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Uncertainty) II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삶 앞에서

by 스팅비 StinGBee

지금 시간은 오전 1시 44분이다. 예상보다 훨씬 일찍 퇴근하게 됐고, 내일은 Good Friday라서 어쩌다 보니 3일 연속으로 쉬게 됐다. 이런 날은 괜히 마음이 먼저 현실을 의심한다. 정말 이렇게 쉬어도 되나 싶을 만큼, 갑자기 생긴 여유가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카운티 employee로 되어 있어서 시경찰보다 카운티 holiday를 더 챙겨 받는 편이다. 지금이야 이런 휴일도 조금은 편하게 받아들이게 됐지만, 신참이었을 때만 해도 이런 여유는 쉽게 내 것이 아니었다. 늘 눈치가 먼저였고, 쉬는 시간조차 완전히 쉬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그래서 오늘 같은 밤은 더 반갑다. 예상 밖으로 일찍 끝난 하루, 그리고 뜻밖에 이어진 3일의 휴일. 이럴 때면 오랜만에 나의 친구인 맥주와 시가와 함께 조금 더 천천히 이 밤을 보내고 싶어진다. 오늘은 장사 문제를 빼면 경찰 일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엄청 좋은 날은 아니었어도, 무사히 지나갔고 조용히 하루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밤이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경찰도, 장사도,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도 잠시 옆에 내려두고 그냥 나로 쉬어가려 한다. 맥주 한 잔과 시가 연기 사이로 지나간 하루를 천천히 돌아보면서, 모처럼 찾아온 이 밤의 여유를 끝까지 조용히 누려보고 싶다.


지금 문득 오늘 있었던 일과 경찰서에 처음 들어갔을 때가 함께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뭐든지 제대로 해 보겠다는 마음이 유난히 강했다. 특히 리포트를 쓰는 일만큼은 더 그랬다. 학교 다닐 때도 리서치하고 에세이 쓰는 걸 좋아했고, 나름 점수도 그럭저럭 잘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경찰 리포트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한 줄을 쓰더라도 더 정확하게, 더 있어 보이게, 더 완벽하게 쓰고 싶었다. 문장도 괜히 어렵게 쓰고, 표현도 최대한 정리해서 마치 어디 공식 문서라도 되는 것처럼 잔뜩 힘을 주고 쓰곤 했다. 그때는 그렇게 쓰는 게 잘 쓰는 거라고 믿었다. 복잡하고 단단해 보일수록 더 전문적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 기준에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정확해야 한다고 배웠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아카데미생도 시절 가드너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아주 강하게 남아 있었다. 그 안에서 작성하는 모든 리포트와 서류는 전부 정부 문서로 들어가는 것이니 절대로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100퍼센트 정확하게 쓰라고, 대충 얼버무리거나 애매하게 적는 습관은 처음부터 버리라고 강조했었다. 리포트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현장으로 나가면, 현실에서는 리포트의 한 단어와 한 문장 때문에 전체 케이스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이때 확실하게 배워 두라고, 정확하게 쓰는 습관부터 몸에 박아 넣으라고 여러 번 말했었다.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다. 나는 리포트 한 줄을 써도 괜히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단순히 보고서 한 장을 쓰는 게 아니라, 나중에 누군가의 진술과 사건의 흐름, 어쩌면 법정에서까지 들여다보게 될 문장을 적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문장에도 자꾸 힘이 들어갔다. 나름대로는 영화 속 법정 장면에서 흘러나올 것 같은 어려운 법률 용어와 법학 문장들까지 끌어와서 최대한 그럴듯하게 써 보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속으로는 그런 기대도 있었다. FTO가 내 리포트를 보고 “오, 스팅비. 잘 썼어.” 하고 칭찬해 줄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FTO는 프린트해 놓은 내 리포트를 묵묵히 읽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마디 해 주겠지 싶었다. 그런데 몇 줄 읽지도 않았는데 FTO의 입에서 먼저 한숨이 나왔다.

“What the... fuck... Are you trying to write a novel or something?”
(자막: 뭐야 이건… 너 소설이라도 쓰려고 한 거냐?)

그 순간 나는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의 피드백을 받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나도 속으로 똑같이 튀어나왔다.

“What the... What did I miss?”
(자막: 뭐지… 내가 뭘 잘못 본 거지?)


이어서 FTO가 내 쪽을 보며 말했다.

“야, 스팅비. 너 왜 리포트 하나 쓰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냐?”
“야, 스팅비. 너 이 리포트를 처음부터 다시 써. 경찰 리포트는 이런 식으로 쓰는 거 아니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잠깐 멍해졌다.
아니, 내가 뭘 이렇게까지 잘못 썼다고?
솔직히 순간적으로는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 시끼가 일부러 날 엿먹이려고 hard time(자막: 일부러 힘들게 굴기 / 고생시키기)을 주는 건가 싶기도 했다. 아무튼 그때 내 표정이 어땠는지는 지금도 기억난다. 열심히 해서 칭찬받을 줄 알았는데, 돌아온 건 다시 처음부터 써 오라는 말이었다. 허탈했고, 당황했고, 솔직히 조금 억울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FTO는 이어서 아주 단순한 말로 내 머리를 한 대 친 것처럼 말했다.


