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PART 1/3] 너를 품에 안으면 [10장-1부] — 잠복기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0-1)
(※본 편에는 폭력·총기 관련 장면과 심각한 상해/치명적 결과에 대한 묘사, 일부 욕설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감하신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클럽 근처 도로 위 총격사건 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청년은 늦게야 알아차렸다.
트라우마는 “사라진” 게 아니라—
숨은 거였다.
그것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몸속 어딘가에 잠복해 있었다.
한 번 들어오면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신경 깊숙한 곳에 숨어 버티다가
피로가 쌓이고,
잠이 무너지고,
마음이 얇아지는 순간을
정확히 기다리는 것처럼.
그리고 그때가 오면
조용히, 갑자기,
마치 원래 거기 살던 것처럼
다시 올라왔다.
마음 가장 깊은 곳,
누구도 들여다보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마치 “때가 되면 다시 온다”는 걸
확신한 놈처럼,
숨도 쉬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뉴욕 클럽의 총성.
바닥에 번지던 피.
주유소에서 벌어진 강도와 총격.
절친이었던 이진수의 죽음.
그리고 이유조차 납득되지 않는,
그 시절 처음 만난 두 동생의 허망한 죽음.
그 모든 장면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머릿속 스크린이 지독하게 선명해져서,
현실이 오히려 꿈처럼 느려졌다.
세상은 느려지고—
소리는 멀어지고—
심장은 귀 옆에서 둔탁하게 울렸다.
트라우마는 복수라도 하듯,
복합적으로 그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하늘은, 정말로 벌을 내리는 것 같았다.
몇 해가 지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보냈다.
아버지는 끝내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술에 기대며 버티던 몸은 급속도로 망가졌고,
결국 건강 문제로 인생을 마감했다.
그날 이후, 청년은 희망의 끈을 놓고 싶어졌다.
예전처럼 친구들과 술 마시며 떠돌아다니던 방황도 사라졌다.
웃고 떠드는 자리에서도 마음 한구석이 식어 있었다.
그나마 속으로 붙잡고 있던 신앙심마저—
물에 젖은 종이처럼—점점 녹아내렸다.
시간이 더 흐른 뒤,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를 통해 중매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가정을 꾸리면 좀 나아질까?’
처음엔 사랑도 없었다. 기대도 없었다.
그저 나이가 찼고, 남들 다 하는 결혼을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것 같아서” 했다.
청년은 솔직히 말해…
그저 지금의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사업도 시작했다.
결혼 초기에 사소한 다툼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다—
어느 밤, 다시 총이 나타났다.
이번엔 길모퉁이도 아니었다.
집 앞이었다.
가게 일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귀가하던 밤이었다.
미국에서 장사하는 한인 업주들 사이에선,
영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제일 취약한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가게에서 나오는 순간부터—차가 집 앞에 멈출 때까지.
그 짧은 구간에서 ‘집까지 따라붙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벌어진다.
청년은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귀갓길엔 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문제는, 강도들도 예전처럼 무식하게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법도 같이 바뀌었다.
집 앞 정원에도, 카메라를 달아둔다.
화분 뒤, 정원등 옆, 관수 장치처럼 보이는 플라스틱 케이스 속.
멀리서 보면 그냥 장식처럼 보이는데,
가까이 들여다봐야 겨우 이상하다는 걸 느낄 정도로 교묘하다.
그 카메라가 보는 건 얼굴이 아니라 패턴이었다.
언제 차가 들어오고, 언제 불이 꺼지고,
언제 우편함이 비고,
언제 며칠씩 인기척이 사라지는지.
그렇게 “비는 시간”을 확인한 다음에야 움직인다.
사람이 없을 때.
딱 그때, 문을 따고 들어간다.
그리고 따라붙을 때도 한 대가 아니다.
이제는 두세 대가 역할을 나눠 움직인다.
한 대는 바로 뒤에서 붙고,
한 대는 앞쪽으로 넘어가 길목을 잡고,
다른 한 대는 멀찍이 떨어져 ‘감시’처럼 따라간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마치 경찰이 용의자를 추적하듯
신호에 걸릴 때도, 차선을 바꿀 때도
끊기지 않게 이어 붙는다.
그래서 청년은 더 번거롭게 움직였다.
가게 문을 잠그는 순간부터 눈이 바뀌었다.
주차장 모서리, 맞은편 차 안, 뒤쪽 그림자.
누가 서 있는지보다, 누가 너무 오래 머무는지를 봤다.
차에 타면 먼저 거울을 맞췄다.
뒤차의 헤드라이트 간격, 속도, 신호에서의 반응.
