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생긴 뒤에 가장 먼저 한 일이 신용카드를 만든 것이었다.
현금은 귀찮고,
체크카드는 써봤자 아무 혜택이 없고,
그래서 아무 고민 없이 쓰기만 하면 각종 혜택을 주는 신용카드가 딱이었다.
대학 때부터 오랫동안 가계부를 써왔기에
신용카드에 따른 과소비 같은 건 다른 세상일 뿐.
그동안 참 많이도 긁고 또 긁었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신용카드 쓰기가 적합한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지.
마치 내가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
우습지만 그걸 신용카드를 긁으며 느꼈다.
요즘은 레드카드를 쓴다.
예쁘고, 포인트도 많이 주고, 바우처도 좋고.
오늘 같은 레드카드를 쓰는 세 사람이 우연히 만났는데 왠지 반갑더라.
카드도 예뻐야 하는 시대!
레드카드를 쓰다 보니
그 위인 퍼플, 블랙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간다.
천박스럽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 인간이니까. 혜택이나 연회비 상관없이 그냥 쓰고 싶다.
그것이 간지.
나는 블랙카드를 쓰고,
레드카드는 부모님께 드리고 마음껏 쓰시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부자만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