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PART 4/4] 너를 품에 안으면 [19장-4부] —반으로 갈라진 화면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9-4)
한국 — “조작”이라는 말이 증거가 되지 않는 자리
기자회견장 조명은 너무 밝았다.
밝은데—숨이 막혔다.
다인이는 단상 뒤에 앉아 있었다.
옆에는 소속사 대표, 법무팀 변호사, 매니저가 같이 자리에 있었다.
테이블 앞엔 마이크가 줄지어 놓였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모두가 “대응”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고다인만 “맞서기보다 견디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고다인은 선글라스를 쓰고, 무표정으로 있었다.
플래시가 터졌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소속사 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현재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는 영상 및 이미지들은,
명백한 조작과 편집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사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말은 매끈했다.
문장은 정확했다.
근데 그 정확함이 오히려 불안했다.
다인이는 마이크 앞에서 손을 모았다.
손끝이 차가웠다.
“다인 씨, 직접 말씀해 주세요.”
고다인은 고개를 들어 기자들을 봤다.
기자들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었다.
어떤 얼굴은 “기사”를 보고 있었고,
어떤 얼굴은 “사실”을 보고 있었고,
어떤 얼굴은… 이미 “결론”을 들고 있었다.
다인이가 겨우 말했다.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유포된 영상은 사실이 아닙니다.”
“저와 제 가족들만은… 제발—”
“질문받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공기가 바뀌었다.
첫 질문은 예상대로였다.
“다인 씨, 조작이라고 하셨는데요.
그걸 어떻게 증명하실 건가요?”
“지금 이 자리에서,
대중이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실 수 있습니까?”
두 번째 질문은 더 노골적이었다.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나요?”
“영상이 찍힌 것으로 보이는 시간대에 어디에 있었는지,
누가 확인해 줄 수 있습니까?”
“동선 공개 가능합니까?”
변호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현재 당사는 전문 기관 감정 절차를—”
기자가 끊었다.
“감정 결과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럼 그 사이에 영상이 더 퍼지면요?”
“법적 조치 말고, 지금 당장
사람들이 믿게 만들 방법이 있습니까?”
다인이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 질문은 해명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증명”이라는 말 앞에서,
사람은 늘 늦어진다.
변호인단이 기자들의 질문에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인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옆에서 변호인단의 말을 끝까지 듣고만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봤습니다.”
“너무 진짜처럼 보입니다.”
“이 정도면 ‘가짜일 수가 없다’는
느낌을 받는 분들도 많아요.”
그 순간, 기자가 말을 끊고 또 치고 들어왔다.
“그럼에도 조작이라고 주장하신다면,
어떻게 책임지고 설명하실 건가요?”
뒤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사람들의 마음이 반반으로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다’는 쪽과
‘그래도 뭔가 있다’는 쪽.
고다인은 그 사이에 서 있었다.
또 다른 질문이 튀어나왔다.
“다인 씨, 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세요?”
“혹시 최근에 누군가와 갈등이 있었나요?”
“원한을 살 만한 일이 있었습니까?”
그 질문은 순간, “가짜냐 진짜냐”를 넘어
고다인의 삶 전체를 “의심의 서사”로 바꿔버렸다.
고다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인이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저는 그냥… 촬영했고, 쉬었고, 다시 일했어요.”
“그게 전부예요.”
목소리가 떨렸다.
“근데 지금…”
“제가 뭘 해도… 다 죄인처럼 보여요.”
플래시가 또 터졌다.
선글라스 뒤에서 고다인의 얼굴 근육이 순간 굳었다.
그 틈을 기자가 파고들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영상이 조작이라면, 왜
‘그럴듯한’ 장면들이 계속 나오죠?”
“왜 계속 추가로 올라옵니까?”
“누가 봐도 진짜처럼 보이는 걸,
다 가짜라고만 하면 끝입니까?”
고다인은 그 말에서 무언가를 깨달았다.
이건 한 번 해명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한 번 사과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이건…
끝을 정해 놓고 계속 새로 덧칠하는 게임이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든, 다음 조각이 또 올라온다.
그때, 다른 기자가 끼어들었다.
“추가 질문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방금 올라온 사진 보셨죠?”
“대기실에서 쉬는 사진이요.”
“스태프를 무시하는 듯한 표정—
그것도 조작입니까?”
숨이 한 번 더 꺾였다.