“경찰 리포트는 최대한 100퍼센트 정확하게 쓰되, 네가 쓴 리포트를 국민학생이 읽어도 알아들을 수 있게 써라. 이 세상에서 제일 바보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게 쓰란 말이야.”


그 말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돌아보면 그때까지의 나는 정확하게 쓰는 것과 어렵게 쓰는 것을 같은 쪽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정확한 문장이라면 당연히 복잡해야 하고, 있어 보여야 하고, 어느 정도 무게까지 실려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FTO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정확함이었다. 진짜 정확한 문장은 괜히 복잡한 말로 자신을 감추는 문장이 아니라, 누가 읽어도 바로 뜻이 전달되고 오해 없이 이해될 수 있도록 분명하게 써 내려간 문장이었다.


그 말이 처음엔 쉽게 와 닿지 않았다. 나는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했고, 내 머리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눈에는 최선이었던 것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오히려 쓸데없이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배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삶도 그렇다. 나는 분명 치밀하게 생각했고, 신중했고,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다. 그런데도 결과는 늘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방향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나는 정성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답답하다고 느끼고, 나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는다.


세상은 참 이상하다. 내가 아무리 계산하고 준비해도 삶은 늘 예상 밖으로 흘러간다. 요즘은 그 사실을 더 자주 체감하며 살고 있다. 지금 내 상황만 봐도 그렇다. 경찰 일도, 가게 일도, 앞으로의 방향도 한꺼번에 얽혀 들어오니 제대로 잠도 못 자는 날들이 이어지고, 머릿속은 쉬지 못한 채 계속 돌아가고,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어제도 잠시 시간을 쪼개 바쁘게 생각일기에 적어두었지만, 지금의 나는 마치 바닷물 한가운데서 코만 겨우 내놓은 채 버티고 있는 사람처럼 숨만 간신히 이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그런 상태에서 몇 시간을 잤는지도 모른 채 오늘도 다시 일을 나갔다. 며칠째 밤낮이 뒤바뀐 채, 이 머저리들이 벌이고 있는 No King Protest와 폭탄 테러 위협 때문에 오랜만에 메인 HQ 쪽으로 들어가게 됐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새로 들어온 어린 병아리 후배들이 있었다. 나는 방패랑 폭동 진압 장비를 챙기러 내려가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내가 FTO 시절 만났던 델라로사 경사가 답답하다는 얼굴로 다가오더니 저 병아리들 리포트 쓰는 것 좀 봐달라고 했다.


그래서 옆에 서서 그걸 보고 있는데, 문득 예전 내 모습이 그대로 떠올랐다. 잘해 보려고 힘은 잔뜩 들어가 있는데, 정작 중요한 건 놓치고 있는 그 모습이 꼭 그때의 나 같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이 먼저 열렸다.


“야, 니들 경찰 리포트는 어렵게 쓰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는 써야 하지만, 누가 읽어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써야 한다. 국민학생이 읽어도 알아들을 수 있게 쓰고, 이 세상에서 제일 바보가 읽어도 니들 리포트가 무슨 뜻인지 바로 알 수 있게만 쓰면 된다.”


그 말을 뱉고 나서 잠깐 멈췄다. 예전에는 그 말을 듣고 멍해졌던 내가, 이제는 어느새 그 말을 해 주는 쪽에 서 있었다. 삶이 꼭 이렇게 돌아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버티는 와중에도 사람은 배우고, 그 배운 걸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건네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아무 의미 없어 보일지라도, 결국 다 쌓여서 다음 장면으로 이어진다.



오후에는 오랜만에 친구 케빈을 만났다. 근처 스시집에 갔다. 케빈 말로는 아는 사람이 음식점 리뷰를 하는 인플루언서인데, 꽤 괜찮은 곳이라고 했다. 나는 원래 신선한 해산물과 회를 아주 좋아한다. 그것도 나름 알려진 인플루언서가 추천한 곳이라고 하니, 들어가기 전부터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처음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사시미도 초밥도 나름 깔끔하게 나왔고,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맛은… 개뿔이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이제는 맛조차 내가 기대한 것과 반대로 느껴지는구나 싶었다. 세상 일이 참 그렇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여도,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사람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내가 붙잡고 있는 현실도 그렇다. 그리고 더 웃긴 건, 요즘은 맛있는 음식조차 마음 편히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분명 배는 고픈데 머릿속은 복잡하고, 입으로는 뭔가 들어가고 있는데 마음은 거기에 가 있지 않다. 좋은 걸 먹고 있어도 그걸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날들이 있다.


