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PART 3/3] 너를 품에 안으면 [9장-3부] — 트라우마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9-3)
(※본 편에는 폭력·총기 관련 장면과 심각한 상해/치명적 결과에 대한 묘사, 일부 욕설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감하신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빨간불.
차가 신호등 앞에서 멈춰 섰다.
그 순간—
운전석 옆으로 검은 승용차 한 대가
타이어 마찰음을 내며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끼—이—이익—!
진영이가 고개를 돌리며 내뱉었다.
“뭐야 저 새끼들—”
그리고 순간, 동시에—
타타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탕!...
탕! 탕! 탕!...
단발이 아니었다.
자동소총 같은 연속 사격이었다.
총성이 아니라—차체를 갈아버리는 진동이 먼저 왔다.
창문이 아니라—차 자체가 “찢기는” 소리가 났다.
툭—, 툭—,
파—파—팍...
청년 귀 옆으로 총알이 공기를 뚫고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슉—, 슉—, 슉—,
핑~!
청년은 본능적으로 몸을 최대한 아래로 눌렀다.
차 바닥에 밀착하듯 웅크렸다.
무릎이 시트 밑 금속에 부딪혔는데도, 통증은 나중에 왔다.
귀가 먼저—먹먹해졌다.
“Ah— Sh*t! F—k!”
(자막: 아… 젠장… 씨발!)
여기저기서 유리 파편, 쇠 조각,
차 시트는 너덜너덜 조각들이 찢기고
터져 나오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팍! 팍! 팍! 팍! 팍!
그리고 그 사이사이—총알이 지나가며 남기는 “슉—슉—” 하는 소리가 있었다.
공기가 찢기고, 시트가 찢기고, 무언가가 계속 얇게 찢겨 나갔다.
그때 들렸다.
“Ah… Ah… I— I… got shot…”
(자막: 아… 아… 나— 맞았어.)
운전하던 동생이 가슴을 움켜쥐고,
그 짧은 말과 함께 운전대 앞으로 꼬꾸라졌다.
벨트가 몸을 붙잡아 매달아 놓은 것처럼—고개만 꺾였다.
뒷좌석에 있던 막내의 친구가
비명을 삼키며 앞으로 몸을 던졌다.
운전대가 꺾이기 전에—
손이 먼저 닿으려는 순간—
퍽!.
둔탁한 충격음이 났다.
반대편 유리창이 깨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동생은 아무 소리도 없이—앞 좌석 가운데로,
마치 무거운 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 같은 무게로
차 중간 좌석 사이로 툭—하고 무너졌다.
운전석 뒷좌석에 앉아 있던 동생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움직임이 “멈춘”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고요했다.
조수석에 있던 진영이도 피를 쏟아냈다.
그의 비명 소리가 차 안을 진동했다.
“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머리와 어깨 쪽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오며 차 안을 물들였다.
어디를 정확히 맞았는지조차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뒷좌석에서 움츠린 채 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청년은
목등과 손등에 무언가 뜨겁고 끈적한 것이 튀는 걸 느꼈다.
곧이어 목덜미 아래로—미지근한 덩어리가 미끄러져 흘러내렸다.
비릿한 코 안쪽을 찔렀고, 손가락 사이로 작은 조각들이 걸렸다.
그제야 청년은 깨달았다.
저건 유리가 아니었다.
피 냄새가 확 밀려 올라오자,
목구멍 안쪽이 익숙한 철맛으로 가득 찼다.
그 순간, 청년의 머리를 무언가가 수백 배로 후려쳤다.
뉴욕 클럽에서 보았던 피.
피 냄새.
화약 냄새.
기다렸다는 듯, 기억이 폭발하듯 되살아났다.
‘또야.’
심장이—가슴이 아니라 뇌 안에서 뛰는 것 같았다.
두 눈알 뒤에서 맥박이 치고 있었다.
한 번만 더 크게 뛰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총성이 끊겼는지 아닌지조차 확신이 없었다.
귀가 먹먹해서—세상이 멀어졌다.