한 번, 두 번— 같은 타이밍에 같이 멈추면
그때부터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매일 같은 길로 집에 가지 않았다.
오늘은 고속도로를 타고, 내일은 로컬로 빠지고,
어떤 날은 일부러 한 블록을 더 돌아
불필요할 만큼 번거로운 길을 골랐다.
때로는 일부러 사람이 많은 주유소에 들어갔다가 나왔고,
불이 환한 교차로에서 한 번 더 돌았다.
확신이 들기 전까진—절대 집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다.
아내는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이 들켰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걸 입 밖에 꺼내는 순간, 막연하던 공포가 현실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날도 가게 일을 마치고,
동선을 바꿔가며 아내와 함께 귀가하던 밤이었다.
차에서 내려 현관 쪽으로 몇 걸음 옮기려는 순간,
길 건너편에서 빨간색 승용차 한 대가
조용히 다가와 멈춰 섰다.
밤은 깜깜했고,
차 안은 짙은 틴트로 가려져
안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청년—
이제는 누군가의 남편이 된 그는—
몸이 먼저 알아차렸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차문이 열렸다.
복면을 쓴 세 명이 내려왔다.
천천히, 그러면서도 확신 있게 남편과 아내 쪽으로 다가왔다.
남편이 허리에 차고 있던 총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한 발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Hey, hey, hey! Stay back!”
(자막: 야, 야, 야! 물러서!)
“Stay the f—k back or I’ll shoot!”
(자막: 씨발, 물러서! 안 그러면 쏜다!)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워졌다.
더 느리게, 더 뻔뻔하게.
가로등 아래에서 금속이 번쩍였다.
손에 든 권총이 불빛을 튕기며 반짝였다.
그 순간, 남편은 아내를 뒤로 확 밀어 넣었다.
“Run! Call the police!”
(자막: 도망쳐! 경찰 불러!)
그리고—
탕— 탕— 탕!
세 발이 밤을 갈랐다.
가운데 서 있던 강도가 그대로 몸이 뒤로 접히듯
꺾이더니, 바닥에 고꾸라졌다.
쓰러지는 동안에도 남편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손은 떨리지 않았다.
침착함이 아니라—
그냥… 익숙함 같았다.
그게 더 끔찍했다.
왼쪽 강도는 번개처럼 차로 돌아갔다.
오른쪽 강도는 왼쪽 이웃집 앞마당 정원 쪽으로
재빠르게 빠지며, 몸을 숨기는 듯 보였다.
그리고—
바닥에 꺾여 쓰러졌던 가운데 강도가,
말도 안 되게 다시 일어났다.
휘청. 중심을 잃은 몸을 억지로 지탱한 채,
타고 온 차 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총을 들고 쏘기 시작했다.
탕! 탕!
총구에서 큰 불꽃이,
마치 대포처럼 펑! 펑! 하고
내뿜는 게 선명하게 보였다.
불꽃이 터질 때마다 밤공기가 찢기고,
귀가 한순간 먹먹해졌다.
순간 남편은 그의 집 앞 나무 뒤로 몸을 숨겼고,
총격전이 다시 시작되었다.
탁—! 탁—!
총알이 나무를 때릴 때마다 껍질이 얇게 뜯겨 튀었고,
바닥의 자갈이 촤르륵 튀어 올랐고, 숨이 목에 걸렸다.
심장은 귀 옆에서 둔탁하게 울렸고,
손끝은 차갑게 굳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귀에 익은 소리가 쏟아져 들어왔다.
사이렌.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가 겹쳐 들려왔다.
사방에서 울리며 동네를 찢었다.
빨간 불빛이 담장과 나무와 창문을 번갈아 물들였다.
동네가 갑자기 살아 있는 것처럼 흔들렸다.
그때, 이웃집 정원으로 몸을 숨겼던 오른쪽 강도가—
남편과 불과 5~6미터 남짓한 거리를 두고 갑자기 튀어나왔다.
도주를 시도하고 있었다.
강도는 차 쪽으로 전력질주했다.
남편은 반사적으로 총구를 그쪽으로 틀었다.
등이 조준선 안으로 들어왔다.
거리는 멀지 않았다.
지금 방아쇠를 당기면, 그대로 끝낼 수도 있는 거리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남편은 순간 멈칫했다.
오른쪽 강도의 실루엣이 이상하리만큼 작았다.
복면은 썼지만, 좁은 어깨와 가는 팔다리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성인 남자라기보다, 아직 덜 자란 몸처럼 보였다.
무기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 남편의 머릿속에 다른 장면이 겹쳐졌다.
어린 시절. 골목. 겁먹은 눈. “어른 흉내”를 내던 아이들.
