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노래보다 먼저 떠오르는 그리운 사람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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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DJ StinGBee 인사드립니다!

또 예상치 않게 오래 경찰서에 붙잡혀 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은 다행히 조금 일찍 들어오게 되어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언제 또 갑자기 불려 나갈지 모르지만 최대한 글과 노래를 여러분께 올려드리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DJ StinGBee가 오랜만에 조금 재미있고도, 조금 설레고도, 지금 와서 생각하면 조금 미안하기도 한 옛이야기를 짧게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꺼내 보는 노래들은 사실 제게 처음부터 익숙했던 곡들은 아니었습니다. 노래가 한참 나온 뒤에야 알게 된 곡들이었고, 어쩌면 그래서 더 늦게, 더 깊게 마음속으로 들어온 노래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어떤 노래는 멜로디보다 먼저 사람을 데려옵니다. 첫 소절이 나오기도 전에, 얼굴 하나가 먼저 떠오르고, 그 시절 공기와 표정과 술 냄새까지 다시 살아나는 그런 노래들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세 곡이 제게는 딱 그런 노래들입니다. 이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안타깝게 먼저 떠난 제 절친 한 명이 떠오릅니다. 그 친구는 당시 유학생이었고, 한국에 있을 때 성악도 배웠던 친구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래를 부를 때면 확실히 달랐습니다. 그냥 노래를 좀 잘하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마이크를 잡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고, 고음이 올라가는 대목에 들어서면 이 스팅비는 물론이고 주위 여자들까지 같이 빨려 들어가듯 매료될 정도였습니다. 그게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 정말 옆방에 있던 여자들까지 문을 열고 들어와 다시 한 곡만 더 불러 달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그 친구는 당시 한국에서 꽤 알려진 연예인들과도 친구로 지낼 정도로 인맥도 넓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친구였습니다. 노래도 잘하고, 사람도 끌어당기고, 어디를 가도 시선이 먼저 가는 친구였습니다. 늘 주변에는 그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멀리서 그 친구를 바라보며 좋아하던 여자도 한 명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여자가 예쁘기로 나름 소문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참 사람 마음이라는 게 우습습니다. 저는 그 잘난 친구를 보며 질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친구를 멀리서 바라보던 그 여자를 또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친구대로 부럽고, 그 여자는 또 제 눈에 밟히고, 정작 저는 아무렇지 않은 척만 하고 있었으니 지금 돌아봐도 참 철없던 시절입니다.


그런 제 마음을 또 다른 누군가는 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같은 시기, 저를 좋아하던 여자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꼭 제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녀는 속이 이상한 듯 비비 노래를 자주 불렀습니다. 아마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제 쪽을 향해 자기 마음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시절을 세 곡으로 나눠서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1. 비비 - 비련

그녀가 자주 불렀던 노래 중 하나가 바로 비비의 「비련」이었습니다. 그 노래가 나오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방 안은 시끄럽고 사람들은 웃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노래만 시작되면 잠깐 공기가 가라앉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노래 자체의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때의 저는 이미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 노래가 그냥 신청곡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이 실린 노래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 당시의 저는 그걸 귀하게 받아줄 줄 몰랐습니다. 마음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괜히 더 무심한 척했고, 선을 긋는다는 명목으로 차갑게 굴기도 했습니다. 받아줄 수는 없어도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할 수는 있었을 텐데, 어렸던 저는 그게 잘 안 됐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안 한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다시 「비련」을 들으면, 멜로디보다 먼저 그녀가 노래 부르던 표정이 떠오릅니다. 애써 밝은 척하면서도 눈빛은 그렇지 않았던 순간, 저를 슬쩍 한 번 보고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던 그 짧은 움직임 같은 것들이 함께 떠오릅니다. 그때 저는 못 본 척했지만, 사실은 다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비련」은 단순한 추억의 발라드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진심을 너무 쉽게 지나쳐 버렸던 젊은 날의 제 무심함까지 같이 들려주는 노래입니다.



2. 비비 - 하늘땅별땅

그리고 그녀가 자주 부르던 또 다른 노래가 바로 비비의 「하늘땅별땅」이었습니다.「비련」이 마음을 숨기지 못한 노래였다면, 「하늘땅별땅」은 반대로 그 마음을 괜히 밝게 포장해 보려던 노래처럼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조금 더 발랄했고, 조금 더 귀여웠고, 조금 더 장난스러웠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노래가 나오면 저는 오히려 더 모른 척하기가 쉬웠습니다. 장난처럼 넘길 수도 있었고, 분위기 타서 웃고 지나갈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참 잔인하게도, 그 시절 제 시선은 늘 다른 곳에 가 있었습니다. 노래방 한쪽에서는 제 절친이 마이크를 잡고 있었고, 그 친구가 고음을 끌어올릴 때면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그쪽으로 모였습니다. 그리고 제 눈은 또 그 친구를 멀리서 바라보며 좋아하던 그 예쁜 여자 쪽으로 흘러가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저를 보고 있었는데, 저는 또 다른 누군가만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하고 미안한 장면입니다. 그녀는 아마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제 마음이 어디에 걸려 있는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다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애써 밝은 노래를 골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겁게 붙잡기보다는, 웃는 얼굴로 한 번 더 제 쪽을 보게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이제 와서 듭니다.


