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가영 Nov 26. 2023

[드라마 리뷰] 슬기로운 의사 생활

인간미 넘치는 의학드라마

겉으로는 평범한 대학병원의 의사일지언정, 조금은 특별한 삶 속에 놓인 그들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

고된 일상으로 인하여 이리저리 치이고, 멍든 현대인이 잠시 쉬었다 갈 그늘로 남아주기를….




*본 글에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줄거리가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밝힙니다.


율제병원의 의사계 어벤저스를 소개합니다.

흉부외과 김준완 교수(배우 정경호)

“저 의사는 왜 저렇게 싸가지가 없어요?”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다. 단지 후배들과 환자의 시선엔 단호하고 냉정한 사람으로 보일 뿐. 생과 사의 순간 앞에선 늘 이성적이고 엄격하게 행동하는 교수님이다.

그러나 속마음까지 차가운 인물은 절대 아니다.

“김준완. 지 제자들한텐 또 엄청 잘해요.”

그 누구보다 후배를 아끼고 사랑한다. 이는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간담췌외과 이익준 교수(배우 조정석)

의대에 입학하던 시절부터 졸업하는 과정까지도 모두 다 수석으로. 특히 간 이식 수술 분야에선 레전드나 다름이 없다.

“그렇다고 공부밖에 모르는 인물일까?”

노는 것도 늘 1등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선 늘 진지할지언정, 평소에는 유머러스함과 친화력까지 모두 놓치지 않는다.


산부인과 양석현 교수(배우 김대명)

늘 뚱한 표정의 은둔형 외톨이. 타인과 어울려 웃고 떠드는 삶보단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 거리다가도,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면 자리를 피하기 바쁘다.

그래도 산부인과를 찾는 산모들에겐 늘 슈퍼스타다.

“석형이가 그렇게 산모들에게 인기래.”

산모를 향한 다정함이면 다정함. 실력이면 실력. 이 두 가지를 모두 다 갖췄다. 덕분에 양석형 교수의 외래가 있는 날이면, 그의 진료실 앞은 늘 북적인다.


소아외과 안정원 교수(배우 유연석)

어벤저스 친구들 사이에선 뒤끝 작렬, 질투쟁이, 고집불통. 그러나 소아외과 내에선 부처로 불린다.

‘그의 모태신앙은 천주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부처가 되었을까?’

율제그룹 회장의 막내아들로서 율제병원 소아외과에 머문지도 어느덧 20. 그는  세월 속에서  한순간도 다정함을 놓친 적이 없었다. 특히 병원을 찾는 어린이 환자에게는 더더욱. 좋아하는 여자, 그리고 아픈 아이들 곁을 떠날  없음에 오랜 꿈이었던 신부도 포기하고 만다.


신경외과 채송화 교수(배우 전미도)

늘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으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그녀도 후배와 환자들에게 소홀한 모습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뇌에 대한 공부가 재밌냐고 묻는 후배의 질문엔

“난 좀 재밌어.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지 않니? 내가 왜 뇌를 선택했는데. 알면 알수록 재밌어.”

라고 답했다. 뇌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이에 따른 애착도 그 누구보다 강하다.

소개한 순서대로.(왼쪽에서 오른쪽 방향)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속 <공룡능선>

의대 동기로 인연을 맺은 김준완, 이익준, 양석현, 안정원, 채송화. 이들은 사실 등산 동아리의 멤버였다. 대학 시절, 안정원 교수가 설악산에 위치한 ‘공룡능선’에 오르고 싶어 만든 동아리의 이름인 ‘공룡능선’. 네 명의 친구들과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등산할 마음이, 특히 공룡능선에 찾아가겠다는 마음은 더욱 없었다. 가더라도 설악산 입구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것. 이 과정만 반복될 뿐이었다. 결국 등산 동아리의 일원으로서 등산을 할 수 없게 된 지는 오래다. 마침내 동아리 구성원들이 모두 원했던 밴드 활동만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유지된 율제병원의 의사계 어벤저스가 가진 은밀한 취미 생활, 밴드 모임 <공룡능선>. 그들은 드라마 속에서 여러 곡을 연주했다. 원곡 가수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 원곡 가수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등등의. 그중에서도 이 리뷰에서는 아래 두 곡에 집중해 보셨으면 한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_원곡(가수 이한철 ‘슈퍼스타’)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누에 속에 감춰진 너를 못 봐. 나는 알아, 내겐 보여. 그토록 찬란한 너의 날개.
겁내지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_원곡(영화 국가대표 OST ‘butterfly’)

두 곡 모두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될법한 따스한 가사말이 인상적이다. 더불어 ‘슬기로운 의사 생활’ 속의 어벤저스도 내 기억 속에 따뜻한 존재로 남아주었다. 그들의 내뿜는 정겨운 인간미에 취했다.


이들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


“애가 매년 어린이날 마다, 돌아가신 아빠 때문에 울면서 보낼 수는 없잖아요.”

5살 아들을 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들과 짜장면을 먹기로 한 약속을, 평생 지킬 수 없게 되었다. 교통사고를 당하며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러고는 장기기증을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의 시간은 5월 5일 밤 11시 50분이었다.

수술을 빠르게 진행한다고 가정해 보면, 아들은 매년 찾아올 어린이날마다 울면서 보내야 할 텐데. 고민 끝에 담당 교수가 내린 결정은 다음과 같았다.

“심장 적출하는 것, 10분만 미뤄도 될까요?”

아버지의 기일을 5월 6일로 늦춰주는 것. 그게 최선이었다. 비록 올해 어린이날엔 웃을 수 없을지언정, 앞으로 마주할 어린이날까지 슬픔에 잠겨살지 않도록 도왔다. 교수님의 따뜻한 배려였다.




소개한 하나의 에피소드를 포함하여, 보다 더 많은 인간미가 묻어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라면, 그보다 더 행복한 세상이 존재할까?’ 싶은 생각도.

‘만약 내게 큰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아픈 순간이 찾아온다면, 부디 위와 같이 따뜻하고 좋은 교수님을 만날 수 있기를….’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어서

현재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넘어지고, 지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보다 더 많은 그들에게 이 드라마를 추천해 보고 싶었다. 사람 사는 따뜻한 이야기를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으로 조금이나마 작은 위로를 받아 가길 희망하면서.

“괜찮아, 잘 될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따뜻한 노래말과 함께.


*본 리뷰에서 인용된 대사와 사진의 저작권은 모두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과 관련된 공식 사이트에 있음을 밝힙니다.

*본 리뷰의 초점은 의학 지식 및 배경이 아닌, 그 속의 인간미에 맞춰져 있음을 밝힙니다.

작가의 이전글 [책 리뷰]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