사람들은 말한다.
총격전에서 잠깐의 멈춤은 곧 죽음이라고.
그런데도—그는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어려 보였다”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 남편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계산이 동시에 돌아갔다.
비무장처럼 보이는 도주자.
등을 보인 채 달아나는 사람.
그리고 미성년자로 보일 만큼 왜소한 체구.
쏘면 맞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저 복면 속이 정말 미성년자로 밝혀지는 순간,
그 한 발은 정당방위가 아니라 평생 지워지지 않을 사건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정당방위로 처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다음은, 법이 아니라 “사람들”이었다.
현장 조사가 이어질 것이다. 진술은 몇 번이고 반복될 것이다.
CCTV, 이웃이 찍은 휴대폰 영상까지 전부 돌아다닐 것이다.
뉴스가 붙고, 댓글이 붙고,
“집 앞에서 도망가던 애를 쐈다”는 한 줄이 사람들 입에 먼저 오를 것이다.
민사소송도 곧바로 뒤따를지 몰랐다.
가족이 나타나고, 친척이 나타나고,
심지어 ‘전 여자친구’ 같은 사람까지 어느새 관계자라는 얼굴로 끼어들 것이다.
돈 냄새를 맡은 벌떼처럼 달려들 수도 있다는 걸—
남편은 너무 현실적으로 알고 있었다.
자영업자라는 게 한 번 찍히면,
그다음은 “끝없는 뜯김”이다.
가게, 통장, 보험, 집.
말 한마디, 장면 한 컷으로
몇 년이든 사람을 붙잡아 늘어지는 것들.
그 1초 동안 남편은,
총구 앞의 실루엣보다
그 뒤에 따라올 “끝나지 않는 전쟁”이 먼저 보였다.
그래서 멈췄다.
그 틈을 타 강도들은 서로를 끌어당기듯
차에 욱여넣었고,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갔다.
사이렌은 더 가까워졌다. 더 크게, 더 날카롭게.
조사는 길었다. 말은 많았다.
경찰은 진술을 받아 적다가,
남편이 마지막 도주 강도를 일부러 쏘지 않았다고 하자 짧게 말했다.
남편의 말을 듣던 경찰관 한 명이 낮게 말했다.
“You should’ve shot him. He could’ve turned around and shot you.
All it takes is one round.
If that was me… I would’ve.”
(자막: 쐈어야 했어요. 그가 돌아서 당신을 쐈을 수도 있어요.
한 발이면 끝입니다.
그게 나라면… 전 쐈을 겁니다.)
그 말이 끝나자, 남편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입 밖으로 꺼내면 싸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날 밤 남편이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낀 건,
총알이 아니라—“절차”였다.
정당방위든 뭐든,
결국 남는 건 종이였다.
누가 먼저 총을 들었는지보다,
누가 더 ‘설명’할 수 있는지.
법이 누구 편인지,
강도를 위한 편인지,
선량한 시민을 위한 편인지—
남편은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그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
살아남은 쪽이 “증명”을 해야 했다.
도망치는 사람을 쏘지 않은 이유를 말해도,
그건 칭찬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위험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걸
남편은 너무 현실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남편에게 법은
“나를 지켜주는 방패”라기보다
“나를 묶어 두는 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남편의 머릿속은 계속 한 장면만 재생됐다.
‘내가 멈췄던 그 1초.’
그날 밤, 그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트라우마가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쾅.
쾅, 쾅.
실제로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 둔탁한 울림은 자꾸 머릿속 안쪽을 찍어 눌렀다.
막 잠에 빠지려는 순간이면 더 선명해졌다.
누가 바로 귓가에 대고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쉴 틈도 없이.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귓속에서 삐이— 하는 가느다란 소리가 길게 울었다.
처음엔 작았다.
신경 쓰지 않으면 넘어갈 수 있을 만큼.
그런데 한 번 의식하고 나면 달라졌다.
가늘고 날카로운 그 소리가 귓속을 긁듯 버티고 서 있었고,
그 위로 다시 쾅, 쾅하는 둔중한 울림이 겹쳐졌다.
마치 머릿속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들어와
안에서 문을 두드리고, 벽을 치고, 신경을 긁어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엔 이상했다.
무감각 때문이었을까.
예전 같았으면 몸부터 굳었을 그 소리를,
그는 어느 순간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밀어내고 있었다.
피곤해서 그런 거다.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 거다.
귀에서 소리 좀 날 수도 있지.
그는 그렇게 넘겼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는 듯.
하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삐이—
쾅.
쾅, 쾅.
