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모양 - 이현정

by Chloe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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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모양이 있을까? 우리는 얼마나 외로움을 느끼면서 살까?


내 삶이 그저 밝은 삶은 아니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시니컬했고 관계에도 회의적이었다. 외로움은 늘 곁에 있었다. 외로움이 성격 탓인지 환경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원했던 적은 없었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다. 고독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한 쓸쓸함을 말한다. 세상 속 나를 인지하게 되면서 오는 마음이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다. 사람의 생각은 사회, 세계, 지구 그리고 우주를 상상한다. 끝이 없을 정도로는 넓은 우주에 혼자인 기분이 고독이다. 외로움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다. 인간관계에서 충족되지 못한 상처다. 고독은 때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지만... 외로움은 힘들다.


이 책은 12명, 외로움의 모양에 대한 이야기다. 외로움에는 사람마다 모양도, 원인도 다양했다. 가족 속에 있을 때 더 외로운 사람도 있었고, 사회적 평균의 삶을 살 수 없어서 오는 박탈감으로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코로나가 인간관계에 준 영향, 그 이후로도 지속되는 삶의 패턴이 외로움을 가져오기도 하고 사회적 가면인 페르소나가 강한 삶으로 인한 친밀하지 못한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외로움을 소개한 부분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그 가족에 대한 답답함과 미안함이 몰려왔다. 그 밖에도 가난에서 오는 외로움부터 어느 대학교수의 외로움까지 사람은 정말 다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한국 사회는 인구의 구성이 상대적으로 동질 하다. 우리는 한민족임을 자랑으로 여겼다. 그런데 딱히 생각해 보면 그게 왜 자랑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끼리 똘똘 뭉치지도 못하면서 다름을 배제하는데 익숙하다. 다름의 배제는 우리 안에서 서로에게도 적용된다. 따라서 사회적인 기준과 시선에서 벗어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문화적으로 보통의 삶을 강요받았고 그로 인해 남들과 다름은 또 다른 외로움을 낳는다.


나는 외로운 사람인가? 우리 모두는 외로운 사람일까? 다시 한번 고독과의 차이를 가져와 본다면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쓸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나의 외로움은 모습을 달리하며 늘 내 곁에 있었다. 어릴 적 부모에 대한 인정욕구에 목멨을 때 나보다 잘난 그 사람들에게 분노했다. 그들의 성취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내 실패를 만들었다. 그리고 실패는 부모님께 전시됐다.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해 외로움을 느꼈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적당히 나오는 나와 달리 여동생은 3년 장학금을 받고 여러 학교에서 모시러 오는 대접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막내는 띠동갑 아들로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던 유치원생이었다. 동생이 둘인 집에서 자랐지만 집에서 나는 외로웠다. 그때 내 외로움은 '화려한 무대 뒤 얽혀있는 전선'같았다. 스스로가 자신을 눈엣가시, 집안의 수치 정도로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도 인정욕구는 계속됐다. 매번 다르게 표현되었지만 결국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40이 넘어 배움을 시작하면서 화려한 무대 뒤 얽혀있는 전선 같던, 쓸모없는 사람인 듯 느껴지는 마음에서 오는 외로움은 없어졌다.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나 자체로 괜찮았다. 누군가의 인정 없이도 두 발로 설 수 있었다. 그런데도 외로움은 있었다. 이제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진 나를 가족이 서운해했다. 아무래도 전보다 집안일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혼자 책상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불만이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에게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준다면 대치 상황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집에서 딸과 남편의 눈치를 봐야 했다. 책을 읽고 싶어도 '함께' 있어야 해서 TV 앞에 멍하니 앉아있어야 할 때가 있었고 수시로 딸에게 엄마한테 서운한 게 있는지 물어야 했다. 지금 외로움의 모양은 '현관 모서리 소화기' 모습을 하고 있다. 같은 공간에 있으나 불이 날까 한쪽 구석에서 눈치를 살피는...


12명의 외로움의 모양을 보며 내 외로움을 찾는다. 다른 사람들의 외로움에 이렇게 다양한 모양이 떠올려질지 몰랐다. 바람에 구르는 바싹 마른 낙엽, 튀어 오르는 공, 화려한 보랏빛 속 차가운 블루,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희뿌연 안개, 텅 비어있는 매트한 타조알, 물을 가득 머금은 푸른 스펀지, 무정형, 물살에 떠내려가는 스티로폼, 시린 공기, 투명함, 내 그림자, 검고 단단한 덩어리. 어떤 모양은 내게도 외로움으로 느껴졌고, 어떤 건 바로 그려지지 않기도 했다.


내 외로움도 그 모양을 변형해 존재를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의 외로움도 원인이 바뀌고 모양도 달라질 테다. 관계에 있어서 세상과 타인과 자신과 늘 사이가 좋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갈 운명이다. 저자는 말한다. 삶은 해석의 영역이라고. 누군가에게 고통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외로움의 모양을 보며 적어도 나 혼자 외롭고 힘든 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어차피 외로운 게 인생이라면 맞닥뜨린 어려움에 다른 태도와 다른 시선으로 외로움의 정도를 낮춰보면 어떨까? 그런 다음 자신을 잘 보듬고 살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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