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넘치는 의학드라마
겉으로는 평범한 대학병원의 의사일지언정, 조금은 특별한 삶 속에 놓인 그들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
고된 일상으로 인하여 이리저리 치이고, 멍든 현대인이 잠시 쉬었다 갈 그늘로 남아주기를….
*본 글에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줄거리가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밝힙니다.
율제병원의 의사계 어벤저스를 소개합니다.
흉부외과 김준완 교수(배우 정경호)
“저 의사는 왜 저렇게 싸가지가 없어요?”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다. 단지 후배들과 환자의 시선엔 단호하고 냉정한 사람으로 보일 뿐. 생과 사의 순간 앞에선 늘 이성적이고 엄격하게 행동하는 교수님이다.
그러나 속마음까지 차가운 인물은 절대 아니다.
“김준완. 지 제자들한텐 또 엄청 잘해요.”
그 누구보다 후배를 아끼고 사랑한다. 이는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간담췌외과 이익준 교수(배우 조정석)
의대에 입학하던 시절부터 졸업하는 과정까지도 모두 다 수석으로. 특히 간 이식 수술 분야에선 레전드나 다름이 없다.
“그렇다고 공부밖에 모르는 인물일까?”
노는 것도 늘 1등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선 늘 진지할지언정, 평소에는 유머러스함과 친화력까지 모두 놓치지 않는다.
산부인과 양석현 교수(배우 김대명)
늘 뚱한 표정의 은둔형 외톨이. 타인과 어울려 웃고 떠드는 삶보단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 거리다가도,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면 자리를 피하기 바쁘다.
그래도 산부인과를 찾는 산모들에겐 늘 슈퍼스타다.
“석형이가 그렇게 산모들에게 인기래.”
산모를 향한 다정함이면 다정함. 실력이면 실력. 이 두 가지를 모두 다 갖췄다. 덕분에 양석형 교수의 외래가 있는 날이면, 그의 진료실 앞은 늘 북적인다.
소아외과 안정원 교수(배우 유연석)
어벤저스 친구들 사이에선 뒤끝 작렬, 질투쟁이, 고집불통. 그러나 소아외과 내에선 부처로 불린다.
‘그의 모태신앙은 천주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부처가 되었을까?’
율제그룹 회장의 막내아들로서 율제병원 소아외과에 머문지도 어느덧 20년. 그는 이 세월 속에서 단 한순간도 다정함을 놓친 적이 없었다. 특히 병원을 찾는 어린이 환자에게는 더더욱. 좋아하는 여자, 그리고 아픈 아이들 곁을 떠날 수 없음에 오랜 꿈이었던 신부도 포기하고 만다.
신경외과 채송화 교수(배우 전미도)
늘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으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그녀도 후배와 환자들에게 소홀한 모습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뇌에 대한 공부가 재밌냐고 묻는 후배의 질문엔
“난 좀 재밌어.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지 않니? 내가 왜 뇌를 선택했는데. 알면 알수록 재밌어.”
라고 답했다. 뇌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이에 따른 애착도 그 누구보다 강하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속 <공룡능선>
의대 동기로 인연을 맺은 김준완, 이익준, 양석현, 안정원, 채송화. 이들은 사실 등산 동아리의 멤버였다. 대학 시절, 안정원 교수가 설악산에 위치한 ‘공룡능선’에 오르고 싶어 만든 동아리의 이름인 ‘공룡능선’. 네 명의 친구들과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등산할 마음이, 특히 공룡능선에 찾아가겠다는 마음은 더욱 없었다. 가더라도 설악산 입구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것. 이 과정만 반복될 뿐이었다. 결국 등산 동아리의 일원으로서 등산을 할 수 없게 된 지는 오래다. 마침내 동아리 구성원들이 모두 원했던 밴드 활동만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유지된 율제병원의 의사계 어벤저스가 가진 은밀한 취미 생활, 밴드 모임 <공룡능선>. 그들은 드라마 속에서 여러 곡을 연주했다. 원곡 가수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 원곡 가수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등등의. 그중에서도 이 리뷰에서는 아래 두 곡에 집중해 보셨으면 한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_원곡(가수 이한철 ‘슈퍼스타’)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누에 속에 감춰진 너를 못 봐. 나는 알아, 내겐 보여. 그토록 찬란한 너의 날개.
겁내지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_원곡(영화 국가대표 OST ‘butterfly’)
두 곡 모두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될법한 따스한 가사말이 인상적이다. 더불어 ‘슬기로운 의사 생활’ 속의 어벤저스도 내 기억 속에 따뜻한 존재로 남아주었다. 그들의 내뿜는 정겨운 인간미에 취했다.
이들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
“애가 매년 어린이날 마다, 돌아가신 아빠 때문에 울면서 보낼 수는 없잖아요.”
5살 아들을 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들과 짜장면을 먹기로 한 약속을, 평생 지킬 수 없게 되었다. 교통사고를 당하며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러고는 장기기증을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의 시간은 5월 5일 밤 11시 50분이었다.
수술을 빠르게 진행한다고 가정해 보면, 아들은 매년 찾아올 어린이날마다 울면서 보내야 할 텐데. 고민 끝에 담당 교수가 내린 결정은 다음과 같았다.
“심장 적출하는 것, 10분만 미뤄도 될까요?”
아버지의 기일을 5월 6일로 늦춰주는 것. 그게 최선이었다. 비록 올해 어린이날엔 웃을 수 없을지언정, 앞으로 마주할 어린이날까지 슬픔에 잠겨살지 않도록 도왔다. 교수님의 따뜻한 배려였다.
소개한 하나의 에피소드를 포함하여, 보다 더 많은 인간미가 묻어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라면, 그보다 더 행복한 세상이 존재할까?’ 싶은 생각도.
‘만약 내게 큰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아픈 순간이 찾아온다면, 부디 위와 같이 따뜻하고 좋은 교수님을 만날 수 있기를….’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어서
현재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넘어지고, 지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보다 더 많은 그들에게 이 드라마를 추천해 보고 싶었다. 사람 사는 따뜻한 이야기를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으로 조금이나마 작은 위로를 받아 가길 희망하면서.
“괜찮아, 잘 될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따뜻한 노래말과 함께.
*본 리뷰에서 인용된 대사와 사진의 저작권은 모두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과 관련된 공식 사이트에 있음을 밝힙니다.
*본 리뷰의 초점은 의학 지식 및 배경이 아닌, 그 속의 인간미에 맞춰져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