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 #꽤괜찮은해피엔딩
18살의 고등학교 2학년 나는 좋아하거나 따라다니던 연예인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당시 최고의 신간 '지선아 사랑해'를 읽고 이지선이라는 작가의 나름 열렬한 팬이 되었다. 매일 수시로 그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녀의 글들을 읽으며 울고 웃었고 (잊을수 없는 주바라기 ezsun.net) 홈페이지의 배경음악으로 깔렸던 거의 모든 찬양들도 왠만큼 외울수 있었다. 어느날 큰 용기를 내어 방명록에 짧은 글을 올렸는데 그 글에 언니가 '특별히' 나만 한줄 댓글을 달아줬었다. 그 때 그게 너무 좋다고 온 집안을 토끼처럼 뛰어다니며 환호하고 같이 살던 호스트 가족들에게 그렇게 자랑에 자랑을 해댔다. 그때 쯤 학교에서 '나의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에 대해서 에세이를 쓰라고해서 한번 만나본적 없던 지선언니에 대해 썼다.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을 알고 믿고있지만 언제나 내 소원과 안정을 보장해주셔야하는 요술램프 지니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불의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것만 같은 상황에도 하나님을 찬양, 감사하는 언니가 나에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렇게 지선언니의 팬이된 내가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대견하고 귀여우셨나보다. (지금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러함ㅎㅎ) 대학교 1학년때 혜경이의 소개로 만난 나의 영원한 베프 혜영이와 처음으로 보스톤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혜영이가 어렸을때부터 정말 친하다는 유학생 언니가 자신의 숙소에 나까지 우리 둘을 재워준다고 했다. 그곳은 바로 지선언니의 집이었다. 그 때의 얼떨떨함이란... 그런데 그 2006년 보스턴에서의 얼떨떨함이 바로 지금 2022년 언니가 12년만에 냈다는 신간이 나오자마자 시골 포항에서 더 시골 펜실베니아까지 책을 사인해서 '손수' 보내준 책을 받았을 때 다시 생각났다. 그렇다. 하나님은 이렇게 최고의 서프라이즈 감동 선물 가득해주시는 분이시다.
18살때 읽은 지선언니의 책은 다이나믹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같은 느낌이었다면 이제 37살에 읽는 지선언니의 새 책은 오랫동안 봐온 옆집언니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으로 읽었다. 그런데도 공통점이 있었으니 책을 읽으며 느낀 감동과 눈물이었다. 언니의 유머스럽고 술술 읽히는 글들을 깔깔거리며 읽다가도 평소에는 짜도짜도 한방울 나오지 않는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19년 전에 느낀 드라마틱한 감동과는 다른 종류의 그런 잔잔한 감동이 가득한 책이었다. 언니가 책값보다 더 비싼 우표를 붙여 직접 보내준 그 책을 받아봤을 때부터 울컥 하긴 했다. 나에게 이지선 작가라는 연예인을 나에게 '지선언니'라는 16년 인연으로 선물해주신 하나님을 기억하게 해주는, 그리고 또 다른 나의 삶에 역사하신 수많은 보물들과 기적들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하나님의 선물같은 언니의 신간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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