그래서 저에게 「하늘땅별땅」은 마냥 귀엽고 발랄한 노래로만 남아 있지 않습니다. 듣고 있으면 그 시절의 서툰 호감과 그걸 너무 가볍게 흘려보낸 제 철없음이 함께 떠오릅니다. 밝은 노래인데도 이상하게 조금 미안해지는 이유가 아마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3. 공일오비 - 신인류의 사랑

그리고 마지막은 이 모든 장면의 끝에 남아 있는 노래입니다. 바로 공일오비의 「신인류의 사랑」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저는 먼저 그 친구가 아니라, 그 시절의 제 모습부터 떠오릅니다. 조금은 취해 있었고, 거의 꽐라가 되어 있었고, 괜히 쿨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질투가 끓어오르던 젊은 날의 스팅비 말입니다.


그날도 분위기는 이미 친구 쪽으로 기울어 있었습니다. 친구가 마이크를 잡으면 방 안이 조용해졌고, 고음이 올라갈 때면 여자들은 대놓고든 몰래든 다 그 친구를 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술기운을 빌려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있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럽기도 했고, 지기 싫기도 했고, 괜히 내가 더 아무렇지 않아 보여야 할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 스팅비도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거의 취기가 오른 채, 속으로는 질투를 잔뜩 품고 **공일오비의 「신인류의 사랑」을 불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참 우습고도 솔직한 장면입니다. 겉으로는 그냥 신나게 부르는 척했지만, 사실은 그 노래 안에 제 오기와 질투와 자존심이 다 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 시절의 저는 말 대신 노래로 버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 너 잘났다. 그런데 나도 여기 있다.” 그런 마음으로 불렀던 것 같습니다.


더 웃긴 것은, 제 친구는 그런 저를 보며 다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 친구는 제가 왜 그 노래를 잡았는지, 왜 그렇게 괜히 더 큰 척 부르고 있는지 다 아는 얼굴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즐기듯 웃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저를 위로해 주듯 제가 좋아하던 노래를 다시 들려주곤 했습니다. 그게 참 이상했습니다. 얄밉도록 잘난 친구였는데, 또 결정적인 순간에는 꼭 그렇게 사람 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신인류의 사랑」은 제게 단순히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잘난 친구를 향해 품었던 질투, 그 친구가 뿜어내던 빛, 그걸 인정하기 싫으면서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제 젊은 자존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웃으면서 받아주던 친구의 표정까지 한꺼번에 떠오르게 만드는 노래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참 제능도 많고 재미있는 나의 친구였지만 제 곁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노래를 들으면, 단순히 “그때 참 재밌었지” 하고 끝나지 않습니다. 그 친구가 마이크를 들던 손, 웃던 얼굴, 사람들을 사로잡던 목소리, 그리고 그 옆에서 취한 척 질투를 숨기지 못하던 제 모습까지 다 같이 떠오릅니다. 결국 이 노래는 한 곡의 추억이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 시절 전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 친구가 제게 위로하듯 들려주던, 제가 정말 좋아하던 또 다른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래 이야기는 오늘은 여기까지 아껴두고, 다음에 따로 올려드리겠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세 곡보다 그 다음 곡이 제게는 더 오래 남은 노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세 곡을 꺼내 보았습니다.
비비의 「비련」,
비비의 「하늘땅별땅」,
그리고 공일오비의 「신인류의 사랑」.


한 곡에는 저를 바라보던 누군가의 조용한 진심이 있고, 한 곡에는 그 시절의 귀엽고도 서툴렀던 마음이 있고,
마지막 한 곡에는 잘난 친구를 향한 질투와, 그 친구를 끝내 잊지 못하는 마음이 함께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께도 아마 이런 노래가 한 곡쯤 있으실 것 같습니다. 멜로디보다 먼저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는 노래, 가사보다 먼저 그 시절의 술기운과 웃음소리와 마음의 방향까지 다시 데려오는 노래 말입니다.


오늘 밤은 그런 노래 한 곡을 조용히 꺼내 들어보셔도 좋겠습니다. 혹시 그 노래 끝에서 오래전 사람 하나가 다시 걸어 나와 인사를 건넨다면, 그것도 참 나쁘지 않은 추억 여행일 것입니다.


오늘도 함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J StinGBee는 다음 곡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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