고다인은 눈을 깜빡였다.
기자가 이어붙였다.
“그리고 어젯밤에 올라온 영상.”
“스태프에게 욕설을 하고—뺨을 때리는 장면.”
“그것도 ‘딥페이크’라고 주장하실 건가요?”
순간, 회견장 공기가 더 낮아졌다.
사람들이 ‘가짜냐 진짜냐’보다
더 먼저 붙잡는 게 바뀌는 소리가 났다.
‘사생활’이 아니라
‘인성’으로 다인이를 고립시키고 있었다.
변호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현재 당사는 해당 영상이 AI 합성 및 편집 가능성이—”
기자가 끊었다.
“가능성 말고요.”
“대중이 보기에 너무 선명합니다.”
“소리도 또렷하고, 표정도 자연스럽고요.”
“이 정도면…
가짜일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뒤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사람들의 마음이 다시 반반으로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다인이의 손끝이 더 차가워졌다.
그 질문들 사이에서,
다인이는 문득 깨달았다.
이건 ‘사실’이 아니라
‘성격’에 대한 판결이다.
한 번 붙으면 떨어지지 않는
라벨.
다인이는 잠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고개를 들었다.
선글라스에 가려진 눈이 빨개져 있었다.
“그만하세요.”
누구에게 한 말인지도 모르게, 입이 먼저 열렸다.
“저도… 사람이에요.”
말이 공중에서 한 번 흔들렸다.
그 다음 문장은 끝까지 가지도 못했다.
“제가… 여기서 뭘 더…”
숨이 목에서 걸렸다.
그리고 참아 둔 게 한꺼번에 터졌다.
“아니라고 했잖아요! 저 아니라고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이 잠겼다.
입술만 움직였는데, 소리가 더는 따라오지 않았다.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그 소리에 다인이는 더는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다인이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단상에서 뛰쳐내려오듯 몸을 돌렸다.
“다인 씨! 답변—!”
“이탈하시는 건가요?!”
“조작이면 증거는요?!”
목소리들이 뒤에서 발목처럼 달라붙었다.
매니저가 급하게 손을 잡았다.
“다인아, 잠깐만—”
다인이는 손을 뿌리치진 못했다.
그냥… 잡힌 채로, 앞으로 끌려가듯 걸었다.
눈앞이 흐려져서, 어디가 출구인지도 순간 헷갈렸다.
순간 다인이는 매니저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밖의 공기가 더 차가웠다.
고다인은 복도를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뒤에서 플래시가 따라왔다.
기자들이 따라왔다.
질문이 따라왔다.
“다인 씨! 어디 가십니까?”
“해명 더 하셔야—”
“도망치시는 건가요?”
다인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는 순간, 또다시 화면 속 사람이 될 것 같아서 두려웠다.
복도 끝에서 다인이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자기가 무너지는 게 아니라—
세상이 자기를 만들고 있다는 현실을,
이제는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텍사스 — 숫자가 튀는 순간
같은 시간, 텍사스.
윤서의 집 거실은 조용했다.
조용한데—화면은 시끄러웠다.
동현은 노트북 두 대를 켜놓고 있었다.
하나는 파일 작업 화면,
하나는 업로드된 콘텐츠가 퍼져 나가는 반응창.
숫자가 뛰었다.
조회.
저장.
리포스트.
댓글.
스크린샷 인증.
처음엔 느렸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속도가 바뀌었다.
동현은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못 뗐다.
입꼬리가 먼저 올라갔다.
“오… 누나, 이거 봐.”
“미쳤다.”
손가락이 트랙패드를 탁탁 쳤다.
창이 열리고, 또 열리고, 알림이 터졌다.
동현이 침을 삼켰다.
근데 무서워서가 아니라—기분이 올라와서였다.
[동현] “누나…”
[동현] “지금… 존나 튀고 있어.”
[동현] “속도 봐. 이건… 멈출 수가 없어.”
동현은 웃음을 삼키면서도,
어딘가 자랑하듯 화면을 윤서 쪽으로 돌렸다.
윤서는 소파에 앉지 않았다.
벽 쪽에 기대서 팔짱을 꼈다.
표정은 무표정인데, 눈빛만은 느리게 웃고 있었다.
[윤서] “그래.”
[윤서] “이제 시작된 거야.”
동현은 화면을 확대했다.
댓글들은 이미 전쟁이었다.
