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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 Jan 10. 2024

제과점의 일상 - 여기가 뭐하는 곳이에요?

studio 라는 이름을 가진 제과점의 숙명

'난 처음에 여기가 사진 찍는 곳인줄 알았어~ 스튜디오라길래'


종종 어머니 나이 대의 고객님들이 찾아오셔서 하시는 말씀이다. 스튜디오라는 이름은 확실히 제과점임을 강조하기엔 부족한 점이있다.



어렸을 때, 막연히 '나는 컨테이너라도 좋으니까 나만 작업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베이킹스튜디오면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다 실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베이커리나 카페 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스튜디오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유이다. 

나는 나의 제품을 마음껏 실험해 볼 공간이 필요했다. 

가게를 오픈 하기 전에는 집에서 주로 작업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생기는 문제점은 주방의 사용 시간이었다. 

내가 작업을 한 번 시작하면 30분만에 '짠!' 하고 나타난 적은 없다. 휴지를 시키고, 발효를 시키면서 천천히 기다리는 공정이 필요하다.  

집은 가족 구성원이 다같이 쓰는 공간이기 때문에 잠시 설거지를 씽크대에 넣어두면, 어느새 새로운 설거지 (예를들면 동생이 라면을 끓여먹고 난 냄비 같은 것들)가 내 도구 위에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생에게 빨리 치우라고 말하면 학원가기 전에 치운다고 말하곤 치우지 않고 나가는게 일상이었기에 공용주방은 내겐 고통이었다.



나의 작업공간이 생긴 후, 나름 행복을 찾았다. 나의 도구함, 내가 사용하는 재료만 들어있는 냉장고, 내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 자유로움.

가끔 정말 예쁜 제품이 나왔을 때, 혼잣말로

'그래 이래서 내가 요리하지' 라고 중얼거리기도 한다.

예쁘게 몽타쥬 된 오페라, 기가막히게 말린 소금빵, 예쁜 색감에 구수한 향까지 나는 치아바타 같은 것들 말이다.

장사가 잘 되는 것보다, 나의 제품이 잘 나왔을 때 행복을 느낀다. 



나는 이 곳에서 내 머릿속의 모든 걸 실험해 볼 예정이다. 잘 되면 제품이 되는거고, 안되면 마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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