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서로 맡은 케이스를 늘어놓는 말투가—
자랑 같기도, 자학 같기도 했다.
“야, 그 영상 봤냐?”
“그 아시안 여자… 미쳤더라. 진짜 톱 여배우 급이야.”
“근데 남자는… 와, 그냥 정말 털렸더라.”
“연애 사기지. 그것도 영상통화까지 하고. 다 믿었대.”
“사진 봐봐. 키 작고 뿔테 쓰고, 뚱뚱하고…”
“저런 여자가 왜 저 남자랑 결혼을 하냐? 말이 되냐.”
낄낄.
짧은 웃음이 튀었다.
웃음의 표정은 가벼웠지만,
그 밑바닥은 묘하게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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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료가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더 비웃었다.
“야, 얘 진짜 돈을 보냈대. 그것도 여러 번.”
“요즘 이런 AI 사기에 왜 이렇게 많이들 넘어가냐?”
“하긴…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
“그래도 그렇지. 와… 저 인간, 끝까지 믿었네.”
그 말이 끝나자, 다른 형사가 더 비웃듯 숨을 뿜었다.
“야 근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얼마 전엔 AI랑 결혼식 올린 사람도 있잖아.”
“맞아. 어떤 사람은 AI 때문에…
극단적 선택까지 했고.”
“요즘 AI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몸이 떨렸고,
속이 뒤집혔고,
피가 났다.
처음엔 따뜻한지도 몰랐다.
늦게야 느꼈다.
속이 뒤집히는 와중에,
몸이 먼저 ‘증거’를 남기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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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는 벽에 이마를 댔다.
물이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눈물이 섞였는지, 물인지 구분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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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는 이를 악물었다.
소리가 새면
자기가 무너지는 걸 들킬 것 같아서.
물은 계속 쏟아졌고,
윤아는 계속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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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는 그걸 씻어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날 윤아는 처음으로 정확히 알았다.
‘도와준다는 말이… 제일 위험한 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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