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맞아 아들내미와 둘이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왔다. 2월 4일에 개봉해 한 달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화제작. 역사하는 사람으로서 일찍 보려고 했는데 설연휴에 가족여행 다녀오고 아들내미 중학교 입학 준비하느라 타이밍을 놓쳤다.
사실 개봉일 하루 전인 2월 3일에 나는 '단종의 유배와 죽음, 세조실록이 감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원고 마감을 했다. 이걸 월간중앙 3월호 아이템으로 정한 건 1월 하순의 일. 예고편을 보니 '천만각'이 나왔다. 배우 박지훈의 단종 눈빛과 유해진의 엄흥도 연기가 마치 역사를 찢고 나온 것 같았다. 솔직히 3월호가 나올 때쯤이면 노 좀 젓겠구나, 예상하고 썼다.
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을 가미한 장르다. 그 상상의 개연성이 관객과 교감할 때 사랑을 받는다. 이 영화의 제작진은 조선 후기 역사서 <연려실기술>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듯하다. <연려실기술>은 민간의 기록, 즉 야사(野史)다. 이 책을 편찬한 이긍익은 역대 학자와 문인들의 저술에서 관련 내용을 뽑아 '단종조 고사본말'을 구성했다. 자신은 사견 없이 수록하기만 할 뿐 옳고 그름은 후세 사람들이 판단할 것이라는 자세였다. '단종애사'에 대한 후손들의 판단은 이번에 성황리에 내려지고 있다. 조선시대에 가장 불의했으며 가장 가련했던 그 사건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깊은 빡침과 뜨거운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나라에서 펴낸 <세조실록>은 "노산군이 스스로 목매어 죽으니 예를 갖추어 장사 지냈다"라고 했지만(1457년 10월 21일), 이와 같은 역사 날조는 도리어 후세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이것은 여우와 쥐 같은 무리의 간악하고 아첨하는 기록이다. 후일 실록을 편찬한 자들이 당시에 세조를 따르던 자들이니, 실록을 모두 믿을 수는 없다.”(<연려실기술>, 이자의 <음애일기>에서 인용)
나 또한 야사 <연려실기술>을 정사인 실록과 비교 검증하며 글을 써내려갔다. 정사라고 해서 덮어놓고 믿거나, 야사라 하여 하찮게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민간의 기록인 야사가 나라에서 펴낸 정사보다 진실에 가까운 경우가 의외로 많다.
3월 하순부터 매주 흥미로운 야사를 가지고 tbn교통방송에 출연해 청취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야사의 묘미와 가치를 잘 살려 청취자 분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