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나의 오늘을 춤추게 하는 철학의 한마디
춤추게 한다는 부제를 가진 청소년용 철학 입문서를 읽었다. 전 대통령의 추천 글귀가 띠지에 둘려 궁금함을 더하기도 했다. 오늘을 춤추게 한다는 철학, 철학이 내 손을 잡는다는 표현.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철학은 내 손을 잡지도 춤추게 할 수도 없다. 그게 내가 이 책을 보는 출발점이었다.
다 읽고 책을 덮자 내용과 큰 관련 없는 질문들이 일어났다. 철학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일까? 책은 철학을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까? 철학은 철학 책을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걸까? 우리는 무엇을 통해서 철학을 배울까? 철학을 꼭 알아야 할까? 책을 읽고 나서 의문이 풀리고 이해가 되는 게 아니라 질문이 한두 개 생기더니 질문의 질문을 더듬어 '철학'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도달했다.
네이버 위키 백과를 검색해 봤다. 철학은 소크라테스에 의해 처음 쓰인 말로 '지혜를 사랑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철학의 정의로는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 원리 즉, 인간의 본질, 세계관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또한 존재, 지식, 가치, 이성, 인식, 언어, 논리, 윤리 등의 실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답이 있기 힘든 어려운 분야'라는 것을 제외하고 무엇 하나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없는 게 철학이다.
이런 철학을 우리는 왜 생각하며 살아야 할까? 분명 처음부터 철학 이론서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누군가의 경험적 이론에서 시작된 학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 배우지 않아도 철학적 근원적인 목표인 인간의 삶을 훌륭하게 살아낸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생각하는 존재다. 생각은 다른 것들과 우리를 구별해 주고 세상을 누릴 특권을 받은 양 힘을 휘두를 수 있게 해줬지만 그로 인해 인간은 생각에 시달리며 일생을 보낸다. 이따금 자신의 존재의 의미나 발전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어날 일 없는 미래를 걱정하고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고 남과의 비교로 스스로를 갉어먹는다. 수시로 빠지는 마음의 늪에서 일상을 찾아 삶을 살아내고,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마음의 기준점이 되어주는 게 철학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삶의 기준을 철학 구절로 삼고 살 수도 있다. '메멘토 모리'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책 한 권으로도 전달될 수 없을법한 깊은 삶의 기준을 한마디로 전해주는 말이다. 때로 온 삶으로 자신의 철학을 보여주는 누군가에 감동받기도 한다. 이따금 그때의 평온함에 스스로의 삶을 잘 살아왔다고 느껴보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의 우리는 기본값으로 자신을 의심한다. 우리의 의식은 늘 조금씩은 조급하고 불안하고 의심스럽다. 철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는 느낌적으로만 알고 있지만, 이런 때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사실만은 명료해진다. 배움의 행위 그 자체로 삶의 불안을 가라앉혀준다. 흙탕물이 고요함으로 흙모래가 가라앉듯 불안은 마음 아래로 내려앉는다. 이런 횟수가 늘어날수록 막막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길을 더듬어 나아갈 수 있다. 시간이 가면 눈이 어둠에 적응하듯 자신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그 시작을 쉽게 해주는 책이다. 삶과 떨어져 있던 철학적 문구를 실제와 연결해 준다. 예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 말은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테다. 내 마음에는 단 한 번도 들어오지 못했던 말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짧다. 그냥 뭐 사실이었다. 어디로 봐도 교훈이 없는 그런 말이었다. 우리가 철학을 이해할 수 없는 데는 언어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예술이라고 번역된 art는 라틴어로 ars였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어인 테크네 techne를 번역한 말이다. 테크네는 전문지식을 의미한다. 전문지식에서 시작된 말이 번역 중 범위가 좁아져 예술이 되었다.
히포크라테스가 "인생은 짧고 배움의 길은 길다."라고 말한 것을 우리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로 들으며 흘렸다. 책에서는 이어지는 원문도 소개해 주고 있다. "기회는 빨리 지나가고, 경험은 불확실하며, 판단은 어렵다." 이로 나는 하나의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는 검사 장비라고는 몇 개의 손 도구뿐인 진료공간에서 환자를 보며 생명이 걸린 판단의 어려움에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 경험은 확실하지 않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구나! 지금껏 배웠으나 인생은 짧고 배움은 끝이 없다.' 나와 분리되어 있던 옛 현인의 당연한 소리를 당연하지 않게 하나의 명확한 이미지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책은 자기화할수록 내 속으로 깊이 들어와 나의 일부가 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책에서 한 문장을 만들어봤다.
아모르파티 속에서 용기로 행운과 기회를 만들어 플루스 울트라 하라
1. 아모르파티
네가 선택한 실, 그것을 믿어라. 네가 목표로 삼은 지전까지 갈 힘을 지녔다는 시실, 그것을 믿어라. 우리는 빛나는 미래를 열어간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2. 행운
행운은 맹목적이고 우연에 휘둘리며 변덕스럽지만, 우리에게는 용기라는 무기가 있다. 이 용기로 포르투나 여신의 선물인 행운을 얻게 된다. 우리는 행운을 그렇게 만들어간다.
3. 카이로스
크로노스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객관적인 시간이다. 반면 카이로스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스스로가 숙고하고, 고민하고, 의미를 부여해서 만들어내는 시간이다. 즉, 기회다. 기회는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4. 플루스 울트라
지브롤터 해협의 바위산, 헤라클레스의 기둥에는 '논 플루스 울트라' 여기를 넘지 말라고 쓰여있다. 이것을 넘어간 도전정신을 가진 나라 스페인의 국기에는 프루스 울트라라고 적혀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동안 철학 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읽고만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어의 차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이곳에서 나의 일상과 철학을 함께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그야말로 철학이 철학함으로 동사가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