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_4

by 먼산

늦은 오후 산동네의 골목 밖이 소란스러웠다. 귀에 익숙한 옆집 누나의 우는 소리와 그 누나 엄마의 큰 목소리가 동네 한 귀퉁이를 울리고 있었다. 궁금해서 그곳으로 갔다. 무언가 찢기고 태워지고 있었고, 누나는 큰 일이라도 난 듯 그걸 말리며 울고 있었다. 찢기고 태워지고 있는 것은 교과서와 공책, 그리고 책가방이었다. 나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교과서가 찢기거나 태워지는 걸 본 적이 없다. 취한 듯 보이는 아주머니는 기지배가 무슨 공부냐며, 공장 가서 돈이나 벌어 오라고 소리치고 있었고, 누나는 타나 남은 교과서와 공책을 챙기며 계속 울었다. 그날 이후 학교 가는 길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누나를 볼 수 없었다. 다만 어느 날 아침 책가방이 아닌 가방을 메고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 만원 버스에 급하게 올라타는 것을 본 게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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