳐다보고있다. 알고보니 가게에서 밥을 챙겨주고있었다. 귀여워라!


침대에 누우니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


첫날은 이렇게 엄청난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새벽 1시 30분에 일어나서 저녁 9시까지 쉴새없이 이동했으니 모두 피곤해서 바로 씻고 누웠다. 자기전에 엄마랑 '이웃집에 신이 산다'라는 영화를 봤는데 재미있었다. 졸린 눈을 꿈뻑꿈뻑하며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잠들었는데 아빠랑 동생이 새벽에 배고프다고 소곤소곤 부시럭대는 소리에 깨서 아침까지 또 못잤음. 졸려서 투덜대는데 아빠가 흑돼지 육포를 한조각 주셔서 우물거리면서 2시간 정도 더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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