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12장-2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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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2] 너를 품에 안으면 [12장-2부] — 첫 콜, 평가표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2-2)

무전기가 짧게 울렸다.

"유닛 24… 교통 정지 콜."


미국에서 트래픽 스탑(교통정지)은 “사소한 위반”으로 시작해도, 경찰 입장에선 늘 위험이 열려 있는 상황이다.

통계도 그걸 증명한다. NLEOMF(미국 경찰 추모재단) 집계에선 교통정지 총기 관련 순직이 50명 이상이고, 그중 ‘struck-by’(차량 밖에 있던 경찰이 지나가던 차에 치여 사망)가 20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10년 평균으로 도로 위에서 연평균 약 50명 이상(주당 1명 이상)이 차량 사고·치임(‘struck-by’) 같은 “도로 위 사건”으로 숨졌다고 정리한다.


그래서 경찰은 차를 세우는 순간부터 이미 계산을 한다.

정지한 차량이 위험해서가 아니다. 정지한 차량 + 주변 도로 + 운전자 행동이 합쳐지는 순간, 무엇이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이 안 보이면 긴장이 올라가고, 시선이 흔들리면 거리부터 다시 잡는다. 경찰이 트래픽 스탑 때마다 긴장하는 이유는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매번 살아서 돌아가야 해서다.


그런데 운전자가 먼저 “안전 신호”를 줄 때가 있다.

낮이든 밤이든 운전석 창문을 완전히 내리고, 가능하면 다른 창문도 내려 손과 차 안이 보이게 해주는 사람. 특히 밤에는 실내등을 켜서 차 안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경찰은 한 박자 숨을 고른다.

(물론 그게 “안전 보장”은 아니다. 하지만 위험을 낮추는 행동인 건 맞다.)


그 순간 경찰의 태도도 달라진다.

목소리가 한 톤 내려가고, 불필요한 긴장 대신 절차가 앞으로 나온다.

그리고 조회 결과까지 깨끗하다면—폭력 전과가 없고, 동일한 교통위반이 반복된 기록이 없고, 오늘 위반이 중대하지 않다면—많은 경우 경찰은 **티켓 대신 경고(warning)**로 끝내기도 한다. “봐준다”기보다, 현장을 안전하게 만들려는 선택이다.


운전자가 안전을 배려해 준 만큼, 경찰도 상대를 ‘위협’으로 몰아붙일 이유가 줄어드는 것이다.

트래픽 스탑에서 경찰이 바라는 건 거창한 존경이 아니다.

그냥 서로의 목숨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행동—창문을 내리고, 실내등을 켜고, 손을 보이게 두는 것.

그 사소한 디테일이, 어떤 날은 “경고”로 끝나게 하고, 어떤 날은 집으로 돌아가는 확률을 올린다.


앞차의 브레이크등이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FTO가 고개로 가리켰다.


"무전해."


선율이 무전기를 잡았다.


“Dispatch, Unit 24, initiating a traffic stop. Eastbound near—

Texas plate PL46510. One occupant.”

(자막: "디스패치, 유닛 24, 차량 정지 시작. 동쪽 방향, 근처—

번호판 텍사스 PL46510, 탑승자 1명.")


차량이 갓길로 들어왔다.
선율은 라이트로 몇 미터 더 앞으로 유도했다.

가로등 아래, 시야가 확보되는 곳.

차가 멈추자 FTO가 낮게 말했다.


"바디 카메라 체크해."


선율은 바디캠을 확인했다.
작은 LED가 켜졌다.

그 불빛 하나가 오늘의 보험 같았다.

그는 바로 운전석으로 달려붙지 않았다.


거리 유지. 엄폐 각도.
몸이 먼저 순서를 기억해야 했다.

선율은 천천히 차 뒤로 움직이며

트렁크 라인과 테일라이트 근처에 손끝을 가볍게 댔다.


스치듯, 흔적만 남기듯.

그건 습관이 아니었다.

살아남는 순서였다.

걷는 속도는 그대로.


그는 차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사이드미러에 비친 운전자의 자세와 시선부터 훑는다.

그리고 손끝만, 트렁크 라인에 딱.

아주 미세하게 눌러—잠금이 살아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그다음은 습관이다.
‘닫혔나’가 아니라, ‘안에 뭐가 있나’를 본다.

들떠 있으면—거긴 짐칸이 아니라 숨을 자리가 된다.

그리고 트렁크는 닫혀 있어도 끝이 아니다.


선율은 손바닥을 한 번 더 얹는다.
금속을 통해 넘어오는 아주 작은 떨림,
안쪽에서 새는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있다면, 잡아내려고 한다.


짐 때문이 아니다.

트렁크는 누군가에겐 ‘수납’이 아니라 ‘감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율은 잠금만 확인하지 않는다.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갈 가능성까지—같이 본다.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는 건 한 번. 짧게.

