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처럼 희미하지만, 남아있는
요즘 나는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다시 바라보려 한다.
현재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과거의 나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한때 얼마나 민감하고,
작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을 다 쏟았던 사람인지
이젠 조금씩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너무 아무렇지 않은 나 자신을 발견했다.
기쁜 일에도 무덤덤하고, 슬픈 일에도 금세 넘어가려 애쓴다.
그렇게 ‘무사히 버티는 사람’이 되었지만,
마음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잊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감정에 다시 예민해지기 위해.
이 글을 쓰며 나는 묻는다.
오늘의 나는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
나는 왜 이토록 공허했는지.
그리고 이 감정을 어떻게 안아주어야 하는지.
글은 내 마음의 온도를 확인하는 도구가 된다.
아직도 따뜻함이 남아 있다면,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일 것이다.
그때의 온도를 기억하며 나의 잔상을 따라가 보려 한다.
공허함의 시작은 언제였는지 천천히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