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찾기

by 달과별


날씨가 좋아 풍경이 예쁜 카페를 찾았던 날이었다. 2층 테라스에 앉아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하던 때 뒤편에 한 남녀가 자리를 잡았다. 곧 읽고 있던 책 내용보다 더 흥미로운 대화가 두 귀를 사로잡았다.

“지피티가 이런 이름은 어떠냐는데?”

“별로야.”

“질문을 다르게 해 볼까?”

출산을 앞둔 부부인 듯했고, 아이 이름을 챗GPT에게 추천받는 중이었다. 인공 지능에게 아이 이름을 지어 달라니. 그렇게 중요한 일을 맡긴다는 사실에 순간 충격을 받았다. 작명소를 찾지는 않더라도 부부가 고심하며 직접 이름을 짓는 게 옳지 않을까? 구시대적인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겐 낯설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부부의 의견은 엇갈렸다. 한쪽은 요즘 흔하게 쓰이는, 유행처럼 번진 이름을 피하고 싶어 했고 다른 한쪽은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였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GPT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여러 이름을 하나씩 불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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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놀랍기만 했던 광경이 점점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을 고르기 위해 몇 번이고 질문을 바꾸고 소리 내어 불러 보는 그들의 모습은 꽤 진지했다. 인공 지능의 도움을 받았을지언정 그 중심엔 여전히 두 사람의 마음이 단단히 자리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름은 누가 지어 주었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지어졌느냐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다정하게 불러 줄 사람이 있다면 그 이름은 이미 멋진 이름이 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모쪼록 부부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이름이 찾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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