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20장-3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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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3] 너를 품에 안으면 [20장-3부] — 99.99%의 함정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20-3)

한국에서의 기자회견장은 심문실 같았다.
가짜 영상의 진위 여부를 두고 질문이 쏟아지는 동안,
고윤아와 고다인은 그 시간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선
한 사람의 기억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선율이었다.

법원 출석 전.


선율은 피로한 몸보다 무거워진 머리를 이끌고
겨우 법원으로 출석하러 준비하면서
3년이 지난 사건을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선율이는 경찰관 생활 4년 차에 들어갔지만,

법원에 “불려 가는” 건 처음이었다.


동료들한테 대충은 들었다.

“말 짧게 해.”
“아는 척하지 마.”
“질문에만 답해.”
“기억 안 나면 기억 안 난다고 해.”


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더 창피한 건
법원에서 실수하는 거였다.

그 실수는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상이 남고,
기록이 남고,
문장 하나가
평생 따라붙는다.


그래서 선율은
사람에게 묻지 못한 걸
AI에게 묻었다.

동료들한테 다시 물으면

‘너 아직도 그걸 몰라?’라는 눈빛이 올 것을 알았다.


그런데 AI는
눈빛이 없었다.

비웃지도 않고,

짜증도 내지 않고,
같은 질문을 몇 번을 해도
똑같은 톤으로 답했다.


무엇보다—
사람보다 정확했다.

사람은 “대충 이렇게”라고 말하지만,

AI는 “이렇게 말하라”라고 문장으로 준다.


선율은 그 문장들을
그냥 넘기지 못했다.

읽고,

한 번 더 읽고,
입안에서 굴렸다.


정확한 문장이
자기 입에 들어오는 순간,
그건 조언이 아니라

그가 그대로 따라 하게 되는
답안이 됐다.


선율은 화면을 켰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쳇갓.”


“법원에서… 어떻게 말해야 해?”

AI는 잠깐도 망설이지 않았다.


“최대한 짧게.”

“예/아니오로.”

“질문에만.”

“추측 금지.”

“모르면 ‘모릅니다’.”

“기억이 흐리면 ‘기억나지 않습니다’.”

“확인 안 된 건 ‘확인할 수 없습니다’.”

“감정 섞지 마.”

“상대 말 끊지 마.”

“요청하면 다시 질문해 달라고 해.”


선율은 그 문장들을
천천히, 입안에서 굴렸다.

마치

총기 분해 순서를 외우듯이.

한 번 더.

그리고 또 한 번.


“질문에만…”

“추측 금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 순간 선율은 알았다.

이건 도움을 받는 게 아니다.

의존이다.

사람에게 기대지 않으려고

기계에 기대는 방식의.

선율은 화면을 껐다.


하지만 꺼도
그 문장들은 남았다.

머릿속에서,
입 입안에서.


오늘 법정에서
자기를 살릴 건
기억이 아니라—

이 문장들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그는 인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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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출석하기 전,
선율은 경찰서에 들렀다.

희미한 기억을 다듬어 가며

그 당시 적었던 리포트와
바디캠 자료를 흩어 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경찰이 사건 리포트를 99.99%가 아니라

100% 정확하게 써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문서는 ‘기록’이 아니라 증거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찍힌 바디캠 영상,

무전 기록, 체포 시각, 사용한 힘의 수준,


피의자·피해자의 첫 진술—
이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기억보다 문서와 영상만 남는다.

문제는 그때가 오늘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사건은

5년 뒤,
7년 뒤,

심지어 10년이 지나서

전혀 다른 사건이나 민사소송, 내부 감사, 연방 수사,

또는 언론 조사 때문에
다시 꺼내진다.


그때 책상 위에 올라오는 건
경찰의 ‘의도’가 아니라
리포트한 줄, 한 문장이다.

그래서 미국 경찰에게

바디캠과 리포트는 100% 일치해야 한다.


“거의 맞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99.99%는 법정에서 틀린 기록으로 취급된다.

영상에는 분명히

용의자가 오른손만 허리로 갔는데
리포트에 “양손이 보였다”라고 적혀 있다면—


그 순간부터 문제는 사건이 아니라
경찰의 신뢰성으로 바뀐다.

판사는 묻는다.

“왜 다르게 썼습니까?”


검사는 묻는다.

“이 부분은 기억입니까, 추측입니까?”


변호사는 파고든다.

“그럼 다른 부분도 틀렸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리포트는 그날의 경찰을 보호하는 문서가 아니다.
미래의 경찰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패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은 잊고,
감정은 변하고,
사건의 맥락은 흐려진다.


하지만 리포트는 변명하지 않는다.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경찰은

리포트를 쓸 때

“지금 누가 읽을까”가 아니라

**“10년 뒤, 적대적인 누군가가 읽어도 버틸 수 있는가”**

를 기준으로 쓴다.


결국 이 말로 정리된다.

경찰에게

리포트는 사건의 요약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진술서다.

그리고 바디캠과 한 줄이라도 어긋나는 순간,

그 문서는 더 이상 경찰 편이 아니다.


신참 시절,
스트레스와 피로에 짓눌리던 선율은
자기 자신을 안심시키듯 그렇게 말했다.

‘이번 리포트는 내가 아무리 다시 읽어 봐도 100% 확실해.’

‘설령 99.99%였어도, 그땐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선 사람이 뛰고, 피가 흐르고,

소리가 겹치고, 무전이 끊기고,
눈앞에서 사건이 변한다.

그런데도

리포트는 항상 “완벽한 문장”을 요구한다.


신참 때 선율은 그게—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99.99%면… 됐지.’

그 0.01%은,

피곤이었고
분노였고
현장에서의 “인간”이었다.


하지만 법정은
그 0.01만 본다.

그리고 선율은 그걸 너무 늦게 배웠다.


—다음: 21장-1부에서…


[공지]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오늘 공개된 20편을 끝으로 <너를 품에 안으면> Vol.1이 마무리됩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편당 1~4부 형식으로,
총 40편 이상 이어지는 하나의 긴 흐름으로 구상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브런치북 편수 제한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Vol.1과 Vol.2로 나누어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21편부터는 Vol.2로 이어지며,
이후 이야기의 중심과 흐름이 보다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지금까지 Vol.1을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Vol.2도 계속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내 — 모방 범죄 주의]

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범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며, 현실에서의 모방을 강력히 금합니다.
작품 속 사건은 허구 또는 각색이며, 어떠한 범죄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저작권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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