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채워지지 않은 빈 곳

by 스팅비 StinGBee

7a1e266b-0444-4f10-b976-2b8a0c0f3ee2.png

가끔은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 날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다툰 것도 아니고,

특별히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스스로를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날.


오늘 꺼내온 음악은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입니다.

이 노래는 위로를 해주지도 않고,
억지로 괜찮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아주 조용하게 묻습니다.

지금의 나는,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맞는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은 조금씩 바뀝니다.
타인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모양이 달라지고,
어느 순간 문득 확인하게 됩니다.

내가 기억하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닮아 있는지.


그리고 마음 한쪽을 정확히 건드리는 문장이 있습니다.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이 문장을 듣는 순간,
괜찮다고 넘겨두었던 감정들이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채워지지 않은 빈 곳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이 노래는 이미 반쯤은 다 말해버린 것 같습니다.


멜로디는 조용히 흐르는데
생각은 점점 깊어지고,
마음은 조금 더 솔직해집니다.
선명해진 건 슬픔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에 대한 감각입니다.


저는 이 곡을 들으면
하루가 끝난 뒤 불을 끄기 전 잠깐의 시간이 떠오릅니다.
아무 소리도 없는 방 안에서
오늘 내가 어떤 표정으로 살았는지 돌아보게 되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보다
지금 서 있는 위치를 확인하는 시간이 더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확인이 끝나야

다음 걸음이 진짜 내 걸음이 되기도 하니까요.


혹시 오늘, 이유 없이 마음이 고요해지셨다면
이 노래를 한 번 끝까지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지금의 나를 천천히 바라보고 싶은 밤이라면
잘 어울리는 음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DJ StinGBee였습니다.


유재하 - 내마음에 비친 내 모습 1987


매거진의 이전글그대 눈물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