‘가짜 아님 진짜?…’
아래는 더 짧고, 더 비꼬았다.
‘아니 근데 존나 진짜 같은데? ㅋㅋ’
‘딥페이크면 더 문제 아님? ㄹㅇ’
‘편집이라더니 왜 계속 나오냐’
‘내숭녀 또 피해자 코스프레 시작 ㅋㅋ’
‘아 재수없어…’
‘아니라고만 하지 말고 증거를 까봐’
‘진짜든 가짜든 둘 다 최악임’
동현은 어깨를 움찔했다.
사람들이 반으로 갈라지는 게 실시간이었다.
[동현] “누나, 근데…”
[동현] “이거 봐, 저쪽에서 벌써 기자회견까지 했었대.”
윤서는 고개를 아주 조금만 끄덕였다.
[윤서] “그래서 더 좋아.”
동현이 눈을 크게 떴다.
[동현] “뭐가 좋아?”
윤서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
동현의 얼굴을 봤다.
[윤서] “기자회견은 ‘끝’이 아니야.”
[윤서] “신호탄이지.”
[윤서] “사람들 머릿속에 그 이름과 이미지를 공식적으로 박아 주는 거야.”
동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다시 숫자를 봤다.
조회가 또 뛰었다.
방금 전보다 더 큰 폭으로.
동현의 손끝이 빨라졌다.
처음엔 조심하던 손이, 이제는 확신을 가진 손이 됐다.
[동현] “누나… 와, 대박. 이거 진짜 먹히네.”
윤서는 팔짱을 푼 적이 없었다.
그 자세 그대로, 아주 낮게 말했다.
[윤서] “사람은 사실을 찾지 않아.”
[윤서] “자기 감정을 정당화할 ‘장면’을 찾지.”
동현은 잠깐 멈췄다가, 조용히 웃었다.
웃음이 아니라—흥분이었다.
[동현] “그럼… 더 갈까?”
윤서는 대답 대신, 동현 뒤에서 화면을 내려다봤다.
숫자가 뛰는 리듬이 보였다.
사람들이 물리는 타이밍이 보였다.
윤서는 딱 한마디만 했다.
[윤서] “그래, 여기서부터는 과감하게 가 보는 거야.”
동현은 숨을 들이마셨다.
손이 다시 움직였다.
그때, 윤서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모르는 번호.
짧은 문자.
“기자회견… 봤습니까?”
한국에 심어 놓은 그림자 이도윤 기자였다.
이도윤의 복수심은 오래전부터 고윤아를 향해 날이 서 있었다.
그는 시상식 직후, 윤아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한순간에 퇴출당했던 인물이었다.
이도윤은 퇴출당한 뒤 한동안 흔적을 감췄다.
연락도, 기사도, 이름도—모두 사라졌다.
그러다 최근, 운 좋게도 다시 기자로 돌아왔다.
정확히는 ‘복귀’가 아니라, 틈을 비집고 들어온 재등장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도윤 기자는 ‘취재’가 아니라 제작으로 움직였다.
다인이를 고립시킬 만한 영상과 사진을 먼저 확보해 윤서에게 보냈고,
윤서는 그걸 그대로 동현에게 넘겼다.
동현이 손을 대면, 재료는 ‘결정타’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합성본은 다시 기자에게 돌아갔다.
기자는 기다렸다는 듯 유포했고,
동시에 기사를 썼다.
유포는 불을 붙이고,
기사는 그 불에 공식 딱지를 붙였다.
더 교활한 건 그다음이었다.
그는 자기가 만든 증거를 들고,
마치 중립인 척 ‘검증’ 코너를 열었다.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원본 여부를 분석했습니다.”
“팩트체크 결과—”
결론은 늘 같은 방향이었다.
다인이가 어디로도 빠져나갈 수 없게,
사람들 머릿속에 **‘그 이름’**이 고정되게.
윤서는 화면을 끄며, 아주 작게 웃었다.
“이제 사람들은—우리가 안 밀어도, 알아서 밑게 돼 있어.”
그리고 다시 팔짱을 꼈다.
동현의 키보드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그 소리는 점점 일정해졌다.
마치 기계처럼.
윤서는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고다인은 이제 혼자일 거다.
사람들은 반으로 갈라졌고,
반은 이미 “장면”을 믿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윤서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선율이 움직일 차례다.
—다음: 20장-1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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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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