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산다. 삶을 산다.’ 마케터의 센스가 돋보이는 중의적 표현의 제목에 끌렸다.
파는 사람이 사면서 생각한 것들, 그러면서 사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 책은 간결하고 꾸밈이 없다. 책을 읽는 내내 왠지 모르게 하루키가 떠올랐다. 그를 좋아할 거라 짐작했는데 역시나 책 말미에 하루키를 향한 작가의 고백이 있더라. 나 역시 최근에 다시 읽은 하루키 덕분에 러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인데 장인성 작가는 거기에 기름을 붓고 불까지 확실히 붙였다. 덕분에 내 책상 옆에는 새로운 러닝화와 예쁜 러닝벨트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제 런너가 될 일만 남았다.
작가가 중간중간 소개한 제품, 서비스와 장소등을 하나씩 찾아보느라 끝까지 읽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 덕택에 플레스테드 모빌, 허먼밀러 같은 제품에도 관심이 생겼고 알라딘 장바구니에는 테드창, 조너선 하이트, 나카무라 요시후미 등의 책들이 잔뜩 담겨졌다.
마치 오래된 친구와 옆에서 대화를 나누듯 읽었던 책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를 꼭 한 번 만나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책을 읽으며 인상에 남았던 구절을 몇 개 옮겨본다.
말로는 하지 않을 부자연스러운 문장은 쓰지 않는다. 쉬운 말을 어렵게 쓰지 않는다. 짧아도 될 문장을 길게 늘여 쓰지 않는다. 멋져 보이는 단어와 기교로 장식하지 않는다. 없어도 상관없는 부분은 뺀다.
나이가 어리다고 아랫사람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걸 보고 듣고 자신의 오랜 지식과 경험을 업데이트하고자 한다.
지난날 좋았던 이야기는 덜 하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많이 하기.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It is not possible to step twice into the same river)’ - 시계를 보며 자각하는 지금이란 영원의 시간 속 찰나의 순간이며 동시에 모든 시간이기도 하다.
인간의 의지력은 약한 힘이다. 독자님의 의지력이 유독 약한 게 아니라 원래 인간류의 의지력은 약하다. 싫어도 견뎌내는 의지력 말고 하고 싶은 힘, 즐거워하는 힘, 좋아하는 힘을 써야 한다.
스페인에서 출발시간이 되어도 출발하지 않는 시외버스를 모두들 당연하게 여길 때, 뉴욕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팁을 주면서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 그들과 나의 당연함이란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된다. ‘당연하지’라는 말이 얼마나 주관적이며 일방적인지도 ‘언제나 모두에게’ 당연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내가 읽는 것들이 내가 된다’ - 내가 잘나고 똑똑해서인 줄 알았던 많은 것들은 결국 내가 읽고 공감했던 사람들의 문장으로부터 온 거였다. 읽고 나서 곧 잊어도, 외우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해도 그 문장들은 내가 선택하고 움직이는 데 줄곧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