그건 사라진 게 아니라,
그가 못 들은 척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마치 이미 너무 많이 당해서,
이제는 통증을 모르는 사람처럼.
하지만 트라우마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이
그를 덮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병이었다.
이유는 뻔했다.
어릴 때부터 술과 담배로 버텨온 몸.
무너질 때가 오면, 예고 없이 온다.
수술 후에도 후유증은 집요했다.
몸 안 어딘가가 “벌어진 채”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배 안에서 뜨거운 것이
툭— 하고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고,
그때마다 남편은 식은땀을 흘리며 벽을 짚었다.
화장실까지 가는 몇 걸음이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생존처럼 느껴졌다.
변기에 앉는 순간,
통증은 “참는 수준”이 아니었다.
속에서 무언가가 찢기고, 긁히고, 뜯기는 것 같았다.
피가 쏟아지는 소리가 물소리와 섞여서
더 끔찍하게 크게 들렸다.
그런데 그 지옥 위에,
약이 또 하나의 지옥을 얹었다.
의사가 처방해 준 항생제는 너무 셌다.
문제는—누구도 그 약을 “어떻게 복용하면서 버텨야 하는지”
한 마디도 해주지 않았다는 거였다.
의사도, 간호사도, 약사도.
부작용이 어떤 식으로 오는지,
속이 망가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먹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을 두고 뭘 보완해야 하는지—
그냥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남편은 약을 “그냥” 먹었다.
시키는 대로.
그리고 그다음부터
위가 먼저 무너졌다.
위벽이 헐고, 속이 타 들어가고,
물 한 모금이 들어가도
불을 삼키는 것처럼 쓰렸다.
장 안은 더 참혹했다.
몸을 지켜주던 좋은 균들이 한꺼번에 전멸한 것 같은 느낌.
그 빈자리를, 나쁜 것들이 순식간에 차지하는 느낌.
배는 계속 뒤틀렸고,
몸은 열이 올랐다가 식었다가,
새벽이면 오한이 올라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 후에는 더 강한 항생제가 다시 들어왔다.
검사 결과가 바뀌었다는 말,
염증 수치가 올라갔다는 말,
“균이 말을 안 듣는다”는 말.
남편은 그 말들이 무슨 뜻인지
몸으로 먼저 알아차렸다.
기존 약이 통하지 않는 내성.
슈퍼박테리아.
그 단어가 현실이 되는 순간,
남편은 다시 병실의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구나.’
화장실에 앉으면 속에서 무언가를 뜯어내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고, 피가 쏟아졌다.
약은 독했고, 위장은 헐었다.
물 한 모금도 몸이 거부했다.
남편은 생각했다.
‘차라리… 끝내면 편하지 않을까.’
총은 늘 가까이에 있었다.
그것은 “도구”이기 전에 “유혹”이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귓속에서 속삭였다.
“지금 끝내. 그러면 고통이 사라져.”
그는 총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들 수 있는 무게가,
그날은 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그때였다.
눈앞이 잠깐 뒤틀렸다.
어둡고 넓은 공간.
아래는 불바다처럼 일렁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허우적거렸다.
비명 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고통”이 공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목소리도 아닌, 설명할 수 없는
메시지가 머릿속을 찔렀다.
‘지금 당기는 순간, 너도 저 안으로 간다.’
남편의 손이 굳었다.
그제야—아내가 보였다.
기도하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자기를 붙잡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선명해졌다.
미안함이, 죄책감이, 숨처럼 터져 나왔다.
신앙심이 없다고 믿었던 남편은 결국 울면서 무너졌다.
울부짖듯, 무릎 꿇듯, 살기 위해서.
“하나님… 죄송합니다.
저를 회복시켜 주시고 살려주세요.”
그 순간, 이상하게도 몸이 전율했다.
어디선가 뜨거운 기운이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느낌.
그리고 믿기 힘들게도—조금씩—
물 한 모금이 들어갔다.
음식이 아주 조금씩 넘어갔다.
회복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남편은 아직 몰랐다.
이 회복이 끝이 아니라는 걸.
트라우마는 늘 그랬다.
사라지는 척하다가,
“잠깐 숨었을 뿐”이라며.
더 조용한 얼굴로, 더 치명적인 방식으로,
다시 돌아오는 법이었다.
—다음: 10장-2부 에서…
[안내 — 모방 범죄 주의]
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범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며, 현실에서의 모방을 강력히 금합니다.
작품 속 사건은 허구 또는 각색이며, 어떠한 범죄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저작권 안내]
본 작품 **『너를 품에 안으면』**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창작물입니다.
작품에 포함된 모든 문장, 구성, 장면 연출, 대사, 설정 및 아이디어의 표현 방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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