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혁신이란 단어는 언제나 반짝거린다. 마치 인류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꿀 일대 사건이 눈앞에 펼쳐질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요즘 혁신의 아이콘은 단연 AI다. 이름부터 기품 있는 도구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ChatGPT, DALL-E, Midjourney. 눈을 감고 외쳐도 세련된 느낌이 물씬 난다.

"AI를 쓰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AI가 곧 창작의 중심이 될 것이다."
전도사들은 말한다. 그리고 그 말들은 어딘가에서 복사-붙여넣기 된 듯이 반복된다.

그럴싸하다. 하지만, 잠시만 생각해보자.
우리는 정말 AI를 '이해하고' 있는가? 아니면 감탄하면서 소비하고 있는가?

요즘 AI 활용법을 가르친다는 이들이 넘쳐난다. 워크숍도 열리고, 유튜브 강의도 범람한다. AI가 보고서를 자동으로 써주고, 기획서도 뚝딱 정리해준다고 한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AI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AI를 활용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정말로 AI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본 적이 있는가? 제목은 그럴싸하고, 문장은 매끈하다. 그러나 문장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그 안은 낯익은 클리셰들의 무더기다. 전략은 평이하고, 통찰은 없다. 심지어 문장은 어딘가 수상할 정도로 친절하다. 그 순간 깨닫는다. AI는 평균을 너무 잘 낸다. 그것이 문제다.

AI는 인간의 사고를 대체하는가? 아니다. AI는 인간의 흔한 사고를 복제할 뿐이다. 그것은 놀라운 계산기이자 인상적인 자동화 장치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도구라 해도, 그 도구가 곧 창작의 주체가 되는 일은 없다. 성능 좋은 붓이 산수화를 그려주지는 않는다. 붓은 여전히 사람의 손에 쥐어져야 그림이 된다.

AI가 쓴 글은 논리적이고 문법적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고민'이 없다. 망설임도 없다. 뜸도 들이지 않는다. 인간의 글이 독자에게 닿는 이유는, 그것이 너무 완벽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주저하며 써 내려갔기 때문이다. 문장의 결, 단어의 온도, 비유의 엉뚱함. 이런 것들은 인간이 시간을 들여 ‘살’ 붙인 흔적이다. 그 흔적이 독자에게 감정의 여운을 남긴다.

AI는 빠르다. 그러나 빨리 쓴 글이 반드시 좋은 글은 아니다.
AI는 정확하다. 그러나 정확함이 곧 진실은 아니다.
AI는 효율적이다. 그러나 창작은 때로 비효율이라는 늪을 건너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행위다.

문제는, 도구를 쥐었다고 모두 장인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AI를 쓸 줄 안다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질문을 던지는 능력, 그 질문을 바탕으로 다시 고치고, 덜어내고, 뒤엎는 용기. 그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 문장을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다. AI는 "이렇게 써보세요"라고 제안할 수는 있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말해줄 수는 없다. 거기에서 창작의 본질이 갈라진다.

그래서 묻는다.

우리는 AI로 무엇을 할 것인가?
아니, AI가 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혁신이란, 도구의 등장이 아니라 그 도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든다고 해도 우리는 손을 놓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결과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AI는 대체물이 아니다. 확장 도구일 뿐이다.
그리고 그 확장이 어디를 향할지는, 결국 우리 자신이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