그 와중에 청년은 몸을 더 낮췄다.
‘움직이면 끝이다’라는 감각만 또렷했다.
총성은 멈췄다.
차 안에는 한동안 귀가 먹먹한 정적만 남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차 밖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소리치기 시작했다.
영어가 먼저 튀어나왔다.
“Go! Go! Go!”
(자막: 가! 가! 가!)
그 위로 베트남어가 겹쳐 터졌다.
“Tụi mày là đồ chó đẻ, chết đi!”
(자막: 이 개새끼들아, 죽어라!)
“Đi! Đi! Nhanh lên!”
(자막: 가! 가! 빨리!)
“Lái xe! Lái xe!”
(자막: 운전해! 운전해!)
고함이 서로를 밀치듯 엉키는 사이,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었다.
끼이익—! 고무가 눌리고 뜯기는 마찰음이 길게 찢어졌다.
엔진이 한 번 크게 치고 올라가더니,
소리들이 통째로 멀어졌다.
영어는 먼저 끊기고,
베트남어는 몇 마디 더 날아오다—
도로 끝으로 빨려 들어가듯 희미해졌다.
마지막엔 타이어 소리만 남았다가,
툭— 하고 끊겼다.
얼마가 지났을까.
뒤차 친구들이 뛰어왔다.
문을 열자, 피 냄새가 확 밀려 나왔다.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야… 야… 괜찮아?!”
“Oh… Sh*t! What the F—k!”
(자막: 아… 젠장… 뭐야 이거?!…)
처음에 뒤에서 나중에 도착한 친구들은 소리를 질렀다가—
처참한 광경을 보는 순간,
마치 누가 목을 잡아 끊은 것처럼 말이 뚝 끊겼다.
누군가는 입을 벌린 채로 멈췄고,
누군가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헐떡임만 남았다.
말은 사라지고, 숨만 남았다.
한 친구가 폰을 더듬으며 꺼내려 했지만,
손이 떨려서 화면을 제대로 누르지 못했다.
누가 떨어뜨렸는지 바닥에 깔린 폰은 화면이 깨져 있었다.
잠깐 켜졌다가—그대로 멈췄다.
전화는 아무도 못 걸었다.
걸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청년은 ‘911’이라는 숫자를 떠올렸는데,
그 숫자가 손끝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손가락이 “명령”을 거부하는 느낌이었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뇌가 다른 걸 못 했다.
그때—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빨랐다.
너무 빨라서—오히려 더 무서웠다.
이건 ‘우리가 신고해서 오는 속도’가 아니었다.
이미 어딘가에서 들었고,
이미 어딘가에서 봤고,
이미 접수된 속도였다.
파란 불빛이 교차로에 박혔다.
경찰차가 먼저 들어왔다.
“Hands! Hands up! Stay back!”
(자막: 손 보여! 손 들어! 뒤로 물러!)
친구들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
손바닥에 묻은 피가 불빛에 반사돼—더 붉어 보였다.
경찰이 차 안을 보자 눈빛이 바뀌었다.
짧고 낮은 무전이 오갔다.
차문 근처로 누구도 못 오게 막았다.
“Don’t touch anything. Step back.”
(자막: 아무것도 만지지 마.) 뒤로 물러.)
그 뒤로 구급차가 붙었다.
문이 열리며 들것이 나오고,
장갑이 끼워지고, 거즈가 찢어졌다.
구급대의 목소리는 빠르고—감정이 없었다.
감정이 없어야 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Multiple victims. Keep pressure. Don’t remove the cloth.”
(자막: 다수 환자. 압박 유지. 천 절대 떼지 마.)
진영이 쪽으로 붙은 구급대원이 고개를 가까이 댔다.
“Hey, look at me. Stay with me. Can you hear me?”
(자막: 나 봐. 정신 붙잡아. 내 말 들려?)
진영이는 소리도 제대로 못 냈다.
입이 열리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숨이 새었다. 짧고 거칠게.
운전석을 확인하던 다른 구급대원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동료에게 뭔가를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 움직임이 달라졌다.
