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몇이더라.”
완주군 동상면 시평마을.
정만순(84) 할머니 집을 찾아갔을 때 마당까지 커다란 텔레비전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할머니는 불이 꺼진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참이었다. 나이를 여쭈니 정말 기억이 안 난다는 표정이다. 한참을 같이 계산을 해본다. 할머니는 올해 84세.
할머니 집은 예쁜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만순 할머니가 시집와서 쌓은 돌담이니, 거의 70년의 시간 동안 그의 집을 단단하게 감싸고 있는 셈이다. 저 돌담 너머로는 이름 모를 꽃들이 마당에 가득. 할머니가 직접 심은 왕벚꽃나무는 이 산골의 추운 날씨 때문인지 아직 꽃망울을 환하게 터트리지 않았지만, 두 그루의 왕벚꽃나무가 꽃을 터트리면 그의 집은 정원이 된다.
“저 꽃이 얼매나 예쁜데. 마을 사람들도 지나가다 예쁘다고 사진 찍어가고 그려. 꽃 이름은 다 모르지만 난 꽃이 좋아. 꽃이 피면 이렇게 마당에 나와서 봐. 꽃이 지면? 텔레비전 보러 들어가지.”
할머니가 집 마당에 앉아 남편이 묻힌 산소가 있는 즈음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우리 아저씨 산소가 저 산 위 골짝(골짜기)에 있어. 저번에 손주가 할아버지 산소 쪽을 보더니 ‘할아버지가 할머니 오래오래 사시라고 말씀하시네요’라고 하더라고. 난 다시 태어나는 건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만약에 태어나면 아저씨랑 그냥 또 살려고. 건강해야지. 내가 아프면 자슥들이 고생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