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붙잡는 밤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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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J StinGBee가 인사드립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밤 12시를 넘어 내일을 향해 천천히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을 넘기면 이번 주부터 일주일 동안, 저는 새벽 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야근을 해야 합니다. 몸도 마음도 분주한 시간이 이어질 것 같고, 여러모로 길고 조용한 한 주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바쁜 시간으로 들어가기 직전인 오늘 밤, 이상하게도 한 곡의 노래가 먼저 제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꽃보다 예쁜 여자 작가님께서 신청곡을 보내주셨고, 저는 그 곡을 받자마자 다른 것보다 먼저 이 노래부터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DJ StinGBee 추억의 팝송에서 조심스럽게 꺼내 보는 곡은 Andrea Bocelli, Matteo Bocelli의 〈Fall On Me〉입니다. 사실 이 노래는 스팅비도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처음 듣고도 오래 알고 있었던 노래처럼 쉽게 말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좋다고만 하고 지나가기에는 첫 느낌이 너무 깊었습니다. 그래서 신청곡을 받자마자 이 노래에 대해 먼저 찾아보고, 누가 부른 노래인지, 어떤 마음이 담긴 곡인지, 가사가 품고 있는 정서는 어떤 결인지 하나씩 천천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듣고 또 들으면서 느낀 것은, 이 노래가 단순히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진 곡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서로를 앞지르려 하기보다 조용히 감싸 안듯 이어졌고, 그 안에는 누군가를 세게 흔들어 깨우는 힘보다, 흔들리는 사람의 곁에 가만히 앉아주는 온기가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사를 길게 옮겨 적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이 노래는 누군가에게 “버텨라”라고 말하는 노래가 아니라, “이제는 조금 기대어도 괜찮다”라고 아주 조용히 말해주는 노래처럼 들렸습니다. 크게 울지 않아도, 크게 무너지지 않아도, 사람 안에는 오래 쌓인 피로와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요. 그래서 이 곡은 위로를 소리치지 않고 대신 품위 있게, 그리고 참 다정하게 이스팅비의 곁에 와 앉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점이 더 크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강한 척 버텨야 할 때가 있습니다. 괜찮다고 말해 놓고도 전혀 괜찮지 않은 밤이 있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더 조용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경찰이라는 일을 하다 보면 늘 누군가의 감정 앞에서 제가 먼저 흔들릴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서 있게 됩니다. 누군가는 무너지고,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분노를 쏟아내는 자리에서도 이상하게 저는 끝까지 침착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감정보다 기능이 먼저 움직이게 됩니다. 괜찮지 않은 날에도 괜찮다고 말하게 되고, 마음이 지쳐 있는 밤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다음 자리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노래는 그런 사람에게 억지로 힘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괜찮다며 가볍게 덮어버리지도 않습니다.
대신 모든 것을 조용히 알고 있다는 듯, 아주 품위 있게, 그리고 아주 다정하게 곁에 앉아 줍니다. 그래서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며 자꾸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 이 노래의 내용은 꼭 이스팅비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구나. 늘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쪽에 서 있던 사람. 쉽게 약한 모습을 꺼낼 수 없었던 사람.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 지나가야 했던 밤이 익숙한 사람. 말보다 침묵이 더 편해진 사람.


이 노래는 바로 그런 사람에게 이제는 잠시 기대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하게, 더 깊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어쩌면 자정을 지나 다시 바쁜 한 주로 들어가야 하는 지금의 저를 붙잡아줄 노래가 있다면, 바로 이 곡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크게 흔들어 깨우는 방식이 아니라, 조용히 옆에 있어 주는 방식으로. 버티라고 다그치는 대신, 잠시 기대어도 된다고 말해 주는 방식으로요.


꽃보다 예쁜 여자 작가님, 이렇게 깊고 아름다운 곡을 신청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신청곡을 받자마자 다른 것보다 먼저 이 노래부터 찾아보았고, 조심스럽게 듣고, 조심스럽게 들여다본 끝에 결국 이렇게 바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처음 듣는 노래였기에 더 쉽게 말할 수 없었고,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오늘 DJ StinGBee 추억의 팝송은 바쁜 한 주의 시작 앞에서 제 마음을 조용히 붙잡아 준 한 곡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저의 지쳐 가는 마음을 깊이 헤아려 주신 덕에 이렇게 깊고 아름다운 곡을 이 시간 올릴 수 있어서 다시 감사드리며 남은 하루 안전하고 평온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Andrea Bocelli, Matteo Bocelli – 〈Fall O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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