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20장-2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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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3] 너를 품에 안으면 [20장-2부]진짜 배경 위의 가짜 사냥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20-2)

그리고 같은 날—지구 반대편 한국에선,

누군가의 이름이 또 한 번 바뀌고 있었다.

(한국) 구별 ① 방송 인터뷰 — 스튜디오(사전 녹화)

대중 앞에서 고은정은 ‘고은정’이 아니었다.


카메라 앞의 이름은 늘 고다인이었다.

기획사는 먼저 방송 인터뷰를 잡았다.

스튜디오. 사전 녹화.
차분하게 말하면 상황이 정리될 거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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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가 부드럽게 물었다.

“다인 씨… 요즘 힘드시죠.”


다인은 준비된 문장을 꺼냈다.

“사실이 아닙니다. 조작입니다.”


진행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꺼냈다.

“그런데요.”

“그 촬영장… 다인 씨가 그날 거기 있었던 건 맞죠?”


다인은 숨을 한 번 삼켰다.

“네. 촬영장에 있었던 건 맞아요.”


그 말이 잘린 채 퍼질 줄 알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부정하는 순간

더 큰 화살이 돌아올 걸 알았다.


진행자는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잔인했다.

“네… 알겠습니다.”

짧게 정리하는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이미 필요한 장면은 다 얻어낸 뒤였다.


다인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입술은 닫혀 있었고,
방금 자기 입에서 나온 **‘그날 거기 있었다’**는 말만
스튜디오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진행자는 카메라를 향해 차분히 마무리했다.

“진실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붉은 촬영 표시등이 꺼졌다.

그제야 사람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누군가는 헤드셋을 벗었고,
누군가는 눈을 피했다.
다인은 끝났다는 말도 듣기 전에
자기 말 중 어떤 부분이 잘려서 나가고,
어떤 표정이 확대돼 퍼질지 먼저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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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 고윤아의 집

고윤아는 집에서 그녀의 딸 은정이 방송 인터뷰를 보고 있었다.

촬영이 끝나고 딸이 돌아온 뒤—그날 밤이었다.

딸의 본명이 아니라, 딸의 활동명으로 도배된 기사들.


거실 너머의 식탁은 이상할 만큼 정갈했다.

반찬은 갓 꺼낸 것처럼 색이 살아 있었고,

국은 김이 아직 남아 있었다.

누가 봐도 “가족이 앉기만 하면 되는” 식탁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앉지 않았다.


조용히 움직이는 발소리가 있었다.

가사도우미가 부엌에서 행주를 정리하다가,

윤아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더 묻지 않았다.

“사모님… 식사 데워 드릴까요?”


윤아는 고개를 아주 작게 저었다.
말을 하면, 눈물이 먼저 나올 것 같았다.

식탁 위에는 음식 대신 종이가 쌓였다.


스크린샷을 인쇄한 종이, 링크 목록을 적은 종이,

신고 접수 번호를 적어 둔 메모.

링크를 몇 개 삭제하면, 미러가 열 개 생겼다.

검토 중. 신원 확인 필요. 정책 위반 판단 불가.


끝이 없는 모래성.

윤아가 방문 앞에 앉았다.

“다인아…”


그리고 더 작게, 진짜 이름을 불렀다.

“은정아.”


문 너머에서 딸이 낮게 말했다.

“엄마… 나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이미 본 것 같아.”


“근데… 내가 한 적 없는데.”

윤아는 잠시 대답을 못 했다.

딸이 무너지는 건 영상 때문이 아니라—

그 영상을 믿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잠시 뒤, 윤아는 고다인의 문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문 너머의 딸 은정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정아, 내일 기자회견은 엄마가 법률팀과 직접 가서 정리할 거니까

너는 당분간 집에 있으면서 쉬어. 괜한 걱정은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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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별 ② 공식 기자회견 — 현장(플래시/생중계)

다음 날, 공식 기자회견장은 더 밝았다.

밝아서 더 잔인했다.

플래시가 먼저 터지고, 질문이 그다음에 터졌다.

오늘은 해명이 아니라 사냥이었다.

기획사 대표가 말하려는데 손들이 올라갔다.


기자 1
“고은아 씨, 현재 온라인에 돌고 있는 고은아 씨의 딸

고다인 씨 관련 사진과 영상이 모두 조작이라고 하셨죠?”


고은아
“네. 조작입니다.”


기자 1
“그렇다면 따님이 이런 일에 연루된 것으로 비치는

상황을 지켜보는 심정은 어떠십니까?”

고은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다른 기자가 태블릿을 들어올렸다.