생각해 보면 지금 내 삶도 그런 것 같다. 나는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고, 버티고 있고, 비어 있는 곳을 메우듯 하루하루를 채워 가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애써 채워 가면서도, 정작 그것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예상보다 이르게 끝난 퇴근길,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엄마가 해 주던 말이 떠올랐다.

“감사하지 못하면, 있는 것마저 빼앗긴다.” 늘 불평과 불만만 붙잡고 있지 말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라고 했다. 지금 내 손에 남아 있는 것들, 아직 내 곁에 있는 것들부터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던 그 말이 이상하게 요즘 더 자주 마음에 걸린다.


그러고 보면 주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그래도 너는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돈도 있고, 베네핏도 있지 않냐고 한다. 그런 것조차 없이 버티는 사람들은 다 털고 나오면 어떻게 사냐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묘해진다. 분명 내 형편도 답답하고 버거운데,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당연하게 여긴 것들 중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것들도 있다. 그래서 힘든 건 힘든 대로 남아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감사해야 할 이유를 다시 보게 된다. 그런데 또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감사와 별개로, 솔직히 지금 생각대로라면 다 내려놓고 싶다는 마음도 여전히 내 안에 있다.


그냥 Monday through Friday, 정해진 시간만 일하고, 휴가 받아서 한국도 가고, 여행도 다니고, 그렇게 조금은 가볍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젊은 시간을 다 써 가며 일만 하다가 정작 나중에 좀 쉬어 보려는 순간에는 몸부터 망가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삶, 가끔은 그게 정말 맞는 삶인가 싶어진다. 친구 케빈은 내가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도 자주 안 나오고, 늘 일이나 가게 이야기 속에만 묻혀 지내는 모습이 옆에서 보기 답답했는지 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늘 같은 말을 했다. 그렇게 다 쏟아붓고만 살지 말라고. 사람은 내려놓아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고. 젊을 때 모든 걸 다 갈아 넣고 살지 말라고. 그래서인지 요즘은 더 자주 고민하게 된다. 여전히 내 미래는 불확실하다. 내가 지금 붙잡고 있는 것들이 끝까지 나를 지켜줄지, 아니면 어느 순간 내가 먼저 손을 놓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특히 미국에서 살아오며, 장사하는 1세대와 1.5세대 사람들의 삶을 나는 정말 많이 봐 왔다. 젊어서 시작한 장사에 모든 것을 걸고, 영혼까지 갈아 넣듯 죽어라 일만 하다가, 언젠가 노후에는 조금 편하게 은퇴해서 남은 삶을 쉬며 살아보겠다고 버티던 사람들. 그런데 막상 그 시간이 올 즈음에는 몸이 먼저 무너지고, 병이 찾아오고, 결국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를 수없이 봐 왔다. 그런 모습을 너무 많이 봐 와서인지 가끔은 나도 모르게 겁이 난다. 나 또한 훗날 저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처럼 버티고 달리다 보면 정작 쉬어야 할 순간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이 정말 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인지, 아니면 언젠가 나를 먼저 무너뜨릴 짐이 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오늘 나는 다시 예전의 그 리포트를 떠올린다. 그때의 나는 분명 진심이었다. 내 방식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삶은 늘 내가 생각하는 최선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주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눈은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있었다.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내가 죽도록 붙잡고 있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은 정말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고, 어떤 것은 생각보다 빨리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걸 지금의 내가 아직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오늘은 큰 답을 내리기보다 그냥 이것만 인정하려고 한다. 삶은 내가 아무리 치밀하고 신중하게, 그리고 열심히 움직여도 절대로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내가 잘했다고 생각한 것도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사람은 좌절도 하고 허탈해지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우는 것까지 멈추면 안 되는 것 같다. 지금처럼 정신없는 날에도, 피곤해서 눈이 감기는 날에도, 세상이 내 계산과 다르게 돌아가는 날에도 그 안에서 하나라도 배우고 하나라도 더 단단해지는 사람이 결국 다음 장면을 맞이할 수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한 가지는 조금 알 것 같다. 삶은 내가 아무리 치밀하고 신중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도 절대로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어긋남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길이 사실은 아닐 수도 있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더 나은 방향이 따로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여전히 불확실하고, 여전히 피곤하고, 여전히 복잡하며,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은 무겁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있다. 예전에 누군가 내게 건네주었던 말이 오늘은 내 입을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있었고, 그런 작고 평범한 순간들이 쌓여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이렇게 정리해 본다. 완벽하게 맞추려고 애쓰기보다는,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게, 그리고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버티는 것. 어쩌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확실한 미래가 아니라, 이 불확실함 속에서도 계속 배우고, 버티고, 감사하려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한숨이 또 올라오고, 맥주는 점점 떨어져 가는데, 그래도 모처럼 난 이 시간만큼은 맥주와 시가를 곁에 두고 조용히 쉬어 가며 보내고 싶었다.


2026-04-03 오전 2: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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