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5장-1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v82vg5Zno5De6dYKKnpbar32Vsw.png “이곳에서는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걸.”

[PART 1/4] 너를 품에 안으면 [5장-1부] — 밀려난 집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5-1)

결국 소년은 집을 나왔다.
그건 도망이라기보다,
밀려난 결과에 가까웠다.

집 안에는 늘 같은 냄새가 맴돌았다.

술과 분노,
깨진 병에서 새어 나오는 알코올 냄새.


아버지는 매일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내가 미쳤지.”

“내가 왜 한국을 떠나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
“다 너희들 때문이야.”
“너희 때문에 여기 와서 이 꼴이 된 거야.”


말은 점점 의미를 잃고,
소리만 남았다.
병이 바닥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가

저녁과 밤의 경계를 대신했다.


그 와중에도 형은 말없이 공부에만 매달렸다.

반면 소년과 동생은 점점 집으로 향하는 발길이 늦어졌다.

밖에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때릴 때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됐고
맞을 때도 침묵이 허락됐다.


하루씩, 한 걸음씩.
“오늘은 늦게 들어가도 되는 이유”가 쌓이면

어느 순간엔 그냥—

집이 아닌 곳이 집이 되어버린다는 걸
소년은 너무 일찍 배웠다.


소년은 비행청소년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애들,

집에 돌아가지 않는 애들,
밤을 거리에서 보내는 애들.

그들은 서로의 과거를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각자가 왜 여기 있는지
아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 속에서
소년은 다시, 익숙한 얼굴들을 봤다.

학교 모퉁이에서
자기를 둘러싸고 때리던 애들.

비웃음이 먼저였고,
주먹은 그다음이었다.


담배 연기 사이로
낄낄거리며 흘리던 조롱 섞인 말투.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던 눈빛.

끝난 줄 알았던 과거가
그 순간 아직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아났다.


“야, 저 새끼들… 너 예전에 말했던 그 새끼들 아니야? 기억나지?”

소년은 그쪽을 가만히 바라봤다.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낮게 중얼거렸다.

“맞아. 그때 나 깠던 새끼들.”


그 말이
소년의 안쪽을 긁었다.

복수심은 뜨거웠다.
하지만 방향은 없었다.

그들과 마찰은 잦아졌고,

사소한 말은

주먹과 쇠파이프, 칼,
심지어는 서로 간의 총싸움으로까지 이어졌다.


골목에서,
공원에서,
지하철 입구에서.

싸움은 점점 커졌고

웃음은 점점 사라졌다.


TV 뉴스가
그걸 증명하듯 흘러나왔다.


— 동양 갱단 간 총격.
— 한국계 청소년 사망.
— 용의자 미상.


소년은 뉴스를 보다가
전원을 꺼버렸다.

그 얼굴들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이 있던 친구들 중 몇몇은

영웅이라도 된 듯

그날의 일을
영웅담처럼 떠들어댔다.


“야, 그때 봤냐? 걔 눈… 정말 겁먹은 표정이었어.”

“근데 우리 진짜 큰일 날 뻔했어. 총알이 조금만 옆으로 갔으면… 너 끝이었지.”
“하… 걔네 총 진짜 ㅈㄴ못 쏘더라. 바로 앞인데도 한 명도 못 맞추냐?”


옆에 있던 여자애가 장난처럼 영어를 섞었다.

“Yeah, we were like five feet away. LOL.”

(자막: 진짜로… 몇 걸음 거리였어. 하… 웃기지.)


웃음이 나와야 할 타이밍인데
웃음은 오래 붙지 못했다.

누군가 담배를 비벼 끄다가
손에서 미끄러뜨렸고,
불씨가 바닥에서 튀었다.


아무도 바로 주워 들지 못했다.

다른 애가 갑자기 말을 빨리 했다.

“나… 볼링장 화장실에서 어떤 놈이 따라왔거든.”

“그리고… 총을 내 배에—딱.”


애는 웃으려고 입꼬리를 올렸지만
턱이 아주 조금 떨렸다.

손바닥이 배 위에서 한 번 더 눌렸다.

“Man… I almost shit myself.”

(자막: 그때… 진짜로 바지에 지릴 번했어.)

“총구가… 차갑더라. 금속이 아니라 얼음 같았어.”


듣고 있던 아이들—
남자도 여자도 가리지 않고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순간,

소년은 알았다.

이곳에서는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걸.


—다음: 5장-2부에서…
(소년은 한 소녀를 만나고, ‘평범한 방’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밤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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