살릴 수 있는 곳엔 손이 빨랐고,
이미 늦은 곳엔—말이 더 짧아졌다.
청년은 그 차이를 보자,
속이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또 하나가 도착했다.
뉴스 차량이었다.
경찰차 뒤로 몇 분 차이로 뉴스 밴이 붙었다.
마치 이 교차로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너무 자연스럽게.
테이프 바깥에서 삼각대가 펴지고,
LED가 켜지고, 마이크가 올라갔다.
렌즈가 현장 쪽으로 맞춰졌다.
세상은 너무 빨리 “기록”을 시작했다.
친구 한 명이 그걸 보는 순간—완전히 무너졌다.
“야… 이게… 뭐냐…”
울음도 분노도 아니었다.
사람이 이해를 포기할 때 나는 소리였다.
그 뒤로는, 소리치던 친구들도 조용해졌다.
강한 척하던 애는 눈을 피했고,
농담 잘하던 애는 바닥만 봤다.
누군가는 차 안을 다시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끝까지 돌렸다.
현장은 “난장판”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안 될 만큼 처참했다.
신음 소리.
비명 소리.
무전 소리.
그리고 그 사이사이—텅 빈 침묵.
여전히 청년의 심장은—뇌 안에서 뛰는 것 같았다.
꼭 뛰는 무언가가 두 눈알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얼굴은 확 달아올랐고, 가슴과 머리는 터질 듯 쿵쾅쿵쾅.
심장이 어디서 뛰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입고 있던 옷과 피부엔 피범벅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런데 기적처럼, 청년은 큰 부상을 피했다.
유리 파편에 긁힌 상처뿐이었다.
또 한 번.
총알들이 청년을 비켜갔다.
응급실은 각자 다른 곳으로 흩어져 도착했다.
그리고 청년과 뒤차에 있던 친구들은
곧바로 경찰 앞에서 진술해야 했다.
진술실의 공기는 차가웠다.
물 한 컵이 앞에 놓였는데,
청년은 그 물을 마시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손을 못 댔다.
형사는 질문을 던졌고,
청년은 대답하려다 몇 번이나 멈췄다.
몇 발인지.
어느 쪽에서 쐈는지.
얼마나 가까웠는지.
기억은 뚝뚝 끊겼다.
끊긴 부분마다—피 냄새만 남아 있었다.
며칠 후, 밝혀진 이유는 더 더러웠다.
시발점은 진영이었다.
여러 여자를 동시에 만나며 놀다가—선을 넘었다.
문제는 그게 ‘한 사람’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거였다.
그 베트남계 스물네 살 먹은 여자만이 아니었다.
진영이는 ‘그 주변’까지 건드렸다.
그 여자의 친구까지.
그리고 그걸—
상대가 결국 알아버렸다.
그 여자는 그날 이후,
진영이를 더 이상 사람 취급해 주지 않았다.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표적처럼 박혔다.
그리고 결국—오빠에게 말했다.
진영이는 그걸 “별거 아니겠지” 하고 넘겼다.
늘 그랬으니까.
자기가 저지른 일을,
남이 감당할 일로 만들어버리는 방식.
하지만 그날 밤, 교차로에서 돌아온 건
경고도, 말싸움도 아니었다.
두 명이, 어이없이 희생됐다.
누군가의 ‘가벼운 행동’ 때문에.
진영이가 퇴원했을 때,
뒤통수와 오른쪽 어깨엔 총탄이 스치고 찢어 놓은 살을
스테이플러로 찍어 놓은 것처럼 처참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청년은 그를 보자마자 참지 못했다.
“야, 이— 씨발놈아. 너 때문에 두 명이 갔어.
네가 죽인 거야, 이 개새끼야.”
진영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바닥으로 떨군 채, 숨만 쉬고 있었다.
청년은 그 뒤로 진영이를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청년은 이제 알았다.
트라우마는 “잊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더 잔인한 방식으로 “다시 찾아오는 것”이라는 걸.
—다음: 10화-1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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