기자 2

“그런데 고은아 씨, 조작이라고 하셨죠. 그렇다면 따님인 고다인 씨가 등장하는

해당 영상의 배경이 지난주 촬영장과 똑같은 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기자 2
“그리고 저희도 그날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스태프들도 있었고요.”

기자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더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결정타를 날렸다.

기자 2
“확실하게 촬영장에 다인 씨가 있었던 건 사실이죠?”

기자 2
“그럼 그것까지도 조작입니까?”


잠깐의 정적 끝에, 기획사 측이 결국 그 부분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획사 대표
“촬영장에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기획사 대표
“하지만 현재 유포된 영상의 내용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기자가 다시 끼어들었다.


기자 3
“그럼 이건 뭡니까?”

짧은 클립이 다시 재생됐다.
3초.
5초.
7초.

표정은 피로가 아니라 분노로 편집돼 있었고,
손동작은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위협처럼 보이게 짜여 있었다.


‘진짜 배경’ 위에
‘가짜 맥락’이 덧씌워진 영상이었다.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몰아붙였다.

기자 3
“고다인 씨와 스태프들이 그 장소에 있었던 건 맞죠?”


기자 4
“그렇다면 이 장면 역시 그 자리에서 촬영된 것 아닙니까?”

기자 4
“그런데 어떻게 이걸 조작이라고 단정하십니까?”


옆에 앉아 있던 변호인이 급히 마이크를 잡았다.

변호인
“현재 수사 중인 사안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바로 다른 쪽에서 질문이 날아들었다.


기자 5
“수사 중이라고요?”

그 기자는 웃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기자 5
“그렇다면 더 의문입니다.”

기자 5
“영상이 공개되기 전부터 ‘현장에서 봤다’는 제보가 있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기자 5
“대체 누가 그 영상을 찍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순간, 고윤아는 확신했다.

가짜 영상이 먼저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촬영장부터 다인을 따라다녔다.
그림자처럼.


카메라가 허락된 사람처럼,
스태프의 동선에 섞인 사람처럼.

휴게실 복도.

장비 뒤.
차량 대기 구역.


다인이 잠깐 얼굴을 찌푸린 순간,
말없이 고개를 돌린 순간,

손을 들어 들어 올린 프레임.

그건 ‘증거’가 아니었다.


가짜를 먹이기 위한 재료였다.

다인이 “조작입니다”라고 말할수록,
사람들은 더 쉽게 믿었다.

배경이 진짜였고

장소가 진짜였으니까.


그날 다인이 거기 있었던 건 사실이었고

그래서 다인의 말은,
해명이 아니라 변명처럼 잘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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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최윤서의 집 동현이는 그날 마지막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동현은 어두운 방에서 화면을 보고 있었다.

손에는 이도윤 기자가 보내 준 다른 원본이 있었다.

촬영장 사진.
짧은 영상 클립.


‘진짜’ 조명과 ‘진짜’ 배경과 ‘진짜’ 사람들.

그리고 메시지 한 줄.


윤서가 막 내린 커피잔을 들고 동현이에게 다가왔다.

[윤서]
“그 자리 그대로. 표정만 바꿔.”

“사람들은 배경이 진짜면, 내용을 믿어.”


동현은 짧게 웃었다.
키보드를 두드렸다.

AI가 얼굴을 바꿨다.

입모양을 바꿨다.


대사를 바꿨다.

가짜는 ‘진짜’ 위에 얹혔다.

업로드 완료.

동현은 다음 파일을 열었다.

이번엔 더 부드럽고, 더 자연스럽고,

더 잔인한 버전이었다.


윤아의 폰이 짧게 진동했다.
이도윤 기자가 새로 찍은 사진들과 자료를 또 보내왔다.

윤아는 화면을 끝까지 보지도 않은 채, 휴대폰을 동현 쪽으로 밀어 놓았다.

“동현아, 여기 또 새로 올라온 거 있다.”

윤아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이런 건 앞으로도 계속 올라올 거야.
그러니까 그때그때 바로 맞춰서 돌릴 수 있게—
미리미리 준비해 둬.
티 나지 않게. 진짜 같게.”


한편, 선율은 집 안 어디서든 들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실물만 없는 친구가, 방마다 숨 쉬는 것처럼.

그리고 그때, 화면 어딘가에서

그가 아직 모르는 한국의 이름들이—조용히 연결되기 시작했다.


—다음: 20장-3부에서…


[업로드 안내]

연재(화·수·목·금): https://brunch.co.kr/@db311d3a8c094f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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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 모방 범죄 주의]
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범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며, 현실에서의 모방을 강력히 금합니다.
작품 속 사건은 허구 또는 각색이며, 어떠한 범죄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저작권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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