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4장-2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BsZXzu4TQAfh-hBI_6_qEiblVsM.png “학교는 배우는 곳이 아니라, 서열이 먼저 박히는 곳이었다.”

[PART 2/3] 너를 품에 안으면 [4장-2부] — 철창 속 학교, 복도에 남은 비트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4-2)

몇 달 뒤, 가족은 퀸즈의 작은 아파트로 옮겼다.

한눈에 봐도 낡고 오래된 2층짜리 아파트.

벽과 벽이 가까워지자 현실이 목까지 차올랐다.

짐을 풀며 소년은 알았다.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걸.

형은 고등학교로, 소년과 동생은 중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소년과 동생은 “정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이런 곳이 학교라는 걸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받아들이지 못했다.

학교는 소년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소년은 자기 몸이 조금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건물은 컸지만 모든 문과 유리창엔

감옥을 연상시키듯 철장이 덮여 있었고,

자물쇠가 잠겨 있었다.


콘크리트로 덮인 운동장은 좁았고,
아이들의 목소리는 너무 빨랐다.

웃음은 웃음처럼 들리지 않았고,
장난은 장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소음 같았다.

학교 로비에 들어서자 다른 소음이 덮쳤다.


사물함 소리, 발소리, 웃음, 욕설—
모든 게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 소음 사이로
다른 리듬이 따로 흘렀다.

복도 한쪽에 모여 있던 몇몇 흑인 남학생들이
아무 악기도 없이 입으로 비트를 만들고 있었다.

혀를 차고, 입술을 튕기고,
목으로 “둥둥—” 하는 저음을 깔았다.

드럼도 없이,
그들은 복도 한쪽을 리듬으로 채우고 있었다.


누군가가 짧게 랩을 뱉으면, 옆에서 바로 받았다.
뜻은 못 알아들어도, 그게 TV에서 흘러나오던

그 박자라는 건 소년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말할 때도 리듬을 놓치지 않았다.

친구 이름을 부르는 것도, 장난을 치는 것도, 서로를 떠보는 것도
마치 비트 위에서 굴러가는 것처럼 들렸다.


옷차림도 그랬다.
헐렁한 티셔츠와 통 넓은 바지, 번쩍이는 운동화,
모자를 뒤로 눌러쓰거나, 후드를 머리 위로 걸친 채
걸음까지 화면 속처럼 리듬을 타고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그들은 이미 “보고 들은 것”을

몸으로 따라 하고 있었다.

소년은 그걸 멍하게 보다가,

갑자기 자신이 더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여긴 수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누가 더 크게 존재하는지 정해지는 곳 같았다.


교무실 근처의 작은 방.

동양계 여자,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선생님이 먼저 말을 걸었다.

“여긴 오늘부터 다니는 너희들 학교야.
학교 히스토리랑 규칙부터 짚고 갈게.”


선생님은 서류를 정리하다가 소년과 동생을 번갈아 보았다.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분명했다.

“너네 오늘부터 다니는 이 학교는 말이야,

애들이 진짜 다양해.”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애들도 많고,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어.
통역도 있고, 상담도 있고.”


선생님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췄다.

“근데…

절대 어울리면 안 되는 애들도 있어.”

그 말이 공기 속에 조용히 가라앉았다.

“특히 방과 후.
무리 지어 다니는 애들.”


그녀는 손으로 학교 밖 방향을 가볍게 가리켰다.

“쎄 보인다고, 말 잘한다고,

같이 있으면 안전할 것 같다고—
절대 따라가지 마.”


소년은 그때는 그 말의 무게를 몰랐다.
그저 ‘조심하라는 말이겠지’ 정도로 받아들였다.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못을 박듯 말했다.

“학교생활만 잘해.
수업 빠지지 말고,
쓸데없는 일에 끼지 말고.”


잠깐의 침묵.
“문제 생기면 꼭 와서 말해.”

그 말은 부탁이기도 했고, 경고이기도 했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한 글자가
너무 가벼웠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옆에서는 백인 선생님이 말없이 서류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이번엔 말 대신 종이에 적힌 규칙들이 영어로 줄줄이 있었다.

소년은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날 선생님의 경고는 ‘피하라’는 말이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말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 경고를 제일 먼저 잊어버린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소년보다 1–2살 많아 보이는 동양계 여학생 둘.
한 명은 길게 늘어뜨린 웨이브 헤어,
다른 한 명은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둘 다 짙은 화장, 미니스커트, 반짝이는 액세서리.
옷 색깔은 둘 다 검은색.


한국에선 그 나이엔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한국 성인 여자들 사이에서도 보기 힘든 분위기.

어린 소녀의 얼굴 위에
어른의 표정을 억지로 씌워 놓은 느낌.
그 어긋남이 더 불안했다.


소년과 동생은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가
다시 훔쳐봤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보면 안 될 것 같았고,
안 보면 더 초라해질 것 같았다.


웨이브 머리 쪽이 소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코웃음을 치듯 말했다.

“너희 새로 온 애들이지?”

한국어였지만 반말이었고, 어딘가 낯선 억양.

“따라와. 내가 보여줄게.”


말투는 반말이었고 친절함은 없었다.
짧은 머리의 여학생은 웃지도, 말도 걸지 않았다.
그저 소년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을 뿐이었다.

그 순간, 소년은 이유 없이

등과 겨드랑이 쪽이 서서히 젖어드는 걸 느꼈다.
긴장 때문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이곳에서는 ‘보이는 것’이 곧 힘이라는 걸


처음으로 감각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소년은 그때 처음 깨달았다.
여기서는 착한 얼굴도, 말 잘 듣는 태도도
아무 힘이 없다는 걸.


교실의 시선이 한꺼번에 꽂힌다.
웃음은 의미가 되고, 침묵은 안전이 아니게 된다.


—다음: [4장-3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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