손은 곧바로 떨어지지 않는다.

지문을 남긴다.


만약 오늘 여기서 누군가 쓰러지면,
도망치는 건 차고—남는 건 기록이다.

누가, 언제, 어디까지 다가갔는지.

총도, 목소리도 아니다.

이건 손끝 하나로 남기는, 가장 조용한 보험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뒷좌석을 훑었다.


유리 너머 어깨선.
손이 어디 있는지.

사람이 더 있는지.
바닥에 이상한 물체가 있는지.

고개를 크게 돌리지 않았다.

시선만 움직였다.


FTO의 목소리가 낮게 섞였다.


"눈과 손... 항상 눈과 손을 봐"


선율은 창문과 거리를 유지한 채
톤을 눌러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저는 [○○경찰서]의 신경관입니다."

"정지한 이유는 방금 텍사스 교통법을 위반하셨기 때문입니다."

"계속 진행하기 전에, 양손은 핸들 위에 올려두세요."


운전자가 천천히 손을 올렸다.
선율은 그 움직임을 끝까지 봤다.

속도, 멈추는 지점, 떨림.

그제야 다음 말을 꺼냈다.


"운전면허증과 보험증서 있으신가요?"


운전자가 서류를 찾으려 손을 내리자
선율은 먼저 멈추는 단어를 던졌다.


'천천히요."


친절하려는 말이 아니었다.
여기서는 친절보다 안전이 먼저였다.


정지는 조용히 끝났다.

선율은 서류를 돌려주면서,

선율은 티켓을 다시 창문 쪽으로 내밀며,

딱 필요한 말만 골라 말했다.


“이 티켓은 지금 여기서 죄를 인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는 서명란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 사인은 ‘제가 내용을 받았고,

적힌 법원 날짜에 출석하겠다’는 약속이에요.

유죄 인정이 아니에요.”


펜을 건네며 덧붙였다.


“날짜는 위에 적혀 있습니다.

못 오시면 그전에 납부하시거나,

법원에 연락해서 연기 신청하셔야 하고요.

아무 조치 없이 그냥 지나가면 체포영장이 나옵니다.

그때는 단속 티켓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크게 번져요.”


운전자가 싸인을 마치자,

선율은 종이를 정리해 돌려주고 마지막 안내를 붙였다.

“좋습니다. 저는 제 차로 돌아가서 불을 끄고 나갈게요.

그때 천천히 합류하세요. 안전 운전하세요.”


한 걸음 뒤로 빠져 시선을 유지한 채 돌아섰다.

순찰차로 돌아오는 몇 초가 길었다.

등 뒤로 차 문이 닫히는 소리,
타이어 옆을 스치는 바람 소리까지 또렷했다.


문이 닫히자 밖의 소음이 한 겹 꺼졌다.

FTO는 아무 말 없이 태블릿을 켰다.

평가표가 뜨는 화면.

선율은 보지 않으려 했는데, 눈은 이미 알고 있었다.

FTO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짧게, 정확히.

한 칸을 눌렀고,
몇 글자를 입력했다.


선율은 힐끗, 정말 힐끗 봤다.
자기 이름 옆에
단어 하나가 박혀 있었다.


DISTANCE.


그 단어는 칭찬도 아니고 욕도 아니었다.
그냥 사실이었다.


FTO가 화면을 끄며 말했다.


“좋아, 첫 정지치곤 괜찮았다.”


그가 운전석 창문 쪽에서 한 발짝 물러나며,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근데 기억해—운전자랑 말하는 순간에도

시선은 멈추면 안 돼. 말은 차분하게 하되,

눈은 계속 스캔해.

운전자 손, 조수석, 뒷좌석, 사이드미러, 네 사각지대.”


잠깐의 침묵. 그다음 말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운전자만 보는 게 아니야.

도로 전체를 같이 봐. 정지 중엔 옆 차선에서

누가 갑자기 꺾어 들어올 수도 있고,

뒤에서 돌진하는 차가 나올 수도 있어.”


그는 도로 끝쪽을 한 번 훑어보고 다시 선율을 봤다.


“사람도 마찬가지야.

차 안에서든 밖에서든 어디서

누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몰라.

그래서 네 시선은 항상 ‘한 사람’이 아니라,

주변 전체를 계속 훑는 것—그게 기본이야.

대화에만 빨려 들어가면, 그게 제일 위험한 순간이다.”


선율은 숨을 삼켰다.


"네, 알겠습니다."


FTO는 고개를 돌려 도로를 봤다.


"다음 콜 받아봐."


차가 다시 움직였다.
선율은 알았다.

오늘은 큰 사건이 없어도 된다.

대신
작은 실수 하나가
자기 또는 동료를 끝낼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사실이—
그를 더 조용히 만들었다.


등 뒤에서 FTO가 낮게 말했다.


"좋아."


—다음: 13장-1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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