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이 생겼다. 어린 시절 은행놀이 할 때 쓰던 가짜 동전처럼 작다. 무게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걸 어디다 쓰나. 편의점 계산대에 기부함이 있었던가? 다시 돌아가자니 괜히 멋쩍어 집으로 향했다. 10원의 자리를 찾다가 협탁 위 액세서리 트레이에 올렸다. 귀걸이와 작은 향수 사이에 놓인 10원. 어울리지 않을 법한데도 묘하게 조화로웠다. 오래된 기억이 꽃잎 하나 툭 떨어지듯 무심히 떠올랐다.
중학생, 내 교복 치마 주머니엔 영문 모를 10원과 50원짜리가 몇 개 들어 있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가려던 나는 어딘가에 걸려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주머니 속 동전이 나 대신 찰그랑찰그랑 바닥에 쏟아졌다. 창피했다. 모른 척 후다닥 책상에 앉았다. 어차피 다 해 봐야 100원도 되지 않는 돈, 일말의 미련도 없었다. 서랍에서 교과서를 꺼내는데 같은 반 남자애가 내 이름을 불렀다.
“야. 돈 떨어졌어.”
대꾸하지 않자 그 애는 직접 동전을 주워서 책상 앞까지 다가왔다.
“이것도 돈이야.”
앞뒤로 무슨 말을 더 했는데 기억나는 건 그 한마디뿐이다. 평소 불량한 남자애들과 어울리며 온갖 장난을 치던 애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였다. 넘어질 뻔했던 순간보다 100배는 더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제는 더 작고 가벼워진 동전 하나. 잊고 지냈던 가치가 무겁게 다가온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48612451#repor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